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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모텔 아스날> 1부 어두운 새벽길을 나 혼자 비틀거리고 있다. 택시라도 다니면 그나마 위안을 얻으련만 택시조차 다니지 않는다. 저 멀리 희미하게 편의점 불빛이 보이기는 한다. 저 불빛이 나를 기다리는 여자친구라면 얼마나 좋을까 따위의 망상을 했다. 술에 취한 새벽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술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연말에 계속되는 술자리를 피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기 싫었다. 비틀거리면서도 제대로 보고 있는 스마트폰 속 세상은 행복한 기운으로 넘쳐난다. 친구들의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는 밝은 미소와 맛있는 요리, 화려한 취미생활 등으로 꾸며져 있다. 어쩌면 나만 오늘을 비틀거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만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만 월세에 쪼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월세에 쪼들.. 더보기
월콧의 이적은 벵거시대의 완전한 종말을 뜻한다 이번 겨울에 월콧은 아스날을 떠날 수도 있다. 재계약 과정이 지지부진했던 선수치고 아스날 잔류를 결정했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아스날과 월콧의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스날이 제시한 5년이라는 계약기간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단 월콧은 7만 5천 파운드에 불과한 주급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월콧에게는 7만 5천 파운드 이상의 주급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너무 일찍 알려진 탓에 그의 능력을 두고 극단적인 평가가 오갔던 것이 사실이나, 리그 최고의 윙어로 월콧을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이제 겨우 23살에 불과한 젊은 나이와 폭발적인 스피드, 깔끔한 마무리 능력 등은 아스날을 더 높은 위치로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아스날.. 더보기
예술가의 시대를 이끌던 아스날은 어디에 2012년 축구계의 트렌드를 간단하게 범주화시켜보자. 우선은 예술가가 있다. 스페인과 FC 바르셀로나는 그들만의 철학적, 미학적 가치를 앞세워 예술가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그 반대로는 전사들이 있다. 시대가 공격수에게 다재다능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골잡이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예술가의 시대에서도 전사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첼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사들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예술적으로 훈련된 전사들이 있다. 스페인 클럽이면서도 잉글랜드 클럽의 냄새가 강했던 아틀레틱 빌바오는 마르셀로 비엘사라는 예술가와의 만남으로 예술적인 전사들로 변신했다. 독일에는 도르트문트가 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보라. 그들은 예술가의 볼 점유율 사랑을 비웃기라도 .. 더보기
아르센 벵거는 인종차별주의자였나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독인 아르센 벵거를 인종차별주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선수 개인의 성공을 국가의 성공으로, 개인의 실패를 국가의 실패로 여기는 한국다운 참신한 발상이다.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가 벤치에 머무르는 것은 축구판이란 바닥에서 지극히 일반적인 일이다. 이런 선수는 비단 박주영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사랑 부산교통공사 축구단에도 있고, 심지어 북한 대표팀에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 개인의 실패를 국가의 실패로 여기는 이곳에서는 이를 상당히 괘씸하게 여긴다. 그러니 '대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단지 박지성을 선발에 넣지 않았던 이유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을 들어야 했고, 다른 곳도 아닌 아시아에서 재기의 발.. 더보기
반 페르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아스날에서 성장한 소년이 남자가 되어 아스날을 떠나는 장면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는 아스날이 매년 여름마다 맞닥뜨리는 운명의 데스티니와도 같은 것으로, 아스날 팬들은 이 운명을 피하지도 바꾸지도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의 끝은 벵거를 향한 조롱으로 끝이 난다. 누구나 "다음 시즌에야말로 당신과 아스날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아스날 커리어도 마지막이 되겠지."라고 얘기한다. 아시겠지만, 벵거와 아스날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라이벌 맨유에 8-2로 처참하게 패배하고서도 살아남았다. 이상에 젖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벵거도 리얼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또 한 번 위기관리능력을 증명했고, 연봉총액 5위의 아스날을 리그 3위로 이끌.. 더보기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아스날 아스날이 달라졌다. 매번 이 시기가 되면, 경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리그 20라운드 풀럼전 패배를 시작으로 스완지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연달아 3연패를 당했던 아스날은 이후 8경기에서 7승 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라섰다. 시즌 내내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벵거의 표정도 이제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아스날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최근 8경기에서 무려 승점 22점을 얻었음에도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15점에 달한다. 이것은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이 너무 늦었음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기록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시점에서 아스날 정도의 팀이 승점을 22점이나 챙겼다면, 리그 3.. 더보기
벵거 아스날의 딜레마가 낳은 비극 내용은 뒷전이고 오로지 결과를 쫓고 있음에도 이기지 못하는 아스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승리가 의무와도 같았던 이 클럽은 현재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은 감독과 함께 처참하게 추락하고 있다. 화려하고 가끔은 아름답기까지 했던 그들의 스타일도 이제는 유튜브를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스날 팬들은 벵거가 아주 사소한 타협만 해준다면 클럽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사소한 타협이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 되는 것이었다. 우승경쟁을 펼치기엔 힘이 부족한 스쿼드란 점을 인정하고 전력을 보강한다. 이런 당연한 요구에도 극적인 타협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아스날의 추락이 그다지 놀라운 사건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무관이 시간이 7년차에 접어들고 창단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