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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즈벡vs한국전 경기 분석 문답

글쓴이 : 홍차도둑


이번에는 문답 형식으로 경기를 리뷰하려 합니다. 왜 경기가 비겼는지 등에 대한 몇가지 의문 등을 '문답'형식으로 써보겠습니다.



문 : 전반전부터 우즈벡의 공세가 거셌다.

답 : 우즈벡은 당연히 전반에 승부를 걸어야 했다. 더불어 전반 우즈벡의 공세는 한국에 있어 여러 과제를 넘겨준 것이기도 했다. 많은 해설에서 빼먹고 있는 점은 우즈벡의 수도 타슈켄트는 평균고도 480m 의 '고지대' 라는거다. 늘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이란 원정의 어려움으로 꼽는것이 테헤란의 고도 1500m 라는 것이다. 이 부분이 타슈켄트가 낮다 하더라도 무시할수 없는 높이라는 것은 그간의 원정에서의 힘듬이라던가 등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조건을 철저히 이용하기 위해서 우즈벡은 초반 승부를 걸었고 그건 초반에 분명 맞아떨어졌다. 한국 선수들은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고 이 부분은 후반까지 발목을 잡았다. 우즈백 감독 카시모프의 초반 전략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우즈벡의 골이 들어간 직후 사진. 우즈벡은 세트플레이에서 '힘이 좋은 팀'이 상대 수비를 붕괴시키는 가장 정석적인 플레이로 한국의 코너킥에서의 수비를 붕괴시키다시피 했다. 문제는 이런 방법을 한국이 경험하려 해도 쉽지 않다는 것. 2006월드컵때엔 그리스가 이런 방식을 쓰려 했으나 자블라니의 탄력성 때문에 코너킥 등의 크로스에서 공이 떨어지는 지점의 편차가 너무 커서 한국 수비들이 득을 본 케이스였다. 우즈벡은 한국이 '알면서도 대비하기 어려운 상황'을 철저히 반복시킴으로서 선제골을 잡아내며 사실상 경기를 주도했다.
사진은 MK스포츠의 옥영화 기자 사진 http://sports.mk.co.kr/view.php?no=583544&year=2012 ]



문 : 우즈벡의 두 골은 전부 세트피스에서 이루어졌다.

답 : 약팀도 동등한 기회를 맞을 수 있는 것이 세트플레이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유럽에 가까운 파워와 신장이 앞선 우즈벡으로선 한국과의 최소 '동등한 상태'에서의 승부를 걸 수 있는 부분이었다. 거기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이 보였다. 더불어 양팀 코너킥 숫자를 보길. 측면을 상당히 장악당했고 이 부분은 한국의 뒷발을 은근히 잡았다. 우즈벡은 분명 경기 운영을 성공적으로 한 편이었다.



문 : 그라운드의 상태는 어떻게 보였는가?

답 : 잔디 자체는 나쁘게 보이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잔디보다는 땅의 상태다. 그 '토대'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전 일이지만 수원이 역사적인 프로리그 첫 경기를 치룰 때 경기장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경기장 자체의 잔디는 큰 문제가 없이 '보였지만' 곳곳에서 피어오로는 흙먼지와 푹푹 빠지는 상태인 것이 보이는 중계방송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의 역전골도 보면 이동국이 중심이 미끄러져 넘어진 상태였다. 그 외에도 몇몇 장면에서 양팀 선수들이 서로 넘어지는 부분을 보면 대부분이 미끌어진 부분이었다.



문 : 그렇다면 그라운드 상황은 어느팀에 유리했는가?

답 : 서로가 같은 조건이었다지만 '평소에 하는'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홈경기라는 것은 그런 면이 크다. 되려 홈 경기에서 평소에 하던 조건을 바꾸면 고전하는 것은 홈팀이다. 홈팀의 이점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문 : 한국대표팀은 최근들어 '그라운드 컨디션이 안좋은 경기장'에 가면 고전한다 1980-90년대에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다.

