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셋풋볼

승부차기에 관한 잡설

글쓴이 바셋.

 

잉글랜드-이탈리아 경기. 전반전 20분이나 봤을까 TV 틀어놓은 채 뻗어버렸습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정신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스페인-독일 양강 외엔 그놈이 그놈인 이번 유로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설상가상 이탈리아가 자꾸 올라가니까 더 짜증이 나나 봅니다.

 

어쨌건 이즈음 되면 잉글랜드 입장에선 승부차기 제도를 어케 좀 파버리고 싶을 겁니다. 역대 전적 1승 7패. 축구 실력을 떠나 대부분 나라들이 승률 5할선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확실히 이 나라는 뭐가 잘못되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승부차기 승률은 5할4푼입니다.

 

승부차기 제도의 기원은 확실치가 않습니다. 이스라엘하고 독일이 서로 원조라 주장하는데, 피파가 독일 룰을 그대로 가져왔기에 독일이 본가라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서 천적 잉글랜드에게 유독 재수 옴팡지게 없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승부차기에 약한 건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 뿐만이 아닙니다. 여자대표팀 역시 84, 87년 유로에서 승부차기로 날아갑니다. 두 번 다 상대는 스웨덴이었고요. 2011 월드컵 8강 땐 프랑스에게 당합니다.

 

청소년 대표들은 전설적인 패배를 역사에 남겨놓았습니다. 2007년 유로U21 4강. 종료 1분을 남기고 네덜란드가 동점을 만드는데 이때 잉글랜드 쪽은 한명이 실려 나가고, 또 하나는 발차기 맞고 자빠져 있었습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육탄전이었지요.

 

서있기도 힘든 부상선수들까지 탈탈 털어 16명이 다 차고도 승부가 나지 않았지요. 결국 리오 동생 안톤 퍼디난드의 슛이 골대를 맞춰 잉글랜드가 탈락합니다. 아직까지 공식경기 승부차기 최다득점 기록인 13-14는 그렇게 탄생합니다.

 

그렇담 잉글랜드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을 힐난해야할까요? 승부차기에도 결국은 실력이 개입되는 것일까요?

 

저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승률 달랑 1할에 빛나는 잉글랜드! 그러나 그들의 실축율은 30% 정도입니다. 5명중 한 명 정도만 실수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프로테이지지요. 위 07년 청대들의 결과에서 보듯 잉글랜드 승부차기 패배는 박빙의 승부가 많았습니다.

 

역대 잉글랜드 실축범들을 열거해볼까요. 람파드, 제라드, 캐러거, 베컴, 바셀, 폴 인스, 데이빗 배티, 가레스 남대문, 크리스 워들 그리고 유로2012에서 매국에 동참한 쌍에슐리까지 모두 멘탈이나 슛테크닉에 하자가 있는 선수라 평하긴 무리가 있겠지요.

 

결국 상대팀들이 공공의 적 잉글랜드만 만남 이상하게 잘 차고, 잘 막았다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또 잉글랜드 승부차기 필패론을 주장하기엔 표본수가 너무 적습니다. 반대의 예인 승부차기 종가이자 황제 독일 그리고 그 독일 잡는 체코도 마찬가지고요.

 

한편 우리 아시아에도 만났다면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그런 밉상 섬나라가 하나 있습니다. 말뚝 박는 거 좋아하는... 근데 걔들은 승부차기를 잘합니다. 그래서 더 밉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에도 잉글랜드 쌈 싸먹게 승부차기 징크스에 시달리는 나라가 하나 있으니... 그 이름하여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사를 써내려온 페르시아의 왕자 이란입니다.

 

아시안컵에서만 무려 네 번이나 승부차기로 탈락합니다. 메이저 대회 세계기록이지요. 기타 피파 공인경기 종합전적 3승9패. 3승은 3/4위전 같이 별 의미딱지 없는 경기서 얻은 결과입니다.

 

우리 한국의 경우 통산 14승 12패로 양호합니다. 따져보진 않았지만 태국, 말레이시아와 박빙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계에서 승부차기를 가장 많이 경험해본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어째 하면 할수록 실력이 줍니다. 문득 생각난 건데 최강희는 왜 이용래를 안 쓰나요? 아컵 실축 삼총사 중 구자철, 홍정호는 뽑던데...

 

승부차기 멀티 실축을 기록하신 유일한 선수는 정해원 선생이십니다. 영광스럽게도 이중 두 번째 작품을 직관했었답니다. 슛이 거의 관중석까지 날아가더군요. 그날 저에겐 한국어 욕설의 다양함에 대해 많은 공부가 있었습니다.

 

비공식 경기 포함하면 이영표도 실축 경험이 두 번입니다. 2002 아시안게임 4강에서 와일드카드 초롱이가 감각적인 인프론트 감아차기 슛을 구사해 우리를 탈락시켰지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잉글랜드 응원했었는데 이편이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독일이 이탈리아를 아주 구냥 박살을 내놓으리라 믿어 의심합니다. 대체 이놈에 도깨비 이탈리아가 무슨 짓을 할지 불안합니다.

 

이제 일선 축구 지도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고견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승부차기 키커, 이런 사람 혹은 행동만 피하면 넣는다!!

 

1. 과거 실축 경험이 있는 경우

2. 과거 실축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

3. 과거 승부차기 경험이 없는 경우

4. 팀내 최연소인 경우

5. 팀내 최고참인 경우

6. 한 발짝 물러섰다 차는 경우

7. 10미터 달려와 차는 경우

8. 천천히 달려오는 경우

9. 빨리 달려오는 경우

10. 달려오다 발 꼬인 경우

11. 장발인 경우

12. 빡빡인 경우

13. 가운데 가름마인 경우

14. 강하게 찰 경우

15. 약하게 찰 경우

16. 감아서 찰 경우

17. 공을 안 만져보고 찰 경우

18. 골키퍼가 먼저 만진 경우

19. 차기 전 침 뱉은 경우

20. 어디로 찰지 쳐다보는 경우

21. 어디로 찰지 안 쳐다보는 경우

22. 골키퍼 움직임만 쳐다보는 경우

23. 골키퍼 움직임을 안 쳐다보는 경우

24. 골키퍼인 경우

25. 얘들일 경우.

 

사진출처: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