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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셋풋볼

최재형 PD님께.

                                                                                                                        글쓴이: 바셋

저에게는 올해 일곱 살 된 여식이 하나 있습니다. 여느 여인네들처럼 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고, 나아가 삼강오륜에 부위자강(父爲子綱)이라 하였거늘 아빠 축구 볼 때 채널이나 돌려 싸는 개념마저 없는 아이입니다. 한마디로 무학무뇌합니다.

각설하고 오늘 쿠웨이트와 경기 초반, 이 친구가 뜬금없는 소리를 합니다. 이동국과 이근호가 한 골씩 넣어 한국이 2-0으로 이긴다고 하더군요.

동서고금을 통틀어 축구선수 중 유일하게 박지성만 아는 아이임을 잘 알고 있던 이 애비는 선수소개 자막보고 두드린 봉창소리겠거니 치부하고 무시합니다. 나아가 전반 내내 이제 다시는 뱉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20년을 우려먹은 이동국 전용 스페셜 담화를 읊조렸던 저였기에 이내 딸아이의 예언은 잊고 맙니다.

헌데... 피디님도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이근호의 쐐기골이 작렬하는 순간. 저는 제 여식이 명왕성의 기운을 받아 이미 음양상생의 기조를 파악한 뒤 함부로 천기를 누설하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식겁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림,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아이는 하늘의 기운을 받은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이 여인은 선수 명단에서 맘에 드는 이름을 우연히 찝은 것이 아니라 애국가 나올 때부터 한국 선수 중 딱 둘, 바로 이동국과 이근호를 실제로 인지 및 구별하여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딸아, 그대가 대체 이근호를 어찌 아는가?”
“허허, 바로 이수근 친구지 않은가!”
“......... 그게 대체 뭔 소린가??”
“1박2일”
".........!!!!"

피디님께서 1박2일 시즌2를 맡으신다고 들었습니다.이전에도 슛돌이, 천하무적야구단 등 스포츠 연예프로로 대성공을 거두신 분이심을 잘 알기에 무뢰를 불사하고 청을 넣어봅니다. 제발 우리 대표선수들 돌아가며 그 프로에 출연시켜주십시오!

그 많은 선수 중 왜 하필 1박2일 멤버 둘이 골을 넣었을까요? 명승고적을 찾아다니며 반도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1박2일을 통해 동궈와 그노가 비상했다 저는 확신합니다.

말만 잘하면 걔들 출연료는 축협에서 대신 내줄지도 모릅니다. 마침 회장 선거도 있으니 이럴 때 뽑아 먹으면 됩니다. 까나리도 먹이시고, 카툰박스 안에서 재우시고, 막 굴리십시오. 특히 대표팀 경기만 나갔다면 꼭 면상으로 강속구를 막는 우리 원재부터 필히 챙겨주십시오. 분명 얼굴에 마가 끼었습니다.

꼭 ‘주역’적 측면에서 1박2일의 효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래방에서의 경험으로 봐도 나는 박완규 뺨치게 잘 부르고 있는데 뒤에선 지들끼리 떠들고 술 퍼먹고 있음 슬쩍 정지 버튼을 누르고 찌그러져 있게 됩니다.

1박2일이란 국민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선수들 기 좀 살려주심에 곧 우리 대표팀의 좋은 성적으로 연결된다면 이를 바로 애국이라 칭하지 않을 자 누가 있겠습니까? 부디 피디님은 제 이야기에 성의 있게 대응해 이 땅에서 영원토록 찬양받는 방송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1박2일 시즌2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부디 건승하십시오.


추신: 혹시 힐링캠프 제작진과 친하십니까?

동국씨, 항상 당신에겐 미안한 맘 뿐입니다. 근데 오늘 솔직히 좀....
사진 by : 홍차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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