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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홍명보호의 마지막 퍼즐은?



 

글쓴이 : 홍차도둑


8월14일 페루와의 평가전이 끝났다.
페루가 장거리를 날아오고 서로간에 준비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골'이라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 결과로 홍명보 감독은 2000년대 들어 4경기 연속 승리가 없는 최초의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되고 말았다.
이전에 네티즌들이 '절대로 지지 않는 무승부의 화신'으로 부른 허정무감독, 그렇게 비난을 가한 조광래,최강희 감독도 이런 성적은 기록하지 않았다. '결과로는 좋지 않은' 모습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지 4경기째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승리는 없었다.]



경기적으로 봤을 때엔 홍명보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때부터 추구해 온 공간압박에 따른 상대를 몰아치기는 이번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골'은 없었다. 그간 4경기에서도 기록한 골은 단 한골.

그것도 전문적인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의 페널티 에리어 밖에서의 슈팅에 의한 것임을 생각하면 공격진에 문제가 많아보인다. 그러나 그 이전경기까지 계속 확장해 보면 2013년 3월 26일의 이근호-손흥민의 골이 가장 최근의 '최전방 공격수' 들이 기록한 골이다. 무려 4개월이 넘고, 경기수로는 6경기동안 공격수의 골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둘도 전통적인 스트라이커 이른바 '골잡이'로 부르기엔 무리가 좀 있다. 이른바 '최전방'에서 골을 전문으로 넣는 것 보다는 주변을 헤집거나, 역습 위주의 골잡이었던 것을 보면 경기 내내 골키퍼와 최후방 수비수와 부대끼며 골을 넣어야 하는 '전통적인 골잡이'들의 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역사적인 추세로 보더라도 그러한 전문적인 스트라이커의 득점 비중이 줄어들고는 있다지만 이렇게까지 골가뭄이라면 문제가 된다.

팀에 있어서 '코어'가 경기의 중심을 잡아주더라도 결국 축구는 '골'이라는 포인트가 앞선 팀이 이긴다.
때문에 팀의 '코어'를 잡는데 있어서 공격수를 옵션에 넣느냐 마느냐는 감독의 경기를 이끌어가는 구상에서 포함이 될수도, 안될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공격수는 코어의 구성에서 제외되더라도 스스로가 그걸 만들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점을 어떻게 풀어가느냐? 가 공격진을 풀어가는 능력이다.


[코어는 확실히 잡혔다. 하대성 선수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의 경기 장악은 대단했다]


공격수들 뿐 아니라 축구장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축구의 개인기는 '공을 원하는 곳에 놓는 것'이라고 극단적으로 표현 할 수 있다.
그러나 축구는 그것을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경기다. 상대는 그것을 어떡하던 방해하고 기회를 가져오기 위한 싸움을 하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점점 중요하게 되는 것은 공격수의 무브먼트고, 수비수들도 그에 따른 무브먼트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점으로 떠오른다.
그간 홍명보가 '김신욱만 들어가면 너무 뻥뻥 질러대서...'라는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이 '무브먼트'가 너무 '고정'되버렸기 때문에 상대는 '또 저거네?' 하고 딱 자리잡아버린다는 거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감독은 교통정리를 해야 하고, 선수는 그것을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

그 점에서 페루전은 어떠했는가? 상당한 합격점을 줄 수는 있다. 동아시아 대회에서 보여졌던 것과는 달랐다.
경기내내 미들 압박은 비슷했을지 몰라도 페널티 에리어 부근에서의 공의 방향전환은 그때와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바로 그 전에 있던 K리그들의 경기를 보더라도 활발한 페널티 에리어 안으로의 공의 투입이 바로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다. 이전 동아시아 대회에서는 경기를 잘 장악하더라도 결국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의 움직임이 좋지 못했다는 거였다. 이번 경기에서는 약간의 운만 따라줬다면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확실한 골 찬스를 놓쳤다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긴 곤란하다. 
'드십시오' 하는 기회에서 못먹는 것은 문제다. 기회도 기회 나름이지 '이건 확실하다' 라는 상황을 못가져간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오죽하면 해설진들이 '좀더 침착하게'를 몇번이나 부르짖었던가.
이건 정통 스트라이커의 유무를 떠난 정도가 아니다. 큰 문제다.

