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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2012년 한국축구 10대 뉴스 (4위-3위)


 

이제 두 꼭지로 글을 마무리짓겠습니다. 2012년에 한국축구의 10대 사건으로 볼 수 있는 나머지 네가지는 무엇일까요? 아마 이쯤부터는 여러분들의 예상과 거의 맞을 것 같습니다.


[4위] 청소년 대표팀 아시아대회 우승


U-19 대표팀이 이른바 '골짜기 세대'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전과 결승에서 만난 이라크와는 비겼지만, 나머지 팀을 상대로는 전승을 거두며 우승. "골짜기 세대라서 기대를 안걸었는데..." 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 팀은 그 전에 열린 발렌시아에서의 친선대회에서도 스페인 U-20팀을 상대로 0-1로 아쉽게 석패했을 뿐, 에콰도르와 터키와의 경기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이미 이런 예상을 무너뜨린 바 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한 한국 U-19 대표팀. 이들은 위기상황을 맞은 것 같아도 노련하게 상대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부드럽게 상대를 공격했다. 역대 어느 청소년대표팀, 아니 성인 대표팀에서도 접하기 어려웠던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이들을 놓고 어떻게 '골짜기 세대'라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경기운영이라는 자산은 10년 전과는 아주 달라졌다. 어떤 강팀을 상대로도 맞짱을 뜰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특히 TV로 경기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경기력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이 부분은 이번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나온 모습으로, 한국축구의 수준이 점점 위로 올라가고 있음의 또다른 반증이며, 2000년대 초반부터 한발한발 걸어나가는 유소년 축구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이제 그 열매를 맺고 있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소년대표팀의 우승을 4위로 놓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승'이라는 결과가 아니다. 그들이 보여준 경기력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이다. 그리고 4년뒤 그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그것이 기대되지 않는가?


[3위] K리그, 드디어 2부리그가 열린다


얼마전 K리그는 최상위 리그를 'K리그 클래식'이라 명명하고 앰블럼을 공개하였다.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2부리그'의 출범이자 '승강제'를 통한 경쟁체제라는 일종의 도전이다.



[K리그 클래식의 로고를 발표하는 자리. 이것은 단순히 단일리그로만 치뤄진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새로운 도전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 뿐 아니라 '일류'라는 '타이틀'을 요구하는 한국사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 K리그 클래식 뉴 브랜드 런칭 영상


AFC 챔피언스 리그 출장 등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의 스포츠, 아니 한국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2부'라고 한다면 이른바 '2류'라는 것에 대한 기피는 여전히 심하다. 한국 사회에서 '2류'는 거절당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일종의 '타이틀 사회'가 아닌가.


현재도 K리그의 하위권팀과 상위권팀의 관중수는 차이가 크다. 이것은 프로야구도 다를 바 없다. 그동안 K리그와 내셔널리그를 봐도 그렇다. 이러한 편중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이상헌 기자 는 혼자서 많은 일을 담당하곤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2부리그의 출범은 한국의 '타이틀 사회'에 대한 돌을 이제 과감하게 던지는 것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자생적으로 출발하려던 프로축구리그가 5공 정권에 의해 다른 축으로 돌아가면서 나온 길을 30년에서야 다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 길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더 많은 경기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와 한국 축구가 풍성해지기를 기원할 뿐이다.

단적인 예로 박지성을 보자. 그는 한국축구의 전통적인 '엘리트코스'를 걸었다고 보기 어렵다. 명지대를 나와 J2의 교토에 입단한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을 때, 수많은 실수로 인해 그 당시 네티즌들에게 얼마나 대차게 까였는가?

그러나 박지성은 '2부리그'라는 타이틀에서 멈추지 않았다. 유럽무대의 진출에서도 바로 일류가 되지 않았다. 이른바 '일류 타이틀'이라는 이른바 '4대 리그'에 바로 가지 못했다. 그가 처음 간 곳은 일류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리그로 평가받는 네덜란드였다.  여기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일류 타이틀'을 가져간 것이 박지성이다.

기존의 계층이 고정될 때 발전이 없어지고, 이의 유동성을 위한 '바람구멍'이 필요하다는 것은 많은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스포츠에서는 상부, 하부리그의 존재로, 여기서부터 승격-강격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2부리그의 성공은 한국축구뿐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저력이라는 부분으로까지 이야기 할 수 있는 하나의 사회적 도전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러한 타이틀이 '이류'로 낙인찍힌 곳에 대한 외면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굳이 글로 쓰지 않더라도 여러분들이 잘 아리라 본다.

현재 야구계에서도 '고양 원더스'라는 팀 하나만 있는 독립구단에서 한 팀을 더 창단해 '독립리그'의 한 걸음을 내딛는 것도 검토중이라 한다. '제2의 박지성'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러한 2부리그의 토양이 필요하다.

사실 이 때문에 이 소식을 1위로 놓을까도 고민 많이 했다. 1,2,3위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고 글을 쓰는 지금도 고민이었다. 한국 사회에 대해 하나의 돌을 던지는 이 실험이 '위대한 실험'이 아닌 '위대한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