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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한 경기에 모든 걸 걸지 말자



 

A매치 졌다고 엄청나게들 비난의 말들이 나올 것이 보인다.
그런데도 밀어붙인 최강희 감독의 배짱. 그래 평가전은 그래야 맛이지.
근데도 보면 다들 '승리'라는 열매에 취해 있는 듯 싶다.
그건 도대체 내가 언제쯤 많이 썼던 말이던가...20년 전쯤 되었던가?

"암환자에게 진통제만 열라리 투여함 뭐해?"

라는 말 밖에 안되는거다. 어차피 오늘로서 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 조 1위는 날려버린 상황이다.
(대진 보면 오늘 이란vs우즈벡이다. 결과가 어디가 이기건 비기건 한국은 조 1위에서 내려온다.)
그런 상황이라면 그동안 안써본 선수들 적응도 시키고 테스트도 열심히 해 봐야 한다.

오늘 박종우의 폼을 날려버린 것은 경기 자체가 아니라 직전에 발표한 발표임을 상기하라.
하필 오늘 경기 앞두고 그런 전달을 해 버리는건 뭐여 -ㅅ-

분명 이동국의 그 슛을 보고서 환성 질렀을 분들 많을 거다.
특히 이동국을 오래전부터 봤던 분들이라면 '그래 저게 이동국이다' 라고 했을 거다.
나도 이동국을 놓고 평한다면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어느 각도에서던간에 슈팅을 가장 자신감있게 하는 스트라이커는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이동국만한 스트라이커는 없었다"
(단. '과거형'의 문장임을 주목하라.)

어느 분은 "어째 교체할 때 마다 경기력이 다운되나?" 하는 불만도 있으셨다.
근데 그걸 놓고 최강희 감독은 아무런 지시도 없이 묵묵한 관찰을 했다. 이 부분들을 볼 때 니폼니쉬 감독의 '버리지만 버리지 않는 경기' 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오만일까?

니폼니쉬 감독은 오래 전 나와 독대에서 감독의 직업이라는 부분을 놓고 '감독은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라고 말씀해 주신 바 있다.
그때 니폼니쉬 감독의 말은 이랬다.

"감독은 오늘보다는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직업이다.
그러기에 오늘 경기를 지고, 버리더라도 버리는 경기란 없다.
지는 경기라 해도 감독은 거기에서도 내일은 어떻게 더 나은 경기를 해야 하는가? 그걸 봐야 한다.
그러기에 감독이 치루는 모든 경기는 버리는 경기란 없다. 모든 것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다."

라는 말을 해 주셨다.
어찌보면 K리그나 각 리그를 뛰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관찰' 했다 해도 오늘 경기처럼 각 선수들의 '조합'으로 관찰한 적은 없다.  훈련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대'가 있는 피가 튀는 '실전'만이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 기회가 바로 이런 평가전이다. 대표팀의 평가전은 그런 면에서 소중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승패를 따져서는 안되고 내용도 두번세번 되새김 질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의 사진.
최강희 감독 및 코칭스탭들도 경기를 보는 맘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2004년 올림픽이 끝났을 때, 사석에서 난 '차라리 지금 과감하게 선택한다면 2006년 월드컵에는 2002 멤버를 배제하고 2004올림픽 팀 멤버들을 그대로 대표팀으로 기용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이때 지인들이 가장 염려했던 것이 바로 오늘 같은 사태였다.
올림픽 팀에서 잘했더라도 대표팀에서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어차피 노장들이 끼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그 경우 전체적인 궁합이나 밸런스는 또 달라지고 그것을 고정시키는데엔 시간이 든다는 아주 타당한 이유였다.

그렇지만 팀의 체질을 교체하는데에는 분명 충격이 있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 그리고 기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에 욕은 신나게 먹는 것은 또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선택조차 비난받는다면 대표팀 감독은 누가 와도 못 한다.
다시 히딩크를 불러와도 이런 분위기에선 안 된다.

히딩크가 '오대영' 이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연신 당하는 동안이 바로 이런 '교체기'였다. 그 때 '네티즌'들 뿐 아니라 정식 언론사들이 얼마나 비난했는지 기억이 없는가? 그리고 그를 통해 한발한발 달라진 대표팀은 어떤 성적을 냈는지 잊었는가?

정작 아시아 예선에선 잘했지만 본선에서 멘붕당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던것이 한국축구다. 그나마 지금 분명 나아진 면은 지역예선은 흔들렸더라도 본선에서는 나름의 성과를 차근차근 내는 것. 그것이 이러한 것에서 기초했다는 것을 돼시김질 해 본다면 오늘의 패배를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 지역예선의 결과, 그리고 본선에서의 결과와 내용 아닌가.
오늘의 한 경기만 놓고 일희일비에 난리친다면?

조광래 내치고 최강희 불러온 과정과 비교해서 뭐가 다른가?
그냥 좀 나가다가도 1패 하면 '위기'를 몰고온 거고 그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자리인가?

소설이지만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인 양 웬리는 양자인 율리안 민츠에게 이런 말을 한다.

"칭찬받는 것은 이겼을 때 뿐이야. 싸움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지기 마련이다. 그땐 손바닥을 뒤집는 게 세상이야. 생각만 해도 끔찍해. 세상 인심이란 알다가도 모르니까."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
죠반니노 과레스끼라는 이탈리아 작가가 쓴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한국에서는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이나 '돈 까밀로와 빼뽀네'등의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다)에서 나오는 돈 까밀로의 성당에 있는 예수상을 통한 대화중의 하나를 소개한다.

"예수님, 여론이라는 것이 그래도 가치는 있단 말입니다"
이라고 돈 까밀로가 말하자 예수의 답이 걸작이었다.

"알고 있다. 그 여론이라는 것이 나를 십자가에 못박았잖아"

묻고 싶다.
'조광래가 한국축구를 나락에 빠뜨렸고 그것을 구해준 구세주 최강희'를 그렇게나 애타게 부르짖고 앙망하고, 찬양하던 그 손가락들은 지금 누구를 비난하는 글을 써대고 있는 것인가?



                                                                                                       - 글쓴이 : 홍차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