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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축구 구단주 열전 - 자그레브/바테/셀틱/클루지/슈테아우아

유럽의 축구 구단주들에 대해 살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크로아티아, 벨라루스, 루마니아, 스코틀랜드"가 대상입니다.



 

1. 미르코 바리시치 - 지멘스 출신 디나모맨

 

 

소유 구단: 디나모 자그레브
주 업종: 전문 경영인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클럽 디나모 자그레브 회장 미르코 바리시치. 그와 디나모 자그레브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리시치는 1960년대 말에 4년 동안 클럽 부회장직을 역임했으며, 1980년대 말에도 2년 동안 클럽 경영에 참여했고, 1990년에 2년간 클럽 회장으로, 그리고 2000년부터 지금까지도 클럽 회장으로 일하고 있죠. 31살에 처음 디나모 자그레브 경영일을 시작한 바리시치가 (중간중간 공백이 있긴 하나) 77살이 된 지금까지 근 50년 가까운 세월동안 디나모 자그레브와 연을 맺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바리시치는 누구인가? 그는 23년동안 지멘스 크로아티아를 이끌었던 전문경영인 출신입니다. 한 때 디나모 자그레브 셔츠 스폰서가 지멘스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죠. 바리시치가 클럽 회장직에 추대되던 2000년 당시 자그레브 이사회는 즐라트코 카뉴가 전임 회장이 클럽을 사유화하여 주식회사로 전환하려 한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죠. 결국 2000년 봄에 지역 경영가, 법률인, 자그레브 출신 축구선수 등 10 여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임시총회가 소집되었고 거기서 카뉴가 전 회장이 물러나고 바리시치가 새 회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리시치 회장은 인종차별을 일삼는 훌리건들과의 전쟁을 치루느라 크로아티아 내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기도 합니다. 


 

 

2. 바리사프 트랙터 공장 - 벨라루스의 자랑

 

소유 구단: 바테 보리소프
주 업종: 트랙터/농기구

 

BATE.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바리사프 자동차/트랙터 전기부품 공장"의 줄임말 (Борисовский завод автотракторного
электрооборудования, 영어: Borisov plant of Automobile and Tractor Electric equipment)

 

그렇습니다. 바테 보리소프는 1958년 9월 바리사프 외각지역에 지어진 자동차 부품 공장 BATE가 모기업입니다. 설립 초기에는 종업원수 100명이 채 못되는 소규모 공장이었으나 지금은 4천명에 달하는 직원수를 자랑하는 큰 공장이 되었습니다. 주 생산품은 자동차/농기구용 시동 전동기(starter motor)와 교류발전기이며 주로 CIS 국가들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MAZ, AvtoVAZ, KamAZ, ZIL, ZAZ 등 굵직한 자동차제조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죠. 이미 소련 시절부터 각종 산업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벨라루스의 자랑이기도 했던 기업입니다. 소련 붕괴 이후 사기업으로 독립하였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현 회장인 아나톨리 캅스키 역시 바테 공장 출신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했고 바리사프 지역 기업들에서 경영진으로 일하다 바테 부전무이사를 거쳐 현재 모기업 바테 전무이사 겸 축구팀 바테 보리소프 회장으로 일하고 있죠. 바테 보리소프가 벨라루스 축구팀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한 일 등은 모두 현 아나톨리 캅스키 회장 아래 이루어진 업적입니다.


 

 

3. Celtic PLC - 축구팀 IPO 모델의 선구자

 

소유 구단: 셀틱
주 업종: 주식회사

 

축구구단 셀틱의 모기업은 주식회사 Celtic PLC 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 1994년 당시 £5 million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법정관리 위기에 있던 셀틱을 스코틀랜드계 캐나다인 퍼거스 맥칸이 £9 million을 지불하고 인수한 후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이 지금과 같은 구조의 시초입니다. 구단주가 된 맥칸은 Celtic PLC 를 런던주식시장에 기업공개하여 £14 million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수완을 보였죠. 5년 뒤 맥칸은 IPO 이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대주주 지분 50.3%를 전량 시장에 매각하며 £40 million을 벌어들였습니다. 축구클럽을 인수하고 이를 상장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후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여 차익을 남기는 선례를 남긴 일종의 선구자였죠. 9m을 투자해 5년만에 4배가 넘는 40m로 불렸으니 나름 고수익률을 자랑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셀틱, 즉 Celtic PLC의 주인은 누구인가? 대주주는 아일랜드 출신 금융가인 더멋 데즈먼드입니다. 대략 40% 정도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산이 €1.35billion 정도인 데즈먼드는 그렇다고 셀틱을 직접 경영하는 걸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셀틱 비상임이사로만 등재되어 있고 클럽 경영은 전문경영인 출신 이언 뱅키어 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물론 경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클럽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현 감독인 닐 레넌에게 직접 격려의 말 을 남기는 것만 봐도 셀틱에 대해 큰 애정을 품고 있는 대주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4. 아르파드 파스카니 - 카딜러, 부동산업자 혹은 범죄조직 후원자

 

