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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셋풋볼

우리가 생각하는 돈질이 아니다

 글쓴이: 바셋

작년 7월 초,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블로그에 올렸던 ‘중국이 온다’란 글에서 15개월 안에 중국과 한국 리그 최상위 팀이 격돌해 한국이 박살날 수 있다는 천기누설을 하고 맙니다.(그 블로그가 폭파된 관계로 증거는 없습니다. 그냥 믿으십시오.) 그런데 중국이 공기를 단축해 7개월 만에 이를 실현했네요.

저의 신기를 믿고 나불거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분위기상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고 또 실제 벌어지고 맙니다. 사실 이번 전북의 패배는 그리 법석 떨 일이 아닙니다. 세상엔 알고도 당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선조 임금도 그러셨고, 이 박사님도 그러셨고, 레버쿠젠이 그러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모든 언론과 여론이 중국의 ‘돈질’에 포커스를 집중합니다. 참 찌질해 보입니다. 광주가 경기 전날 콘카를 영입한 것도 아니요, 무리퀴가 비밀리에 숨겨둔 전력도 아닙니다. 이번 승리는 중국의 승리가 아닌 순전 용병 덕이라 말하는 사람은 한 대 때려주고 싶습니다. 내막은 전혀 다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 돈질과 완전히 다릅니다.

중국이 거의 전부분에서 이뤄내고 있는 기록적 성장은 항상 세계인의 예상을 불발시킵니다. 이유는 간단하겠지요. 중국은 남들이 먼저 걸어가며 겪은 시행착오를 철저히 분석해 같은 길을 가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 두엇 데려와 봐야 장기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은 중동 나아가 일본을 통해 지겹데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차라리 그들이 그다지도 인정하기 싫어하는 한국에게서 교훈을 받은 듯싶습니다.

작년 중국 득점왕 무리퀴가 2010년 브라질에서 건너올 때 이적료가 겨우 2백만 유로 수준입니다. 나이는 달랑 23세. 외국에서의 선수 경력 전무. 구단의 안목이 대박을 낸 경우입니다. 클레오도 파르티잔에서 8백만 유로에 넘어옵니다. 축구장 80개를 동시에 건설하는 헝다 정도의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광저우에게 8백만이 돈질일까요? 조원희는 아예 공짜로 넘어갔지요.

몇 년 전부터 중국리그에는 묘한 움직임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가급적이면 연고지역 선수를 선호합니다. 이는 두 번째 움직임을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둘째, 충분히 1부리그로 치고 올라올 여건이 있음에도 2부에서 머물며 시간을 끕니다.

일단 충성도 높은 자국(가급적 동네) 선수들을 모아 2부에서 굴리며 팀웍과 운영시스템을 키우고, 상비군부터 강화합니다. 여기에 가격대비 성능 뛰어난 용병을 보강해 단박에 승강 및 상위권 자리를 꿴 다음, 막강한 자금을 풀어 월드클래스를 영입, 국제적 이슈를 일으키며, 상위권 굳히기, 나아가 세계무대를 노립니다. 이 기간 내내 유스팀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중국 국내에서만이 아닙니다. 아프리카와 중미 빈국에서 하루가 멀다 중국 기업들이 공짜로 지어준 축구 관련 인프라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바르샤가, 아약스가 그랬듯 광저우 에버그란데 가봉, 잠비아 현지 유스팀이 탄생할 날 역시 멀지 않았습니다.

질만하니까 졌습니다. 아픈 가슴을 잡고 이야기하건데 지는 게 정상이었습니다. 돈질로 이룩한 성과라고요? 광저우의 모기업 헝다는 매출에서 세계랭킹 200위권 밖의 회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100등은 위에 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했다는 겁니다. 그게 왜 자랑이 되는지...

사진출처. 광저우 홈피 http://www.gzevergrandef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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