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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K리그 30년 베스트를 뽑기에 앞서.


 


text by 홍차도둑


K리그가 30년이 되었습니다. 1983년부터 시작해서 어언 30년, 저도 초등학교 꼬맹이에서 이제 한참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K리그는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 냈습니다. 가까이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속적인 월드컵 본선 진출의 큰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차범근이라는 한국축구 사상 다시는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거인 외에는 유럽-남미의 유명한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30년전과는 달리 올해는 과연 누가 유럽에 갈 것인가? 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연맹에서도 30년이 된 만큼 명예의 전당 격이라 할 수 있는 K리그의 30년의 올스타를 뽑는 인터넷 투표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아...이건 아니다. 어쩔수 없었겠지만...'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오래전에 FIFA에서 20세기의 축구영웅을 꼽는데 있어서 내심 펠레를 기대하고 있었다가 인터넷에서의 인기가 마라도나에게 밀려서 급히 '전문가 선정'과 '팬 선정'으로 나누었던 해프닝이 생각나더군요. 지금도 중간 집계를 본 결과는 씁쓸합니다. 제가 씁쓸한 부분은 다른게 아닙니다. 현재 투표의 진행방향을 보면 "K리그 올스타"가 아니라 '1983-2013 한국 국가대표 올스타' 를 뽑는 것이 되어버렸다는 거죠.


K리그의 올스타는 분명 K리그에서의 활약, 공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국가대표는 국가대표로서의 기록과 활약이 따로 존재합니다. 더구나 어떤 선수는 K리그 출신이지만, 그의 대부분의 활약상과 전성기가 다른 리그 소속으로 활동 무렵에 이루어진 것도 있습니다. 단순히 선수생활의 시작과 끝을 K리그에서 했다는 것 만으로 K리그 올스타로 뽑는다...는 것은 좀 애매하지 않습니까?

이번 올스타 후보 중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익수, 신의손 선수의 재발견이라는 부분이겠습니다. 안익수 현 성남 감독은 선수로서는 당대 최고의 수비수였고 팀 우승을 많이 시켰음에도 그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선수로서의 안익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1994년 월드컵 대표팀에 늦깎이로 발탁되었지만, A매치 5경기 출장이 전부. 일화의 우승을 뒤에서 받쳐주었음에도 그를 아는 팬들은 올드 팬들, 특히 일화와 포항 팬들이 아닐 경우는 정말 드물었습니다. 오죽하면 지금 웬만한 검색 엔진에서 안익수 를 넣으면 나오는 이미지의 대부분은 감독 이미지입니다. 선수시절 이미지는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안익수 감독님의 이미지를 찾으면 선수 사진보다 더 많이 나오는 이 사진...피스퀸컵 때문에 패션쇼 무대에 서셨던 사진을 더 쉽게 찾을수 있습니다...-_-;;;]



신의손, 발레리 사리체프의 경우는 무투표 당선을 시켜도 문제 없다고 봅니다. 골키퍼 쪽에 있어서는 너무 심한 비유일지 몰라도 골키퍼 부분의 2위부터 나머지가 모두 덤빈다 하더라도 신의손 이 한명을 당할 수 없다고 보니까요.

그만큼 한국 K리그에서 이 한 사람 때문에 리그 규정을 아예 뜯어고쳐버리는 대대적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이 분 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팀의 구성을 바꿔버리기까지 했을 정도로 한국축구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일으킨 분입니다. 그러나 리그MVP는 '외국인'이라는 부분이 걸려서인지 일화의 연패시절에도 한차례도 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일화 내부에서나 축구팬들 대부분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일화의 3연패때 3번의 시즌 MVP를 사리체프가 몽땅 받아도 이상한거 아니었다. 사리체프가 한차례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상한거다"


이런 평가를 받게 한 선수는 K리그 역사상 아무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이분도 이제는 한국인으로 귀화하셨고, 그 귀화한 뒤 '한국인'으로 '리그 우승'을 한 공이 인정받아서 이번에 후보로 올라가신 것으로 압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선수시절엔 상 거의 못받으신 분입니다.