답 : 아이러니하게도 2002 월드컵 이후부터 한국의 그라운드 사정은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프로축구도 그쯤 하여 20년이라는 기점을 통과했다. 더불어 각 구단들의 구장 관리에 대한 노력도 5년 이상의 노하우가 갇춰지면서 그라운드 관리를 비약적으로 잘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본선에서 '좋은 잔디' 때문에 헤매는 일은 많이 없어졌고 다양한 잔디상황에 대한 적응능력이 높아졌지만 '엉망인 잔디 상태'는 아직도 문제다. 


다행인 점은 파주 축구센터의 축구장 중 하나를 일부러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기로 축구협회가 결정했다는 거다. 그래도 문제인 것은 경기때마다 그 상황을 맞출수가 없다는거다. 결국은 경기장 상황에 따른 전략을 미리 짜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부분을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장에서 선수들의 임기응변과 감독의 임기응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이런 '인프라 편치가 큰 나라들끼리 섞였을 때'의 문제점이다. 쉽게 헤쳐나갈 문제가 아닌 것이다.


반대로 1980-90년대까지는 한국도 그라운드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 잔디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과 그리 큰 차이가 없어'서 되려 월드컵 예선을 비롯 아시안컵 등이 동남아 등 잔디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곳에서는 성적이 좋았지만 그나마 조금 나았던 중동에서 치뤄질 때 고전을 펼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당시 중동의 그라운드 사정은 한국보다 더 나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 더위와 홈텃세만이 이유가 아니었다. 당시 중동의 잔디사정은 한국에 비해 나은면이 있던 곳이었다. 당시 중동의 정치사정상 스포츠쪽에 들어가는 돈은 대단했고 그에 따라 운동장 관리에 들어가는 부분은 한국보다 위이기도 했다.



문 : 이청용을 빨리 뺐다.

답 : 최강희 감독으로선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전반전을 끝나고 빼느냐 후반전 초반에 빼느냐의 선택만 남았을 것이다. 1년이 넘는 시간만에 복귀한 만큼 무리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김신욱의 투입은 '플랜B'가 아니라 '플랜A'다. 플랜 A나 B를 교체선수의 투입 시점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어떤 상황으로 가서 어떤 선수를 교체할지까지 생각하고 경기 전체의 플렌을 잡아놨다면 그것은 '플랜A'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애당초 이른바 '최선의 플랜 A'를 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성해 가거나 '플랜 A'와 궁합이 안맞는 팀을 상대로 할 때 써야하는 것이 '플랜 B'다. 김신욱의 투입과 후반 막판 박주영의 투입은 최강희 감독이 생각하고 있던 '플랜A'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



문 : 그렇다면 이동국의 활약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답 : 이동국은 그의 선수생활을 볼 때 고교시절을 제외하고는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보기는 어렵다. 이동국은 다른 선수가 앞에서 타겟을 서 있을 때 빈 자리를 침투해 가거나 아니면 그 외의 자리에서 공을 따내는 선수였다. 타겟형하고는 다른 타입의 선수였다. 그 선수가 단순히 골을 많이 넣었다 하여 팀의 득점원 중추로 보는 것은 '팀 전체의 흐름'적인 측면에서 볼 땐 위험한 부분이다. '왜? 이동국이 소속팀에서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는가?' '어째서 이동국에게 기회가 많이 올 수 있었는가?' 부분을 본다면 이동국을 타겟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동국은 자신이 속한 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칠 때엔 자신이 활약할 공간을 만들어 주는 '짝'을 필요로 했다. 이른바 그의 '제1의 전성기'로 불러야 하는 20세 때에도 그는 김은중과 짝을 이뤄서 엄청난 파괴력을 만들어 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도 전북에서는 에닝요, 루이스, 정성훈 등의 동료들과의 호흡을 보면 이동국에게 필요로 하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선수의 필요성은 지금도 화두가 될 수 있다.



문 : 박주영과의 컴비네이션이 그래서 기대되는 것인가?

