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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현대 더비 전북vs울산 2013의 첫만남은?


 

2013년 첫번째 현대 더비가 9일 토요일에 있었습니다. 결과는 닥공의 전북이 2:1로 신승이었습니다. 경기 내내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았고 양팀의 공격지향적인 모습은 전주성 뿐 아니라 중계를 보는 사람들도 즐겁게 한 좋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술적으로 보았을 때 양팀 중 특히 울산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보면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울산, 시즌 전 예상과는 다르다!

울산은 올 시즌 '전력 약화'가 될 것으로 쉽게 예상되었습니다. 작년 아챔 우승의 주역인 이근호의 상무 입대와 수비의 중심 곽태휘의 이적, 팀의 전력을 많이 책임지던 중심축이었던 에스티벤의 이탈이라는 '세 중심축'이 빠진 울산이란 팀은 누가 보더라도 '전력약화'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에 따른 '전력보강'이 올해 울산의 핵심 테마였습니다. 그 보강은 어디까지 이루어졌을까?를 보았을 때 개막전만 보고 이야기를 하기는 너무 이릅니다. 더구나 개막전 상대였던 대구를 홈에서 맞아 이겼지만, 대구를 강팀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우승후보라 할 수 있는 전북과의 경기는 울산의 이번 시즌 전력을 알 수 있는 좋은 시금석이었습니다. 그리고 울산은 작년과 비교해서 '더 나은' 전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쉽게 예상되는 것은 김신욱의 짝이 누가 될 것이냐? 는 테마였습니다. 김신욱선수의 고공 장악력은 K리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더구나 역대 K리그에서 힘이 좋은 장신 공격수가 수비수로 변신한 경우는 많아도 (오래전의 구본석을 비롯해서 2002년 대표팀의 최진철 선수도 공격수로 K리그에 데뷔했고, 이후 수비수로 변신한 선수입니다) 그 반대로 성공한 경우는 가히 김신욱 외에는 없다시피 합니다. 이런 장신 공격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빠른 선수를 이용하던가 아님 다른 더 큰 선수를 같이 세우는 방법이 정석입니다만, 울산은 빠른 선수를 투입하여 주변을 흔들어 놓는 방법을 택했고 그 부분은 올해도 같다 보입니다.

이근호와 에스티벤의 대체자라 할 수 있는 한상운 선수와 호베르또의 투입은 '대체'가 아니었습니다. '업그레이드'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그 가운데에는 김신욱 선수의 업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 업그레이드 된 김신욱

경기 내내 보면 김신욱선수의 헤딩 타켓이 더 좋아진 부분을 눈에 띄게 느끼셨을 겁니다. 많은 공중볼 경합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서 날리는 헤딩 슈팅은 전북의 골을 위협했습니다. 더구나 세트 피스가 아닌 상황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공을 따 냈고 이 과정에서 전북 수비들이 엉키면서 한상운 선수의 골까지 연결되었습니다.


[돌파가 시작되었을 때 한상운 선수와 김신욱 선수가 페널티 에리어 부근에서 대기중입니다. 연속해서 캡쳐된 화면을 통해 이 두명의 위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봅시다]



[연속된 움직임입니다. 선 세개로 중요선수 세명의 동선을 표시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신욱 선수의 동선입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더 많은 거리를 움직였습니다. 위 사진과 아래 사진의 '시간' 동안에 김신욱 선수는 더 움직인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전북 수비수 앞으로 나가면서 공중볼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전북 선수는 먼저 앞자리를 가져갔지만 결과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만 보면 김신욱 선수가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수비와의 몸싸움을 이기면서 공중볼을 따냈다고 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뒤에서 떨어져 있다가' '순간적으로 빨리 움직여서 수비 앞으로 나와버린' 상황입니다. 이런 장면은 계속해서 경기 내내 수차례 나옵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공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일종의 '스피드' 입니다. 흔히들 '반박자 빠르게 하는 패스(슈팅)'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개인전술의 화두는 그 반대입니다. 수비진은 그 진형을 유지하고 있을 때엔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은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지 어언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오면서 나온 이런 기본적인 부분은 한 클라스당 2골 이상의 차이를 웬만해선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지루한 골이 안나는 축구'를 유발했습니다. 이런 결과는 기존의 '천재형 플레이메이커'에 의한 축구의 시대를 종식시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1990년대 후반에 피구와 지단으로 대표되는 '피지컬이 강한 패싱력 있는 선수'들이 공을 키프하면서 올라가는 형태가 일반화 되었습니다. 수비에서만 '압박과 진형 압축'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이러한 '진형 압축'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계속 발전하면서 나온 형태는 '패스의 순간'을 결정적일 때 늦추는 것이었고 고전적인 '느린 축구'의 재발견이었습니다.

