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최강희 감독에 대한 비난은 쉽겠지만...


 

text by 홍차도둑


최강희 감독이 적임자가 아니었다는 둥. 그간의 결과에서 어떤 색을 입혔냐는 둥, 거기에 더해서 '최강희가 한국축구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별별 이야기들이 다 들려온다.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한국축구를 구할 구세주니, 지금 필요한 것은 최강희의 리더쉽이니 했던게 언제던가
그게 2011년 12월 경이다 이제 1년 하고도 6개월.

해외파 중용을 너무 하는거 아니냐라면서 국내파 더 기용해야 한다, 이건 차별이네, 인맥축구네 하면서 조광래를 비난했고 당시 잘나가던 최강희가 맡아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것이 당시의 '네티즌'과 '언론'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위기며 당시 구세주로 칭송하던 최강희는 지금 거의 역적급으로 취급되고 있다. 해외파를 왜 쓰는건지 모르겠다는 '여론'은 지금에선 그래도 남은건 해외파에 대한 의존도를 이야기하며 해외파와 국내파간의 갈등은 여전하다며, 최강희 감독은 인맥축구를 한다며 1년 6개월 전, 조광래 감독에게 했던 비난의 레퍼토리를 지금 또 다시 들고나왔다.
이건 명백한 '깔 사람 없으니 까자'라는 시각으로밖에 안보인다.



[경기 직후의 인터뷰.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변명하지 않았다. 엑스포츠뉴스에서 사진을 가져왔다. 기사 원문은 http://xportsnews.hankyung.com/?ac=article_view&entry_id=334031 ]



참고로 두개의 2011년과 2012년의 기사를 링크해 본다.
그나마 축구팬들이 인정한다는 유명한 사람의 기사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오늘 쓴 기사도 말이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issue&mod=read&issue_id=437&issue_item_id=9493&office_id=260&article_id=0000000445
(최강희 리더쉽을 역설한 기사)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football&ctg=issue&mod=read&issue_id=437&issue_item_id=9491&office_id=260&article_id=0000000443
(지금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냐면서 한국인 정서, 한국적인 축구를 외친 기사)

그리고...
오늘 올라온 같은 사람들이 쓴 기사.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260&article_id=0000000727


비교해 보시길 바란다.

이러니 국내 감독들이 대표팀 맡기를 꺼릴 수 밖에 없다.

물론 대표팀과 클럽팀의 운영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타입의 감독이 맡아야 하는 것이 맞다. 나는 제아무리 퍼거슨이라도 대표팀을 맡는다면 삐꺼덕 댈 거라는 말을 자신있게 하곤 했다. 선수를 사용하는 타입이 다르니까.


늘 느끼는 거지만 세평이라는 것은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한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팬'들의 속성이고 이른바 '세평'이다. 뭐가 되었던 간에 이기면 장땡. 그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겼으니까 된거 아니냐?' 하고 넘어가고 그 문제점이 드러나면 '그때 기회를 놓치고...' 하아...그렇게 해서 나아지는거? 절대로 없다.


일단 끝까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조광래로 끝까지 갔어야 했다. 그래서 그런 타입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끝을 보고 하나의 결과물을 남겼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교체로 인해 그런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팬들이 그렇기 비난하는 조광래가 지금까지 팀을 맡았더라도 비슷한 결과는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아시아지역의 최종예선이면 결과 예측은 함부로 하기 힘들다. 그만큼 차이는 줄어들었다.

우리만 최종예선, 그 직전의 예선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하고 그래서 휘청대는줄 아는가? 전 세계 어디의 예선을 보더라도 타 팀을 압살하고 최종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오세아니아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예선에서 강팀이 '의외의 일격'이라는 것을 당한다는 것은 이젠 핫이슈를 떠나서 '매번 나오는 일상'이다. 심지어 그 때문에 유명한 강팀들이 탈락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이건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거다. 다른 팀들은 안당하는데 우리만이 당하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인가?

