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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부천, 변화가 필요하다.



 

text, photo by 홍차도둑


5월 5일,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이날로서 K리그 챌린지의 1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현재 순위는 예상대로 1부에서 내려온 팀과 '2부리그 최강'으로 예상된 팀인 경찰청과 상주가 1,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의외라면 1부리그에서 내려온 팀 중 하나인 광주가 8게임 현재 승점 7점이라는 예상외의 성적으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광주는 오늘 부천과의 원정경기에서 부천을 1:2로 잡아버리면서 2라운드에서의 반전을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부천은 선제골에도 불과하고 3분만에 동점골, 이후 역전곡을 허용하면서 '젊은 팀'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래도 경찰청과 상주를 바짝 쫒으면서 호시탐탐 1부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 순위권을 노릴 수 있는 승점(13점, 현재 2위인 상주와는 승점 1점차. 되려 상주는 부천보다 1경기를 더 치뤘습니다)을 기록하며 다크호스임을 거듭 보여주었습니다.


- 광주 "후반에 클라이막스가 올 것이다"
여범규 감독은 경기 뒤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첫번째 질문인 "루시오를 왜 처음부터 선발출장시키지 않았는가?"에 대한 답을 "부천은 젊은 팀이라 선수들의 운동양이 많다. 루시오는 슈팅 능력이 좋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선수다. 때문에 부천 선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투입하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부천의 약점을 제대로 꿰뚫고 준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비에서도 광주는 '우린 그래도 1부리그에 있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부천 특유의 2:1 패스라는 것은 이전 니폼니쉬 감독 체제에서도 드러났지만 수비들이 빠져나가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제때 알아챈다면 '마지막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갑갑함에 빠지게 되는 것은 부천입니다. 광주는 이런 부분을 경기 종료까지 끝까지 해 냈습니다. 전반 부천의 기습에 한골을 허용했지만 부천의 주 패턴을 끝내 틀어막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오늘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17분 부천 김태영 선수의 선취골 장면입니다. 광주는 프리킥 찬스가 있어 부천 진영으로 대부분의 선수가 넘어와 있었습니다. 광주의 프리킥을 막으면서 바로 카운터 어택으로 들어가 단독드리블로 만들어 낸 선취골이었습니다.]


- 부천 "어어?" 하는 순간 순식간에 동점 허용
부천은 초반 우세를 3분만에 내 주었습니다. 부천은 17분에 김태영 선수가 기습적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골은 광주의 프리킥 공세를 그대로 역습에 연결해서 이뤄낸 것이었습니다. 완벽한 역습에서 김태영 선수는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선제골을 넣는 순간 부천의 팬들은 희망에 가득했습니다.



[첫골을 넣은 김태영선수의 골 세레모니, 어린이날이었기 때문에 아장아장 걷고 양쪽에서 부천 선수들이 김태영 선수의 양손을 잡아주는 '부모님'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경기장에 온 3천여명의 부천 팬들은 환희에 차 있었을 것입니다]


'챌린지리그 3강'인 경찰청, 상무, 광주와의 경기에서 1승1무1패라면 상상 이상의 성적인 셈입니다. 현재 챌린지리그 3강 외의 팀이 1부리그 승격을 위해 2위 이상의 성적을 내려면 챌린지리그 3강에게 3무 이상의 성적을 라운드별로 뽑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3강끼리의 물고 물리는 상황에서 비집을 거리라도 만들 수 있습니다. 더구나 1라운드에서 광주는 충주, 수원에게 패배하고 고양과도 비겼습니다. 그렇기에 선제골을 올린 순간 부천 팬들은 '잘하면 광주 잡는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입니다. 충주-수원-고양에게 승리한 부천이니까요. 하지만 그 꿈은 3분으로 끝났습니다.



[부천의 동점골 허용 순간. 수비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페널티 에리어 앞에 광주 선수들이 자리잡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힘없는 슈팅이었지만 부천의 김덕수 골키퍼는 역동작에 걸려 움직이지 못한 채 어이없이 골을 허용했습니다. 순간 엉킨 수비가 문제였습니다]



어어? 하는 순간에 수비가 흐트러지면서 동점골을 허용한 것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흥분했을 때 수비 컨트롤이 순간 무너진 틈을 광주가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 뒤부터 부천은 천천히 경기가 꼬이게 됩니다.



- 후반 경기 주도권을 부천이 가져갔지만...

경기 내내 볼 점유율은 비슷했습니다. 양팀은 일진일퇴하며 공방전을 벌였는데 동점골 이후 광주는 계속 부천을 몰아붙였습니다. 이날 부천은 한종우 선수의 결장이 아쉬웠을 것입니다. 부천의 최 후방을 든든히 지켜준 한종우 선수는 오늘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긴 수비 균열은 오늘 부천의 발목을 잡은 하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후반들어 부천은 재정비하며 광주를 전방위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만이 아니라 측면에서 페널티 에리어로 들어가며 광주의 수비를 헤집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 결국 골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골키퍼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볼을 따 냈지만 공은 빈 골문을 외면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환점은 곧 찾아왔습니다.



[부천이 이날 얻은 수많은 기회중 하나. 연속적인 측면 돌파로 얻어낸 프리킥을 골문으로 우겨넣었지만 이렇게 공은 골문을 외면합니다. 골을 넣을 기회에서 골이 안들어가면...그 결과는...]


