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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2012년 한국축구 10대 뉴스 (2위)

이제 이 글도 끝낼 때가 되어갑니다. 근데 쓰다 보니 좀 길어져서 한 꼭지 더 하게 되었네요. 사실 마지막 두 개는 아마 대부분 맞추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거의 1월이 지날때 까지 밍기적 대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건 중 하나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 수레바퀴는 달려가기 시작이네요.




2위, 경질된 조광래 감독과 같은 비난을 받는 후임 최강희 감독



제목을 길게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안컵 때만 해도 '한국판 바르샤'니 '새로운 패스 축구의 길'이니 하며 수많은 극찬을 받았던 조광래 감독이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및 평가전에서의 부진, 거기서 나오는 여러 잡음으로 말미암아 끝내 경질되었습니다.


[월드컵 지역예선의 부진 및 대표팀내의 잡음으로 인해 경질된 조광래 감독. 사진/연합뉴스]



경질 뒤의 수순은 이른바 '온라인에서의 여론'으로 최강희 감독이 선임되었습니다. 최강희 감독도 초반에는 잘 나가는 듯 했으나 월드컵 지역예선에서의 패배와 평가전의 패배로 인해 조광래 감독과 비슷한온라인 에서의 여론을 들었습니다.



그간 한국축구는 2002년(정확히는 2000년) 이후부터 히딩크의 영향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영향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끈 선수들의 플레이는 격이 달라졌습니다. 그 시초는 2002년 이전부터 시작한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에 있습니다.


이전부터 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감독이 제갈공명이면 뭐하는가. 선수들이 맹구인데"


너무 격한 비교일지 몰라도 이전 감독들이 속에서 가장 아쉬워하던 부분들이 선수들의 개인 기량부터가 국제적인 경쟁력이 모자란다는 것이었습니다.  
2004년 올림픽 이후 세대들은 개인기량이 이전 세대에 비하면 급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축구의 격도 급속도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2004 올림픽 세대들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서는 사실 기존 선배들을 잡아먹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비근한 예로 2006 월드컵을 앞두고 이영표 선수가 주 포지션인 왼쪽 윙백을 맡지 못하고 오른쪽 윙백으로 간 것은 2004 올림픽 세대인 김동진 선수가 워낙 잘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동진 선수의 플레이만 보면 이건 뭐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왼쪽 윙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른쪽 윙백이 약해지니 이영표 선수가 그쪽으로 간거죠. 이영표 선수가 김동진 선수보다 기량이 위였다면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을 겁니다.



추가 설명이 길어졌군요. 
어쨌건 이러한 선수들의 성장 덕분에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는 일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나 기자들이 '골짜기 세대'라고 걱정된다는 말을 하면 그 말을 비웃듯이 아시아지역 예선이나 세계대회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냈습니다.



3위로 꼽은 소식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이전 홍명보호의 세계청소년대회도 대회 전에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이전 선배들이 보여준 것과는 달리 누가 보더라도 이전보다 세련되고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들을 극복한 또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 연장선상에서 있던 것이 '조광래의 실험'이었고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경질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중 하나였던 '감독의 특정 선수 선호'라는 것은 어느 감독이나 가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선수의 기용 결과는 결국 감독의 책임이지요.


하지만 팀을 만드는데에는 시간이 어느정도는 필요합니다. 웬만한 지도자들이 처음 부임해서 팀을 만드는데 최소 3년을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 합니다. 첫 해는 부임 뒤 기존의 선수들을 살펴보는데 걸리는 시간, 두번째 해는 이 중에서 같이 갈 선수를 고르고, 같이가지 않는 선수를 정리하고 팀의 기둥을 잡아가는 시간, 그리고 세번째 해에 되서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제 시작하는 것이라는 거죠.