그것이 아니다 늘 세계 어디서든지 일어나는 일이다. 그만큼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각본없는 드라마'는 언제나 강팀이 약팀에게 당하는 '드라마'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스포츠이고, 그래서 팬들이 즐겁게 보는 것이기도 하다.

'침대축구'에 희생당했다 운운하지 마라. 늘 말하는 거지만 '침대축구의 발동 조건'은 상대하는 팀보다 포인트가 앞선채로 후반 어느정도까지 유지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을 상대로 일단 '앞서 있다'는 것이 보통 실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정말 엄청난 운빨로 앞서 나갔다 하더라도 그런 경우는 그 즉시 처참한 응징 당하던 일이 한두번이었냐 말이지. 한국을 상대로 후반 어느정도까지 앞서나갔다면 이건 기본 실력이 어느정도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전 세계의 어느 팀이건 말이다.




[레바논의 선제골은 이전과는 다른 아시아지역 B급 팀들의 약진을 상징하는 골이었다. 이전에 이런 상황에서 결정짓지 못하던 것과는 달리 결정짓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현재의 아시아축구다]


이번 레바논전에서도 보면 선제골을 먹는 장면을 보자. 분명 한국 수비수들이 선수를 놓친거 맞다. 그러나 그 시점을 놓치지 않고 정확히 들어간 레바논의 7번 선수는 칭찬해야 한다. 그런 순간의 실수를 거의 놓치지 않고 넣는게 요즘 아시아지역에서 최종예선전에 올라온 팀들의 실력이라는 거다.
예전에는 어땠냐고? 승점자판기 수준으로 인정되는 팀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슈팅을 하거나 컨트롤을 못해 득점하지 못했다. 이젠 득점을 하는 거다. 그만큼 그들과의 실력차는 줄어들었다. 이전 1980년대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A급 팀과 B급 팀들 사이에는 적어도 두골의 간격이 있었다 치면 지금은 한골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게 기본실력이면 어쩌다 몇가지 '요소'가 곁들여지면 일격 당할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막말로 말해서 '져도 그대로는 안져!' 라는 거다.

이걸 어디에 비유해야 할까?
딱 1990년대 한국이 2000년대 이후 정확히는 2006년 이후부터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현상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1986년부터 생긴 '와일드카드'가 있던 때엔 대놓고 한국축구의 목표는 '조3위'였다. 일단 한놈만 어떻하던 잡던가 어떻하던 상대하는 모든 팀들과 비겨보자는 것이 목표였다. '어떡하던지' 라는 운빨 기대하는 요소가 많았다. 그 뒤 다른조에서 제발 우리보다 승점 적은 팀 나와라~ 가 한국의 '절대지상목표'였던거다. 그러나 2002년 이후는? 그야말로 2위놓고 '한판 붙어보자' 가 되었다. 1위 찜이라 해도 다름없는 팀 외의 두팀과는 '이쉐키야 그래 한판 붙어보자! 니들이 날 이기려면 어디 이빨이 부러지던 어디 뼈가 나가던지 할걸?' 하고 맞짱 떠버리기 시작한게 지금의 한국축구다. 2006년 월드컵에서도 마지막 경기까지 조2위를 확정지어주지 않았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을 넘어서야 2라운드에 갈 수 있는 위치, 이른바 '조별예선의 미들커터'급까지 올라온거다.


[2004년 3월 31일, 한국시간으로 4월1일 벌어진 몰디브와의 경기. 0:0으로 비겼다는 소식을 듣고 '만우절 농담 아니냐?' 라고 했던 기억이 선합니다. 그 다음의 홈경기에서도 몰디브는 전반전 내내 한국에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후반 21분에야 골을 허용했을 정도로 선전했습니다.]


