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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의 거인들

[근조] '카두나의 황소' 예키니 잠들다

필자: Yan11


축구계에 또 한명 큰 별이 졌다. 1990년대 나이지리아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라시디 예키니가 현지 시간으로 5월 4일, 이바단에서 4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출처: http://cdnz.playfair.co.za/kickoff/dd41dcd039b8c238b015d9c2041a4f27_412x367.jpg)


많은 축구팬들이 예키니 하면 바로 위의 사진을 떠올릴 것이다. 1994년 6월 21일, 댈러스 코튼볼에서 벌어진 미국 월드컵 예선 D조 불가리아전에서 전반 21분만에 나이지리아의 역사상 월드컵 첫 골을 기록하고 골망을 붙잡고 포효하는 장면이다. 이 대회에서 그는 힘이 넘치는 플레이로 아프리카 공격수의 전형을 보여줬다.


1963년 10월 23일 카두나에서 태어난 그는 18세때 고향팀 UNTL 카두나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하여 명문 슈팅 스타스와 아비롤라 베이비스를 거쳐 1987년 당대 아프리카의 명문팀인 코트디부아르의 아프리카 스포츠에 입단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의 선수 생활중 최전성기는 1990년부터 4년간 뛰었던 포르투갈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맞이했는데, 총 114경기에서 90골을 터뜨렸다. 특히 1991-92, 1992-93시즌에각각 22득점과 34득점을 기록하며 2회 연속 득점왕(2부리그)에 오른데 이어, 1부 리그로 승격한 1993-94시즌에도 21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1984년 3월 5일, 코트디부아르에서 개최된 84 아프리칸컵 조별 예선 가나전에서 첫 A매치를 치른 예키니는 98월드컵 덴마크와의 16강전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기까지 14년간 58경기에서 37득점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8 서울올림픽에도 출전했으며 94년 아프리칸컵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등 1980~90년대 나이지리아 축구의 세계 도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기록된다.


190cm,84kg의 건장한 체구로 '카두나의 황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그의 사인은 양극성 장애와 우울증이라고 알려졌다. 불과 6년전인 42세까지 현역생활을 지속했던 그였기에 사인을 믿기 힘들지만, 꽤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해왔고 이미 나이지리아 언론에서는 지난해부터 그의 건강 악화 사실을 보도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잇따른 레전드들과 현역 선수들의 별세 소식에 축구팬들의 슬픔을 더하는 예키니의 사망 소식은 세계 축구를 94월드컵을 전후해 처음 접했던 필자에게도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