이미 현대축구는 전통적인 스트라이커 개념이 많이 무너진 상태다. 이전처럼의 '탑'보다는 더 많은 움직임과 수비가담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수비들의 개념도 더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의 원톱이냐 제로톱이냐의 전술적 선택 문제 보다는 공격수들의 무브먼트에 제대로 된 훈수를 실전에서 할 수 있는 코치진들의 빠른 판단과 정확한 지적이 필요하다.

[8월10일 명승부를 연출한 울산과 전북의 감독, 이들의 경기 전 전술적 선택과 경기중의 선수에게의 쪽집게 조언은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지난 10일 울산과 전북과의 경기는 그런 면에선 그날 경기의 백미는 양팀 감독들의 지략싸움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의 재건되지 않은 미드필더진을 놓고 억지로 재건하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서 최대한의 승리전력을 뽑아내기 위해 공격진들의 전진과 함께 수비의 전진컨트롤을 요구했고 그게 전반전엔 제대로 먹혔다.

울산 공격의 핵 김신욱은 이걸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지만 뚫리지 않았다. 그래서 0:2로 전반을 전북이 가져갔다.
그리고 후반들어 울산은 공격진의 무부먼트를 바꾸는 일을 여러차례 감행했다. 순차적으로 확실하게 말이다.
거기에 김호곤 감독이 어떠한 조언을 했는지 몰라도 후반들어 김신욱의 움직임 패턴이 크게 달라지면서 김신욱의 프리 찬스가 많아졌다.
그리고 전반에 앞서가기 위해 무리한 전북 수비는 전반 말미에 보이던 균열이 더 커져 버렸다. 그리고 분위기를 울산으로 가져오면서 만든 무승부였다.

전북은 전-후반 내내 윌킨슨이 이끄는 수비의 영리한 무브먼트가 아니었음 이미 전반 후반 이후 박살났을 가능성까지 있을 정도였다. 미들을 내 주는 모험을 감행했기에 나온 부분이었다. 양팀의 이걸 경기 내내 느끼면서 나는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김호곤 감독에게 '호거슨' 소리가 나온게 아니고 '철퇴왕'소리가 나온게 아니었다. 최강희 감독도 리그를 제패하고 아시안컵을 괜히 제패한 감독은 아니었다.

그에 비하면 그간의 대표팀 경기는 무미건조한 맛이 있었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가 홍명보호의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코어는 잡혀졌다. 그리고 경기 주도권은 꽤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승리를 가져가기 위한 '골'이 없다.
이 부분은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이걸 마무리 짓는 능력의 첫번째는 선수들의 실전에서의 활약 여부겠지만, 그 부분을 도와주는 코칭스탭의 '순간적인 조언'으로 '경기중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교체의 신기'라는 것도 '경기중의 해결책' 중 하나지만 선수 교체 없이 그러한 '순간적인 조언'만으로도 경기의 플랜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 플랜A라던가 플랜B는 엄청난 허상이다. 경기중에 선수들 스스로가 그러한 '플랜'을 바꿔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점을 조언해 주는 것도 코치의 경기중의 절대임무다.
이 부분이 해결의 '홍명보호'의 마지막 퍼즐이 될 것 같다.


이번 경기 까지는 'K리그의 선수들'을 주로 확인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도 홍명보의 플랜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경기에도 보면 하대성 이후의 여러 조합에 대한 실험도 같이 한 것 같다. 그렇기에 경기내의 '순간적인 조언' 보다는 전체적인 멤버확인에 치중한 느낌이었다.

이번 대표팀은 다른 때의 대표팀과는 달리 너무 실험적인 대표팀이다.
가히 2006 대표팀과 동급인 이런 과정에서의 마무리가 결국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결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