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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Q&A로 풀어보는 한국vs아이티



글쓴이 : 홍차도둑

4 : 1
오랫만에 보는 스코어다.
보나마나 내일자 스포츠 신문에는 '장미빛 기사'들이 활짝 피어있을 것이고, 홍명보의 '신의 한 수'에 대한 찬양들이 올라왔을 것이다.

전체적인 경기를 보면 전반전은 '균형적'으로 갔고 후반전에는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두고 갔다는 점은 쉽게 드러났다. 이 부분은 아이티가 1.5군을 출전시킨다고 밝혔던 만큼 그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전에 공격적인 진형을 테스트할 것을 애초에 홍명보 감독은 의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경기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Q&A식으로 경기를 이야기 해 보자.



Q : 시작은 이전 동아시아대회때와 거의 비슷한 진형이었다.
A :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서 손흥민-지동원-이근호 라는 3명의 투입이다. 손흥민과 지동원이라는 자원을 활용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대회와는 다른 공격패턴을 선보였다.

Q : 이근호외의 두 선수의 투입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
A : 원톱으로서의 지동원의 움직임을 기대했을 것이다. 아이티 수비에서의 포스트 플레이 및 상대 수비를 헤집는 기본적인 움직임 말이다. 하지만 지동원의 활약은 그리 보이지 않았다. 원톱이면 더 적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바람에 공격루트가 전반전은 단조로워진 부분이 있다.



[전반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 http://osen.mt.co.kr/article/G1109677975 ]


Q : 후반전 시작하면서 3명이나 교체했다. 코어의 이동으로 보아도 되나?
A :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코어는 그대로이지만 공격진들의 전체적인 교체로 보면 되겠다. 김창수,고요한,지동원의 교체 이후 들어간 선수들은 공격진의 교체로 봐야 한다.

Q : 그렇다면 전반은 원톱, 후반은 제로톱으로 보아도 되나?
A : 그렇게 볼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구자철은 원톱이라 보기는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사실 공격 1선에서 이청용-구자철-이근호-손흥민 넷이 역할을 계속 바꿔가면서 아이티를 공략했다.
제로톱이라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제로톱과 같은 것으로 보면 안된다.
제로톱도 지향점에 따라 여러가지 운용방법이 존재한다. 구자철의 오늘 움직임과 메시의 움직임은 다르다.

Q : 드물게 한 경기에서 두개의 페널티킥이 나왔다.
A : 둘 다 이청용 선수에게서 나왔다. 적극적인 돌파 덕분에 나온 페널티킥이다.
큰 부상에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다 재활이 잘 된 것 같다. 하지만 두개의 페널티킥은 좀 의문스럽다. 첫번째 페널티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두번째 페널티킥은 확실히 돌파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이티 수비수의 발이 들어간 부분이라 정당하다 할수 있지만, 첫번째 페널티킥은 의문점이 있다. 그로 인해 2:1이 되면서 경기 흐름이 급격히 기울어졌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는 이청용처럼 상대 수비를 드리블로 돌파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는 너무 견고해졌다. 그 수비를 깨기 위해선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돌파할 수 있는 선수는 필수요소라고까지 할수 있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이청용의 돌파. 이청용 선수는 이런 돌파로 페널티킥을 두개나 만들어냈다. http://osen.mt.co.kr/article/G1109677983 ]


Q : 아이티 선수들이 항의를 많이 하더라, 아이티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판판정에 대해서 말할 정도였다.
A : 그들로선 그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심판 판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아이티 감독의 심정이 이해가 갈 정도였다.

Q : 이날 경기는 대표팀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보는가?
A : 도움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미 1990년대 초반까지 이런 형태의 평가전은 많이 치뤄졌다. 그때의 명분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승리가 본선에서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 되려 2002년의 성공은 여러차례의 대패를 통해 팀의 진행방향을 제대로 체크한 면이 컸다.

손자병법에 "깃털을 들었다고 힘이 세다고 하지 않고, 천둥소리를 들었다고 귀가 밝다고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날 승리는 그런 것에 가깝다. 정작 중요한 것은 실전 경쟁력이다.