- 해결사가 있기? 없기?
후반 20분이 지났을 무렵 광주는 용병 루시우를 투입합니다. 경기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루시우는 K리그에서 60여 경기에 투입되어 20여골을 기록하고 16어시스트를 한 상당한 기량의 선수입니다. 부천은 실전에서 K리그 클래식에서 뛰어본 외국인 선수와 첫 만남입니다. 이 복선은 여범규 감독의 승부수였고 부천 선수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루시우의 투입으로 인해 부천이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평소같은 미들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주도하고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부천이 골을 못 넣은 것은 앞서 말한대로 부천의 2:1 패스를 끝끝내 버텨내며 역습으로 연결하던 광주 수비들의 공이 컸습니다. 또한 골문 앞까지 잘 전진해 놓고도 매조지되지 못한 부천 공격수들의 부분도 있습니다. 광주는 부천 선수들을 막기 위해서 강한 수비로 맞서는 것 때문에 부천 선수들의 부상도 생겼습니다. 이 부분은 일주일뒤에 바로 시작되는 2라운드에도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부천의 주전 기용폭이 넓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날 한종우 선수의 결장부터 시작된 부천의 어긋남은 결국 경기 뒤에도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무렵 일은 터졌습니다. 루시우가 공을 잡고 약간 멀다 싶은 상황에서 날린 슛은 부천 골키퍼 김덕수 선수의 손에 미치지 않는 골 구석에 꽂혔습니다. 인저러 타임이 4분이 주어지기 전. 전광판 시간 종료 직전 즈음에 터진 골이었습니다. 이후 부천 선수들이 맹공에 나섰지만 광주의 실점은 없었습니다.
해결사의 유무가 결국 승부를 결정지은 것이었습니다.


- 광주, 이제 반전하는가?

K리그 챌린지의 3강으로 예상되었던 광주가 이 경기로 반전하는가?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경기를 이기긴 했지만 광주의 경기내용을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광주도 수차례 실점위기가 있었고 위기로만 본다면 부천보다 광주의 위기가 더 결정적이었습니다. 아마 부천이 지금 가동되는 공격수보다 더 나은 기량의 공격수만 있었다면 광주는 대패할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여범규 감독은 팀을 추스려서 홈 첫승에 도전한다고 경기 뒤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는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가 필요합니다. 오늘 루시우가 결승골을 넣었지만 경기를 부드럽게 풀어가지는 못하고 우악스럽게 풀어갔습니다. 이 상황이면 K리그 클래식에 올라가더라도 다시 강등당할 위험성이 너무 높습니다. 1라운드의 부진을 2라운드에서 만회를 기대해 봅니다만, 아직 먼 길 같습니다.


- 부천, 드러난 약점들
부천은 개막때부터 1990년대 중반의 '니포축구'의 계승을 천명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나타난 것은 너무나도 '니포축구'와 비슷합니다. 강점뿐 아니라 약점까지도 그대로 계승한 것 같다고 몇차례나 썼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첫번째, 공격을 마무리 짓는 힘이 떨어집니다.
페널티 에리어 부근까지 가는 것은 여전히 좋습니다. 이른바 미끼를 끌어놓고 오픈패스를 통해 빈 선수에게 연결해서 페널티 에리어 부근을 긴장시킨 뒤 다시 중앙 미들로 전개. 그런뒤 다시 페널티 에리어로 돌입하는 2파웨이브 공격은 니포축구의 '목동시대'와 흡사합니다. 그러나 그때도 2:1 패스로 페널티 에리어를 돌파할 때 상대 수비가 굳건히 버티거나 2:1 패스의 상대를 확실히 알았을 경우 막히면서 경기가 꼬이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헤딩 공격력이 있는 스트라이커를 부천은 1990년대 후반에 계속 원했습니다. 이런 공격루트가 다양하지 못한 것은 오늘 경기에서도 부천이 승부를 매조지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두번째, 공중볼에 너무 약합니다.
다른 경기에서도 드러나고 오늘도 들어났지만 이것은 공-수 모두에서 해당됩니다. 지난번 안양도 그랬지만 공중으로 공격하겠다고 강하게 압박 할 때 상대가 이거 통하게 되면 부천은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부천 선수들은 공중볼을 거의 대부분 광주 선수들에게 내주었습니다. 오늘 경기뿐 아니라 그간 부천의 경기에서 흔히 보이던 모습입니다. 공-수에서 모두 보이는 공중볼 경합의 약점을 이제 상대는 노리고 들어올 것입니다. 부천팀은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세번째, 타 팀도 비슷한 문제가 있지만 선수층, 정확히는 주전 가용폭이 아직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베스트 11이 아닌 다른 멤버가 끼어들었을 때 조직력이 어긋나는 일이 가끔 벌어집니다. K리그는 장기간 열리는 리그입니다. 아무리 K리그 챌린지가 K리그 클래식에 비한다면 경기수가 적다지만 장기레이스는 Best11만 가지고 치룰수는 없습니다. 오늘 보여준 것 처럼 Best11에서 몇명이 교체나 경고누적으로 바뀌었을 때 미묘한 어긋남이 있다면 의외의 패배를 당할 수 있습니다.


이제 1라운드가 끝났습니다. 아직 올 시즌이 끝나기에는 멀었기 때문에 어느 팀이나 문제점을 수정할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이제 다 드러난 서로간의 장단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보는 것이 2라운드부터의 관전 포인트일 것입니다.

중위권으로 예상되었던 부천이 당당히 2위권 경쟁에 뛰어들은 현재 판도는 흥미롭습니다. K리그 챌린지의 2라운드는 8팀이 강-중-약으로 확실히 분류가 될 라운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