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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셋풋볼

무솔리니 블랙을 아시나요?

                                                                                                                글쓴이 : 바셋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애용되는 축구 유니폼 색이 백색 계열이라 합니다. 우리 한국에선 흰색=보조 유니폼이란 인식이 있지요.(흔히 ‘원정 유니폼’이라 부르는데 이 사이트 대장님이 그 말을 되게 싫어해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피합니다.)

나이키의 소중함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만 새 옷이 우리 대표팀에는 잘 안 어울린다 느껴집니다. 아마 90년대 초 올백 유니폼을 휘날리며 거둔 몇 번의 처참한 결과가 뇌리에 박힌 탓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60년대에도 백색이 애용되지만 바지는 검정이었습니다. 사실 광복 직후 한국 유니폼은 오렌지였다고 하더군요. 토탈축구를 했나봅니다.

우연이 아니라 실제 네덜란드를 쫓아 오렌지를 적용한 나라가 있었습니다. 콜롬비아가 주인공으로 70년대 중반 크루이프의 혼을 담은 오렌지 유니폼을 대표팀에 전격 도용했고, 그 덕인지 대륙컵 3위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콜롬비아와 달리 존심 강한 우리나라에선 대놓고 남의 나라 기운을 빌려오지 못하겠지요. 헌데 축구에서 자존심 빼면 시체인 잉글랜드도 콜롬비아와 같은 짓을 한 적이 있습니다.

1973년 미신쟁이 잉글랜드 축협은 브라질과 바지까지 똑같은 옷을 선수들에게 입힙니다. 표면적으론 원정 시 색깔 중복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했으나 그해 잉글랜드의 A매치 스케줄 상 같은 적색이나 흰색을 장착한 상대는 폴란드 밖에 없었습니다. 또 FA는 원래 잉글랜드 골키퍼 유니폼이 노랑이었으니 별로 특이할 건 없노라 둘러대지요. 문제는 노란색에서 쌈바의 기를 받기는커녕 줘터지고 다니는 결과가 탄생합니다. 도루묵.

물론 덮어놓고 잉글랜드를 표절로 몰아갈 수 없긴 합니다. 사커와 럭비가 아직 지 정체성도 세우지 못하던 시절 UK에선 노란색 유니폼이 흔하게 사용됩니다. 웨일즈 대표팀도 지금의 브라질 것도 비슷한 옷을 입었고, 스코틀랜드 역시 노란색을 자주 애용합니다.

스웨덴을 제치고 노랑축구의 아이콘이 돼 버린 브라질은 원래 흰색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흰색 바탕에 몇 가지 색을 바꿔가며 섞어 씁니다. 흔히 브라질이 1950년 월드컵 결승 패배 이후 저주받은 흰색 유니폼을 쳐다도 안 봤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흰색도 계속 서브 유니폼으로 존재합니다. 대신 실제 경기서 입지는 않았죠.

흰색같은 특정 색깔이 사랑받다보니 자연히 국제전만 했다하면 유니폼 중복이 문제가 됩니다. 위에 언급한 브라질이 백색에 이런 저런 색깔을 섞기 시작한 이유도 남미 대륙컵을 열고 보니 참가국 대부분이 백의민족이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1934년 월드컵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됩니다. 3/4위전에서 붙은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똑같은 백색 상의, 흑색 하의를 입고나온 겁니다. 할 수 없이 원정팀 자격이던 오스트리아는 개최지 나폴리 팀의 하늘색 유니폼을 빌려 입고 더러분 기분으로 나와 경기까지 깨집니다. 독일도 딱히 즐거울 건 없는 게, 귀국 후 히틀러에 의해 깜방에 갑니다. 4강에서 열등한 슬라브 민족의 나라 체코에게 깨졌거든요.

암튼 1938년부터 피파는 공식적으로 보조 유니폼의 도입을 명문화합니다만 각 국가들이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80년대까지도 경기직전 유니폼이 급조되는 일은 적잖게 발생합니다.

물론 유니폼 중복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도 있었습니다. 흰색의 반대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검정은 축구에서 배척받는 색깔 중 하나입니다. 이유야 뭐 생각하고 말 것도 없겠지요. 여차하면 쪄죽습니다. 근데 이 블랙을 사용한 나라가 놀랍게도 ‘아주리’ 이탈리아입니다. 또라이 같은 발상의 주인공은 아니나 다를까 무솔리니였지요. 원래 대표팀 상비군에게만 입히다 나중엔 A팀도 착용하는데 2차 대전 패배 이후 다시는 해녀 잠수복을 입지 않습니다.


                                                     토탈잠수용 해녀복도 있군요.

                                   출처 : 중앙일보 기사 '해녀복 오렌지색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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