오늘 후반전의 공격이 잘 풀려진 것은 상대가 후반 초반 페널티킥 이후 전의상실로 인해 경기가 루즈해졌음은 홍명보 감독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한국이 오늘과 같은 심판진을 갖추지 않는다면 다른 팀과 대결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이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심판판정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는 의견을 피력한 아이티의 생 장 피에르 감독, 그 말을 그냥 넘기기는 어려울 정도로 이날 경기의 판정은 한국에 유리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 http://osen.mt.co.kr/article/G1109678001 ]



Q : 그렇다면 10일 열리는 크로아티아전이 실질적인 평가전이 된다는 것인가?
A : 그렇다.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하는 경기는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홍명보 감독도 그것을 염두에 두고 경기체크를 할 것이다.

Q : 한국 대표팀의 현재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A : 모든 후보들이 실전에서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한 제로톱은 분명 유혹적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놓고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모든 전술은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있다. 제로톱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K리그 안에서도 전통적인 역할의 '최전방 공격수'중 토종 공격수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로 채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찾는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경쟁력이 뒤져서 초-중-고 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도맡아 하던 선수도 프로에 입단하면 최전방 공격수를 하기 어려워졌다. 몇년 뒤까지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

Q : 전반전에 아이티는 역습에 성공했다.
A : 제대로 된 역습이었다. 수비진들이 아이티 선수를 완전히 놓쳤다. 그 이전, 그 이후에도 몇차례 놓쳐서 위기상황을 만들어 냈다. 아이티가 조금 더 잘하는 팀이었으면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다.
역습은 약팀의 전유물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4강전에서 경험했듯이 강호 브라질을 상대해서 전반 초반에 흐름을 잡았지만 역습에 무너졌다. 강팀은 경기 흐름에 따라 포인트를 내는 방법에 있어 자존심을 쎄우지 않는다.
약팀뿐 아니라 강팀도 수비 뒤 역습을 한다. 그리고 그 파괴력은 약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기에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수비의 마킹 실수는 크다.

Q : 미드필드들, 특히 '코어'라 할수 있는 하대성, 이명주, 고요한은 어떠했는가? 고요한은 전반만 뛰고 교체되었다.
A : 이날 코어인 하대성, 이명주의 경우는 후반전의 움직임을 더 유심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공격에 비중이 높은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이들의 역할은 공-수 양면에서 적절한 균형을 계속 찾아주었다. 공격에서 흐름을 놓쳐서 끊겼을 때 빨리 백업해주고 압박해 주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65분 하대성, 75분 이근호가 각각 한국영, 김보경으로 교체하면서 코어는 이명주-김보경으로 바뀌었다.
바꾼 것은 크로아티아전을 대비한 것으로 본다. 고요한에 비해 이청용은 공격적으로 배치되었다.
이청용이 들어가면 이청용의 공격적 성향을 살리기 위해 뒤를 받쳐주는 선수가 필요하다.
하대성-이명주 선수는 그 부분을 꽤 커버해 주었다.

Q : 하대성-이명주-고요한과 한국영-김보경-이명주에 비해 나은점은 무엇일까?
A : 짧은 시간만 보고는 어느부분이 낫고 못하고를 이야기 하기 어렵다. 더구나 경기는 그때 이미 루즈해졌다.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다만 하대성과 김보경을 놓고 보았을 때 공-수에서의 균형감은 하대성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하지만 김보경이 공격쪽에 기울어질수 있던 것은 이미 한국이 1명의 우위를 점한 뒤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교를 할 수 없다.

Q : 크로아티아전의 포인트는?
A : 홍명보호의 특징인 '중원 압박'에 대한 제대로 된 테스트다.
그간 홍명보호는 객관적으로 한수 위로 평가받는 상대와의 제대로 된 경기가 없었다.
홍명보호의 실질적인 첫 테스트라 본다.
이 경기는 홍명보 감독의 전체적인 큰 틀을 확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