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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셋풋볼

바셋의 전격디스작전) 해발고도 신드롬

 

이 사이트 필진 중에 홍차도적(가명)이란 분이 계십니다. 축구에 관한 풍부한 식견으로 명망이 높으신 분이지요. 글의 성격상 존칭은 여기까지입니다. 홍차도적의 혹세무민을 온 몸으로 저지하고자 자중지란을 일으킨다는 비난을 감내하며 분연히 일어나 전격 디스에 들어갑니다.

 

홍차도적에게는 경기 분석이나 예상에서 플레이 외적 여러 상황을 감안하는 습성이 발견됩니다. 로또꾼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지요. 특히 경기장소의 ‘해발고도’를 비중있게 언급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 생각으론 해발 따윈 별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그때그때 홍차도적에게 반론을 들이대지 못한 까닭이 단지 홍차도적이 이종격투에 능통하다는 이유였음에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그는 어제 있었던 월드컵 지역예선 타슈켄트 원정이 ‘해발 450m 고지대’에서 벌어졌음을 소리 높여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즈벡이 이점을 경기에 적극 활용해 한국을 공략했다고도 했습니다.

 

확대 해석의 끝장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소는 적고, 기압은 낮아 빨리 피로해진다는 초딩 과학 상식은 분명 유효합니다.

 

다만 보통의 인간이 먼가 지 몸에 변화를 감지할 수준이 되려면 해발 1,200m까지 기어 올라가야 하며, 나아가 고산증이니 고지적응이니를 왈가불가할 수준이 되려면 2,500m를 훌쩍 넘어야 합니다. 백두산 정상에 63빌딩을 올리고 그 위에서 볼을 차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고도로 인해 발생되는 생리적 변화 차이는 인간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혹자는 남한산성만 올라가도 눈알이 튀어나와 죽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결정하는 주요 관건은 개개인의 체력으로, 이변이 없는 한, 축구선수가 평균이하의 체력으로 무장하고 있을 턱이 없습니다.

 

윤빛가람도 북한산 중턱 정도에서 볼을 찬다고 저산소증에 시달리진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디스를 위해 제가 방방곡곡의 해발을 확인해본 결과. 영동고속도로의 평균 해발고도가 타슈켄트와 비슷함을 알았습니다. 그 곳 어디에도 쉽게 피로할 수 있는 도로이니 쉬엄쉬엄 가시라는 안내문이 없습니다. 설기현 고향 태백시의 해발고도는 650m입니다.

 

대한민국 간판 레저타운, 용평스키장은 자신들의 위치가 인간이 운동 후 가장 빨리 피로를 회복하는 곳이라며 광고를 합니다. 용평스키장은 해발 700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죽음의 원정지라는 이란 고원의 평균 고도와 비슷한 높이로, 홍차도적이 혹여 내 주장에 반론을 가하고 싶다면 일단 공정거래위에 용평리조트를 과장광고 혐의로 고소해 이기도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 글은 홍차도적에게 가지고 있는 수많은 원한(예를 들어, 나만 한우를 안 줌) 때문에 기획된 것이 절대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싶습니다. 치사한 말꼬리 잡기임을 쿨하게 인정합니다.

 

문제는 홍차도적쯤 되는 축구 전문가 역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별로 높지 않은 곳임에도 지레 겁먹는 한국의 해발고도 공포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이 해발고도와 운동능력의 관계에 대한 실체를 파헤쳐 놓았습니다. 괜찮답니다.

 

심지어 볼리비아는 6,000m도 암 상관없다며 데이터를 막 디리밉니다.

 

근데 막상 좀만 높은데서 경기가 열릴라치면 외려 그 전문가들이 맞춤형 훈련을 해야한다며 산소통 사고 난리를 칩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박종환의 방독면 신화 이후 유유히 흘러온 고산지대에 대한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을 치료하려는 이유가 큽니다.

 

저를 예로 들어 어릴 때 굉장히 자동차 멀미가 심했던 제가 초딩 언젠가 이후로 완전히 멀미와 작별했는데 요새 가끔 차에서 속이 매식 매식하더군요. 누군가로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있음 멀미가 난다는 말을 주어 듣더니 이후 저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나오는 저깠은 경우였습니다. 멀미에 대한 어릴 적의 공포가 어딘가에 아직까지 기억되어 있었나 봅니다.

 

고산증 발병 역시 이런 심리적 이유가 상당히 크다고 하니 괜히 선수들에게 미리 겁줄 필요는 없겠지요.

 

소고기 많이 먹고 자란 우리 선수들은 이제 멕시코시티에 올라가도 침 한번만 꿀꺽 삼킴 운동에 하등 지장 없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습니다. 저같이 멀미나 하는 심신이 허약한 사람도 백두산 꼭대기에서 멀쩡했습니다.

 

혹여 한우를 먹는다면 볼리비아 축구장 연장 120분도 거뜬하리라 예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