소유 구단: CFR 1907 클루지
주 업종: 카딜러/부동산

 

체페레 클루지 구단주인 마흔 살 아르파드 파스카니는 클루지-나포카 지역에서 유명한 자동차 딜러입니다. 28살에 창업했던 "Ecomax General Investments" 라는 이름의 회사에서 오펠 등 서방세계 자동차를 거래하는 사업을 해왔으며, 2004년부터는 쉐보레 등의 미국 브랜드도 다루기 시작했죠. 또한 그는 동유럽 여러 국가에서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는 부동산 개발업자이기도 합니다. 클루지 지역에 대형 오피스 빌딩인 시그마 센터를 건립했고, 최근에는 쉐라톤 클루지 호텔을 유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죠. 한편 2009년에는 클루지 지역 검찰로부터 일군의 범죄조직을 후원하며 다른 사업가들을 협박한 죄로 기소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인상답게(?) 깨끗한 사업가는 아니라는 뜻이지요. 작년 12월에는 20년을 헌신해온 부인과 이혼하고 21살짜리 애인과 새살림을 차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체페레 클루지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01년 즈음이었는데 당시 클럽은 재정적인 어려움에 하부리그를 전전하는 상황이었죠. 파스카니 본인의 말에 의하면 인수 이후 10 여년의 세월 동안 클럽에 투자한 자신의 돈이 100 million 유로에 달할 거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런 지원 덕분에 클루지는 2004년 28년만에 1부 리그로 승격했고 급기야 2007-08 시즌에는 팀 창단 이후 최초의 1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또한 08-09 시즌 이후로는 세 번이나 챔피언스리그 조별 라운드에 참여하는 등 그야말로 역사를 써나가고 있답니다.


 

 

5. 지지 베칼리 - 배타적인 국수주의 정치가

 

소유 구단: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
주 업종: 부동산/정치

 

지지 베칼리. 루마니아에서 유명한 정치가. 또한 언론사마다 추정 금액은 다르지만 대략 3~5 billion 유로에 달하는 재산으로 루마니아 부자 순위에서도 3위 안에 손꼽히는 인물. 베칼리 자신은 공식적으로 슈테아우아 부쿠레슈티 지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부정하지만, 그의 조카와 충신들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클럽의 실질적인 주인이 베칼리임을 모를 사람은 없을 거라 봅니다.

 

1989년 루마니아 혁명 이후 사업가의 길을 걸었으나 대다수의 부를 쌓게 된 계기는 1999년에 루마니아 국방부로부터 싼값에 군대 부지를 불하받은 일이었죠. 이렇게 부동산 재벌이 된 베칼리는 자신의 부를 바탕으로 정치계에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대선 1차 선거에 후보로 나서 0.15%의 지지율을 얻었고 2004년 대선에서는 1.77%, 2009년 대선에서는 1.91%의 지지율을 얻었죠. 보다 뚜렷한 성과를 낸 건 자국이 아니라 유럽정치계입니다. 2009년 유럽연합의회 선거에서 만만치 않은 표를 얻어 브뤼셀에 입성할 뻔 했으니까요. 허나 이런저런 불법행위에 대한 혐의로 의석 참여를 금지당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가로써 베칼리는 그야말로 논쟁적인 인물입니다. 첫째, 동성애를 극단적으로 혐오해 LBGT 단체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슈테아우아 경기장에서 퀸의 음악이 나오자 누가 동성애 가수의 노래를 틀었냐며 경기장 음악 선곡을 담당하는 DJ를 해고시킨 일화는 그야말로 유명합니다. 작년에 레이디 가가 콘서트가 부쿠레슈티에서 열렸을 때 이를 TV로 지켜보던 베칼리는 즉시 TV를 끄고 침을 뱉으며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쳤음을 자랑스레 밝히기도 했죠. 또한 극단적인 루마니아 국수주의를 정치 기조로 하고 있어 반유태주의와 제노포비아를 조장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체페레 클루지 구단주 아르파드 파스카니를 보고 헝가리 계열 자본, 헝가리 출신 프리메이슨이라며 근거없는 음모론을 제시하고, 흑인 사회자가 진행하는 축구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그를 "원숭이"라 부르는 건 그냥 예사일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심지어 모 감독의 경우 무슬림 성향이 너무 강하다고 경질되기도 했습니다.

 

원래 루마니아 군대 산하 축구클럽이었던 슈테아우아 부루레슈티는 1998년 군대로부터 독립해 비영리재단으로 전환하였죠. 처음에는 클럽의 지분을 일부 지닌 여러 주주 중 하나였던 지지 베칼리는 조금씩 지분량을 늘려나가 2003년에는 51% 지분을 획득하는데 성공했고 곧 모든 지분을 소유한 구단주 지위에 오릅니다. 외국인을 배척하는 등 논란거리가 많은 정치가라는 점, 그리고 정치 활동에 축구에서 얻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 독단적인 클럽 경영 및 감독을 마구 자르며 희생양으로 삼기 좋아하는 특성 등은 여러모로 이태리 베 모 구단주를 닮아 있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