'느린 축구'라지만 속은 치열합니다. 한 사람이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과 패싱 타이밍을 늦게 가져가지만 그 사이에 선수들의 움직임은 계속 변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로 인해 뒤에 쳐져 있던 선수가 공을 가지고 보관하던 사람 앞에 나타나게 되고 '빠르게 패스하지 않고 공을 키핑하던' 선수는 그렇게 다가온 선수에게 패스함으로서 뒤에서 다가온 선수는 갑자기 수비수 앞을 장악하고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내는 형태가 자주 보이게 됩니다. 이전의 '빠르게! 더 빠르게!'와는 다르게 '느리지만 결과적으로는 빠른' 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그로 인해 공격수들과 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천천히 움직이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원의 지쿠 선수가 이런 부분의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지쿠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 골을 넣기 전까지는 느리게 보이지만 골을 넣는 순간의 4-5발자국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입니다. 그리고 그 전의 어시스트 패스 직전의 움직임을 보고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로 인해 '느리지만 빠른' 형태의 골을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

위의 김신욱 선수의 움직임은 경기 내내 나왔습니다. 전북 선수들과의 몸싸움을 발견하는 것은 세트피스 정도였고 경기 내내 약간 떨어져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저렇게 돌아가면서 전북 선수들의 앞으로 나왔고 패스도 다 그쯤에 오게끔 설정되었습니다. 이미 울산 선수들의 공격 옵션에 '김신욱의 헤딩 타점은 저기' 하고 입력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한상운 선수가 리바운드 또는 떨어지는 공을 노리기 위해 중앙으로 같이 밀고 들어갑니다. 여기서 한상운 선수는 좌-우 가리지 않고 움직임에 따라 때로는 김신욱 선수와 비슷한 위치, 때로는 떨어진 위치에서 페널티 에리어로 돌진하면서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어렵게 합니다. 거기에 제2파로 대기하는 것은 호베르또입니다. 이런 연속적인 모습은 작년에 비해 더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올 시즌 울산의 철퇴축구는 '시즌2'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 반면 울산의 수비는?

울산 수비는 곽태휘가 빠진 공백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이날의 실점은 '곽태휘가 있었어도 당했을 실점' 이라 하고 싶습니다. 레오나르도에게 허용한 골의 상황을 볼까요?



[넘어져 있는 전북 서상민 선수의 슈팅을 김영광 선수가 선방하는 장면입니다. 이 상황에서 달려들어온 레오나르도 선수가 기가막힌 위치에 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레오나르도 앞에 있는 선수가 그대로 멈춰서 공을 걷어내기는 무척 힘든 위치입니다. 달려가는 탄력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수비수들은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제발 상대에게 걸리지만 마라" 그러나 현실은 레오나르도 선수의 슈팅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비수들이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곽태휘가 있다 해도 뒤에서 접근중인 레오나르도에게까지 지배력이 미치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이 상황 이전의 측면을 완전히 뚫렸던 울산의 실책입니다만 이전 화면만 본다면 전북 선수들의 집요한 측면공격 뒤 가운데로의 크로스가 아닌 골문으로의 직접적인 접근으로 전술 방향을 바꾼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결승골을 만들어 내게 됩니다.



- 전북의 철퇴축구?