[일화의 절대무적 시대를 열었던 사리체프. 한국축구에 있어서 골키퍼의 개념을 바꾸었던 선수입니다. 그가 입단테스트를 받았을 때 일화의 주전 골키퍼를 보고 '저런 선수가 어떻게 골키퍼냐?' 하고 비아냥대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잘났으면 저런대?' 하고 비아냥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리체프는 K리그에 자신의 발자국을 아주 깊게 새겼습니다. 비아냥댄게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말한 것을 '지나친 자신감'으로 오해했을 정도로 당시 한국축구에서 골키퍼의 위상이나 팀내 비중 등은 아주 낮았던 시절입니다]


이번 뜻깊은 30년 올스타 선정에 있어서 전 다른 부분을 논하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K리그 올스타' 입니다. 그러기에 대표팀의 성적으로 받는 '대표팀의 성적'은 최대한 배제되어야 합니다. K리그에서의 대단한 활약으로 우선 선정되어야 하지 대표팀에서의 활약으로 선정되고 그만큼 K리그에 대한 공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1980년대 초창기에 선수로 활약한 분들은 이제 지도자 세대입니다. 그러나 이번 K리그 올스타는 순수히 선수로서의 활약만으로 뽑는 것이니만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는 배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1980년대는 FC KOREA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프로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이 잦았습니다. 사실 1980년대의 K리그 올스타는 리그 성적보다는 국대성적으로 뽑힐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FC KOREA가 아시아를 굴러다니던 시절이니까요.(한국 대표팀은 1977년에는 20승 2무라는 A매치 무패의 엄청난 기록도 있습니다. 지금 잘나가는 대표팀도 못해낸 성적을 냈습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선수로서도 정말 패배를 모르는 남자이기도 했습니다. 누군지 몰라도 그 짤방은 정말 잘 만들었더군요.) 


그러나 1990년대가 되면서 프로팀들의 자기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표팀 차출에 불협화음이 나오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그 때문에 대표팀 성적은 보잘것 없지만 K리그에서는 톡톡한 활약을 하고 역사를 쓴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후보로 올라온 선수들 중 안익수, 김기동, 신의손 은 딱 그런 케이스입니다.



[선수로서나 감독으로서나 엄청난 무패행진을 기록한 허정무님. 선수로서 A매치 무패 기록은 무려 28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나 이번 K리그 올스타 선정에서는 당연히 감독으로서의 기록은 빼야 할 것입니다.  참고포스팅 http://tirano.egloos.com/1916814 ]



저는 이번 선정을 보면서 K리그 30년을 '제대로' 정리한다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팬투표, 특히 후보를 정하고 하는 투표의 경우는 이런저런 이유로 걸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느 종목이던간에 그렇게 '1차 거르기'에 들어가게 되면 '전형'을 세운 클래식 멤버들, 시대를 변화시킨 플레이어 였음에도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논객들의 논쟁이 더 벌어지고 그 덕에 그런 부분들이 정리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겠습니다만. 아쉬움은 남는군요.

저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K리그 역사상 최고의 리베로로 꼽는 사람은 부산에서 뛰던 박현용 선수입니다. 그러나 부산의 웬만한 올드 팬들도 박현용 선수를 기억하는 분들은 극히 드뭅니다. 그런 분들이 이번에는 많이 빠졌습니다. 심지어 안익수 선수와 같은 팀에서 같은 시기에 활약하면서 수비를 책임졌던 이종화 선수도 빠져있습니다. 이런 아쉬운 선수들은 언젠가 피버피치 에서라도 언급해야겠지요.

하지만 저의 바뀌지 않는 대명제는 이것입니다.


"K리그 올스타는 K리그의 활약을 중심으로 선정해야 한다.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이 K리그 올스타를 뽑는데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


"선수로서의 활약만 가지고 평가해야 한
다. 선수 은퇴 이후 지도자로서의 활약 때문에 얻은 악평이 선정에 영향을 끼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