이걸 아시아지역의 팀들에 적용시켜보자. 한국은 반대 입장에서 그간 압도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거다, 그동안 '승점자판기'로 여겨왔던 다른 팀들도 이제는 발전해왔고 그들은 대놓고 "니가 날 KO시키려고? 나도 그냥은 안진다. 너도 코피는 터져야 할거다" 하고 붙는 상황이라는 거. 1990년대 후반 이후 아시안컵 본선에서조차도 위기상황이 한두번이었던가? 그때부터 이미 보여졌던 부분이다. 그걸 제도적으로 마련을 했던 것이 AFC였고, 한국도 그 덕을 본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아니었다면 현재 한국의 2010년의 선전은 없었을 것이다. AFC가 벌여온 AFC 속속 팀들의 수준 향상 프로젝트는 이제 올림픽이나 월드컵 최종예선을 이전과는 달리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는 목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AFC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행했던 가장 큰 이유가 한국이 그간 벌여온 월드컵 본선에서의 졸전이었던 걸 생각하면...-_-;)

어쨌던 최종전 두경기가 남았다. 기회가 된다면 현장직관을 해 볼 생각이다.
(사실 김신욱은 레바논전에서 투입하려 뽑은 카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레바논의 경기장 상태를 본 직후엔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은 홈경기에서 쓰기 위해 뽑은 것이라는 확신이다.)

지금 상황은 근시안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생긴 문제라 본다.
그들 입장에선 분명 당장 성과가 안나니까 그렇겠지. 압도적인 1위를 해도 이것이 문제네 저것이 문제네 할 사람들일 것이다.

6월5일에 올라온 두서있는 축구에서 동의하는 것은 있다.
감독을 그냥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세대를 바꾸는 거. 아주 동감하는 명제다. 막말로 지금이 '빠따질' 통하는 시대는 아니라는 거거든.
(물론 지금도 학원축구로 가면 빠따질이 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이전 세대와 지난 세대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선수들의 구성도 다르다.
웬만큼 잘 하는 선수들은 외국 무대에서 그냥 놔두지 않는다. 한국 축구가 1990년대 후반 이후 '국내파'가 대표팀의 중추인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 당연한거다. 일반 회사에서도 안그런가? 능력 있음 더 많은 급여 주고 스카웃한다. 그리고 사원 입장에서도 같은 일 한다면 연봉 더 많이 주는 회사로 가고싶지 않는가? 아님 간판 멋진 회사로 가고 싶은 것은 당연한거다.
앞으로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더더욱 주축이 될 거다. 한국축구의 지금 발전 속도로는 10년 뒤에는 대표팀에서 K리그 선수는 골키퍼를 제외하고 한명도 없는 일이 발생할수도 있다. 아니면 몇자리 안되는 자리 차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평가전이나 그런데에서는 K리그 선수들만 그득하고 정작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본선은 전부 해외파만으로 대표팀 짜서 갈지도 모른다.

여하간 이번 월드컵을 대비한다는 조광래-최강희 감독의 조합은 다 실패로 지금 여론은 조성되는 것 같다.
다음번을 준비하는데 있어 이번의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다음의 성공은 없을 것이다.

잊지말자. 히딩크 감독의 별명이 뭐?
'오대영' 감독 아닌가? 그 짤라내라는 여론을 조장했던 사람들, 아님 그거에 동조했던 사람들이 정작 예선을 돌파하고 파죽지세로 나가는 동안 '아 내가 잘못했다' 하고 온라인에 올린 여러 회개문은 지금도 기억난다.
최강희 감독을 부르짖고 원하던 앙망문을 수없이 '온라인'에서 보았다. 그리고 오늘 와서는 '실패'였다고 등을 돌리고 글을 쓰는 것들도 같이 본다.

분노는 나지만 마음 한 속에서는 그냥 뭔지 모를 씁쓸함만이 나온다.
역시 소설 '은하영웅전설'에서 '기적의 양'으로 불린 주인공 양 웬리의 말은 진리다.

"이기고 있을 땐 명장이라 찬양하지만 한번만 져도 손바닥을 돌리는 것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