시즌 전 전북의 파비오 감독대행은 ''닥수(닥치고 수비)'라고 지난 시즌까지와는 다른 전술을 천명했습니다. 사실 경기 내용은 닥공과 철퇴가 뒤바뀐 모습이었습니다. 경기 전체적으로는 울산이 전북보다 나은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정짓지 못한 부분이 컸고 그 '버티기' 끝내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전반 초반 가운데를 통한 공략이라는 전북의 공격전술은 울산의 수비에 무력화되었습니다. 곽태휘가 빠졌다지만 조직력은 작년보다 더 나아보였고 실제로 막판까지 케빈과 이동국이라는 장신의 공격수 둘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까지 하며 전북의 공세를 전반에 한차례만 허용했던 울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승리를 전북이 가져간 것은 전북 선수들 사이에 이제는 박혀버린 '닥공본능'이 마지막까지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울산이 공을 잡고 있는 시점에서, 한상운 선수의 공을 커트해 바로 박희도 선수에게 연결한 부분은 오늘 경기의 최고의 장면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 패스가 박희도 선수에게 바로 연결되면서 경기는 끝났습니다. 이 부분은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다 주도권을 울산이 잡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울산 선수들이 방심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희도 선수가 왼편의 울산 선수를 제끼고 공간을 얻어낸 순간. 이후 곧바로 오른편의 선수가 태클로 박희도 선수의 공을 걷어내려 했습니다. 페널티 킥 마크 지점에 있는 것은 이동국 선수입니다.]



위 사진의 시점은 박희도 선수가 울산 수비수 한명을 벗겨낸 순간입니다. 경기 화면을 다시 보시면 알겠지만 이 시점에서 골키퍼는 두가지 선택점에 놓이게 됩니다. 이동국 선수의 접근을 김영광 골키퍼가 본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 직전의 장면에서는 수비에게 '이동국의 접근'을 알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김영광의 선택지는 두군데가 되고 그만큼 김영광의 움직임은 제한이 됩니다. 딱 봐도 저 시점에서는 슈팅이냐 패스냐는 결과를 모르고 본다면 많은 분들이 '오 저 자리는 패스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런 시점에서 보면 골키퍼 얼굴 바로 위를 지나는 골이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거나 좁은쪽 옆구리로 빠져 들어가는 골이 의외로 많이 납니다. 여기서도 바로 그렇게 골이 들어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골을 결정지은 것은 박희도 선수 개인의 공입니다. 슈팅 직전에 울산 선수의 태클이 들어왔던 만큼 이동국선수에게 패스를 했다면 부정확했거나 아님 태클에 걸렸을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중계를 몇번 돌아봐도 박희도 선수는 이동국 선수에게의 패스를 생각 안하고 자신이 결정지으려고 작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골키퍼는 그 상황을 알기 어렵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맞춰서 몸을 날려야 하는데 박희도 선수가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느리게' 가져간 것이 성공했습니다. 저 상황에서 약간 일찍 슈팅을 했으면 김영광 선수의 반응속도에 걸렸을 것이고 늦었으면 태클에 슈팅 기회 자체가 날라갔을 것입니다. 그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의 반응이 엇갈렸던 것입니다.


K리그에서 확실한 팀컬러로 이름있는 두 팀이 맞붙은 이날 경기는 양 팀의 특성이 정 반대로 나온 경기가 되었습니다. 전북은 현재 닥공을 유지하는 핵인 루이스와 에닝요가 부상및 이적으로 없습니다. 에닝요는 곧 회복해서 전력에 보탬이 되겠지만 루이스가 중심을 잡아줬던 미들은 김정우 혼자 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오늘 경기에서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파비오 감독대행이 '닥수'라는 이야기까지 했지만 에닝요가 없는 동안의 복안을 가지고 경기 운영이 가능함을 지난 두경기 동안에 보여주었습니다.


FC 서울에 대한 여러 팀들의 '저격'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팀의 의무의자 권리는 그러한 '저격'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전북과 울산이라는 두 강팀도 여기서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는 이 두팀의 행보는 올 시즌 내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