답 : 아쉽게도 박주영과 이동국은 신체 조건은 다르고 플레이 스타일은 다른 듯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면이 있다. 박주영도 공격 전방에 자기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선수가 있으면 능력이 더 극대화되는 타입이었다. 다만 박주영이 대표선수 초반과 지금과 가장 달라진 면은 '원톱'으로서 다른 선수를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까지 발전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동국+박주영의 시너지효과'를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궁합'이라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오늘도 최강희 감독은 둘을 동시에 세우는 타임을 후반 뒤로 끌고 갔고 김신욱의 투입으로 인해 우즈벡 수비의 주의를 김신욱으로 돌린 뒤에야 박주영과 이동국을 동시에 세우는 상당히 모험적인 투입을 강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로 인해 생긴 미드필드 붕괴였다. 후반 막판 위기사항들은 그런 밸런스 붕괴로 인해 나온 것들이다.


박주영과 이동국의 조합이 잘 안먹히는 이유는 바로 이거 '둘은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타입이다' 때문에 '공격 동선의 비효율적인 분배'가 이루어지고 이것은 고칠수 없는 정도다. 이럴 경우는 투 프런트 카드를 포기하는 것도 분명 방법의 하나로 선택될 수 있다.



문 : 우즈벡은 승리를 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다.

답 : 그렇게까지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 우즈벡은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우즈벡의 전술적 패배다. 위험한 부분에서 한국 선수들은 끝까지 버텨낸 점, 그리고 수비에서도 정성룡의 선방도 잘 보면 이른바 '슛 코스를 한정시키는' 수비를 보여주었다. 2006년 월드컵 지역예선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그때도 한국은 불리한 경기를 어떻하던지 동점으로 만들어 내고 유리한 경기도 역전패는 절대 당하지 않는 '승점을 어떻게던 쌓는 방법'으로 지역예선의 진흙탕 싸움을 밀고 올라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한국도 아직 안정권이 되지는 못했다. 다행히 이란이 레바논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선두는 유지했지만 쉽진 않다. 우즈벡은 이번 경기에서 분명 자신감을 얻었다. 카시모프 감독의 여우같은 경기 사전 준비는 치밀했다. 우즈벡의 대 선배로서 한국과의 경기를 이렇게 끌고간 자신감을 선수들에게 강조할 것이다.


물론 우즈벡은 현재 최하위지만. 우즈벡 입장에서도 10월 경기에서 살아나서 중위권의 혼전을 주지 못하면 최종예선 후반기에 끼어들 자리조차 확보하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추격의 기회를 한경기 늦게 물러선 우즈벡은 이 경기 결과가 부담스럽게 되었다.



문 : 이란전은 사실상 분수령이 되게 생겼다.

답 : 그렇다 승점상으로도 이란이 한국을 잡는다면 승점은 같아진다. 레바논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이란은 분명 강호다. 더구나 1500고지의 테헤란에서의 경기다. 이 경기를 이란은 당연히 잡으려고 할 것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한달간의 기간밖에 안남았다는 것과 함께 이제부터 K리그 선수들은 스플릿이라는 강행군을 치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경기 한경기에 매달려야 하는 경기 성격상 A스플릿에 올라간 팀의 선수들도 심적 평안함은 없다. 그들도 '플레이오프 진입'이라는 로또를 잡기 위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있게 된다. 이 시점에서의 선수들의 체력 방전 및 부상변수가 또 떠오르게 된다.


이청용의 복귀는 환영이지만 올림픽 대표 선수들의 체력방전도 눈에 띄었다. 이런 시점에서 선수들이 휴식을 많이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또다른 변수 작용은 '장기레이스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한국의 유불리를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다. 분명한 것은 한국은 이번 경기의 내용은 '좋다' 보긴 어렵지만 '최악의 결과'는 만들어 내지 않았다. 2004년 이후 한국축구가 보여주는 이 점은 이전과는 다른 면이다.



문 : 레바논의 고추가루 뿌리기가 무섭다.

답 : 경기를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레바논 홈경기였다는 점에서 '그라운드 사정'이 또 변수가 되었을 것이 쉽게 예상되지만 경기를 본 다음에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도 레바논 홈경기가 내년 6월4일에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그 뒤의 일정이 3연전이다. 3주 연속 겨루는 마지막 상황. 이때 첫단추를 잘못끼면 문제가 된다. 이란과의 경기와 함께 숨겨진 함정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