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셋풋볼

(바셋풋볼) 빽가의 차, 골프스부르크

‘1박2일’에서 빽가가 28살 먹었다는 구형 차를 몰고 와 김종민을 데려갑니다. 저는 대번에 같이 TV를 보던 마눌님에게 저 차는 28살이 될 수 없다며 전문가적 혜안을 자랑하지요.

 

80년대에 만들어진 폭스바겐 골프는 3도어입니다. 그런데 빽가의 차는 뒷좌석에도 문이 있었지요? 그건 90년대 모델입니다. 공장서 일빠따로 빠진 제품도 28살이 될 수 없습니다.

 

여느 남자들과 달리 차에 큰 관심이 없는 제가 대번에 그 차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제가 태어나서 젤 처음 주행해본 차가 바로 TV에 출연한 그 놈이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올린 뒤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80년대식 골프도 나중에 5도어를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운전했다는 것도 그것이고요. 마눌님께 잘난 척하려다 착오가 발생했으니 이점 감안해 계속 글을 읽어 주십사... 안사람에겐 비밀입니다.) 

 

각설하고 이 얘기를 왜 ‘축구에 관한 모든 것’을 표방하는 이 사이트에서 씨부려싸고 있는지 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화내지 말고 잘 들어보삼.

 

구자철의 원소속팀 VfL 볼프스부르크의 연고지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이 탄생한 동네입니다. 축구클럽 역시 폭스바겐의 소유로 자연히 희노애락을 폭스바겐과 함께합니다.

 

볼프스부르크는 3부 리그를 전전하던 직장인 동호회 수준의 팀이었습니다. 군수품 공장 덕에 2차대전 막판 연합군의 샌드백이 되어 저또 남지 않은 연고지와 모기업의 슬픈 운명을 따라야했지요. 전쟁 뒤, 세 사람이 모여야 성냥 하나를 켰다던 암만 봐도 구라인 인고의 시간을 보내던 중 폭스바겐이 비틀, 골프를 세계적으로 히트시킵니다.

 

배가 불러진 폭스바겐은 90년대 들어서자 슬슬 축구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때를 같이해 밀리언셀러 폭스바겐 골프의 신형 모델이 출시되었고, 삽시간에 분데스 전체의 모든 경찰차가 대치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골프 매상과 함께 축구팀의 성적도 욱일승천하여 1부 리그까지 쳐 올라감은 물론 컵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하여 사람들은 분데스리가 신예, 볼프스부르크에게 새로운 별명을 지어주니 바로 ‘골프스부르크’가 되겠습니다.(폭스바겐에서 광고 차원에서 직접 작명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다면서 왜 볼프스는 골프와 달리 90년대 독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성장하지 못했을까요? 반대로 폭스바겐이 고전하는 오날날, 이노무 팀은 무슨 재주로 독일에서 가장 부자 구단 중 하나로 격상된 것일까요?

 

옛날에 농협이 현대 야구단 인수하려다 욕만 먹고 짜부라진 사건을 기억들 하시리라 믿습니다. 주정부가 지분 대부분을 소유한 폭스바겐 역시 농협과 같은 공기업이었습니다. 나라 돈으로 레알스럽게 굴기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입니다. 분데스리가가 대호황을 누리며 팀들이 돈을 긁어대기 시작한 건 근래의 일입니다.

 

그랬던 폭스바겐이 00년대 들어 지배주주 금지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하여 사기업 포르쉐가 그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이기 시작하더니 경영권을 손에 넣었지요. 00년대 중반 볼프스는 세계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팀 중 하나로 우뚝 솟아오릅니다. 결과는 09년 리그 우승으로 이어집니다. 바셋의 오랜 독자시라면 당시 제 블로그 거의 대부분 글이 볼프스부르크 칭찬하기에 할애되었음을 상기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볼프스의 상승세는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바이에른도 으깨버릴 듯했던 기세에 미국의 금융 경색 사태가 태클을 놓습니다. 은행 빚내 폭스바겐을 통째로 사려던 포르쉐가 나가떨어진 것이죠. 역으로 포르쉐가 폭스바겐에 합병되었고 축구팀에 돈 많이 주던 그 사장님은 짤립니다.

 

‘골프’란 바람의 한 종류에서 따온 이름이라죠. 태풍 온다는데 피해들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근데 '빽가'는 무슨 뜻이지.... 

 

사진출처: 스포츠서울 http://news.sportsseoul.com/read/entertain/107589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