그래서 그 전에 감독이 그만둔다는 것은 팀에게 있어서 좋은 일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같이 있는 클럽도 그러는 판에 그때그때 선수를 소집해야 하는 대표팀의 경우는 이 부분이 더 어려운 부분이지요. 이런 것을 놓고 조광래 감독의 실험은 결국 실패라는 결론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어받은 최강희 감독의 경우도 어떠한 실험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온라인의 여론이 형성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경기에서 전승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다음 경기를 위한 경기도 있어야 하고 평가전에서 '강팀'을 상대로 그러한 것을 테스트 해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른바 많은 승부를 가리는 종목에서 이른바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전술이라는 것은 언제나 강자를 만났을 때의 실험에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한 것에까지 일단은 승리를 고집하고자 했던 것은 이미 이전의 한국 대표팀이 증명한 바 있습니다.


히딩크 이전까지 과연 대표팀의 운영에 '도움이 되는 평가전'을 얼마나 했던가요.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자'는 것이 '이길 수 있는 상대와 평가전하자'는 것의 명분이 되어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광래, 최강희 감독의 바톤 터치는 2012년의 한국축구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단순히 '감독 교체'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과연 한국의 각급 대표팀이 정해진 목표를 위한 기나긴 길에 대해서 얼마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독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밀실 행정'으로 인한 경질을 당했습니다.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인사에 있어 투명함과 보편적인 기준은 일반 회사에서도 당연한 것입니다. 인사가 잘못되어 일이 실패한다면, 그 수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물러나는 것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합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감독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아무 것도 못합니다. 여기서 태클, 저기서 태클당해서 온라인에서의 여론이라는 것이 끓어오르면 감독 불러서 경질 이야기 하고... 최강희 감독이 '본선 안맡는다. 지역예선 끝나면 소속팀으로 돌아가겠다'고 틈만나면 말하는 이유를 약간이라도 알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표팀 감독을 맡으려 하겠습니까?



[조광래호 출범 초반의 경기를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던 때가 있었음을 잊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사진/연합뉴스 ]



1988년 올림픽을 얼마 안 남기고 박종환 감독은 결국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서 사퇴합니다.  
그 이유를 아시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무려 5년 가까이 공들인 작업이 1986년의 '약간의 성공'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 때문에 결국은 그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한국 축구는 아직 어떠한 실험도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된다면 한국축구의 발전은 더 늦어집니다. 이만큼 발전한 것만으로도 어찌보면 기적입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 못했을 때 왜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문제가 있었으며,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과 도출과 그러한 실패의 경험은 더 큰 도전에 있어서의 마스터플랜을 가능케 합니다. 



1980년대 초까지 1970년대부터 TV, 각종 신문 등 매체에서 들었던 것을 2002년 이후 축구를 좋아하게 된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그 때의 '마지막 한 발을 못내딛은 아쉬움'을 풀고 그 다음 도약까지 걸린 시간, 그리고 그 다음 도약을 또 준비하게 된 것이 1980년대 초부터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 기적의 바탕은 바로 1980년대 초반부터 한발한발 느리지만, 조금씩 진전하고 있었던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서 보여준 '닥공'으로 K리그에서 우승하며 온라인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조광래 감독의 실패는 잠깐의 일탈이었으며 다시 한국의 당연한 자리인 '월드컵 본선'으로 인도할 '구세주'로까지 칭송받았습니다. 그러나 두어경기의 흔들림으로 이전의 조광래 감독이 받았던 비난을 거의 그대로 받았습니다.




[지역예선에서 선두를 내주었다는 이유와 평가전을 패배했다는 이유때문에 맹비난을 받은 최강희 감독. 한때 '구세주'로 칭송하던 그 손가락들은 그 순간 왜 비난의 글을 온라인에서 쳐댔던 것일까요? 사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조반니노 과레스끼의 '돈 까밀로의 작은 세상' 이라는 꽁트에서 성당의 예수
는 돈 까밀로 신부가
"예수님 그래도 여론이라는 것이 가치는 있단 말입니다" 라는 말에 이렇게 답합니다.


"알고 있다. 그 여론이라는 것이 호산나 호산나 하더니만 날 십자가에 못박
았잖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