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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단주 열전 - 갈라타사라이/페네르바체/올림피아코스/파나시나이코스

축구 구단주 열전 오늘은 챔피언스 리그 16강에 진출해 있는 갈라타사라이를 포함해 네 팀을 살펴보겠습니다.



 

1. 유날 아이잘 - 축구를 넘어선 브랜드의 수장

 

소유 구단: 갈라타 사라이
주 업종: 에너지

 

갈라타 사라이. 포브스 에 의해 신흥시장에서 그 브랜드 가치가 가지는 영향력이 손꼽힌다 평가받은 축구팀. 자회사 Galatasaray Sportif A. S. 에서 팀의 모든 경기 중계권을 직접 관장하며, 갈라타 사라이 스토어 줄여서 GS 스토어에서 팀 로고가 새겨진 관련 용품을 일괄 판매하는 팀. 갈라타사라이 TV 라는 자체 TV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갈라타사라이 모바일에서는 GSM 서비스 제공, 갈라타사라이 Sigorta HDI 에서는 갈라타사라이 이름으로 보험상품 판매, 갈라타사라이 크레딧 카드 발급 등등등. 축구팀이 자신들의 팀 이름을 브랜드화하고 이를 통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축구 상업화의 또다른 선구자. 이스탄불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정도는 너무 기본적인 사항이라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할 정도인 팀이죠.

 

이처럼 축구 경영측면에서 선구적(?)인 갈라타사라이를 이끄는 수장 유날 아이잘 회장은 누구인가? 갈라타사라이 축구팀의 기원과 연관이 있는 갈라타사라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스탄불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무역업계에 뛰어든 기업가. 1974년 33살 나이에 자신의 무역회사 UNIT Group 를 창업했고 이후 회사를 조금씩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시킨 인물입니다. 지금은 발전소 건설 및 전력거래, 천연가스 트레이딩 및 광산업, 관광사업 및 호텔사업을 연계한 부동산 사업, 그리고 자산 운용 등 다양한 업종으로 20개가 넘는 자회사를 거느린 재벌입니다. 터키 대통령으로부터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가로 표창을 받기도 했고 개인 재산은 $800 million 가량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터키는 제도상 축구팀에 개인 구단주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에 유날 아이잘 회장이 갈라타사라이를 소유한 구단주는 아닙니다. 2011년 봄에 시행된 클럽 회원 총회에서 4019명 투표 2998 찬성이라는 75% 득표율로 회장직에 당선되어 갈라타사라이를 위해 일하고 있지요.


 

 

2. 아지즈 일드름 - 승부조작을 일삼은 NATO 방위산업체 사장?

 

소유 구단: 페네르바체
주 업종: 방산/건설

 

앙카라 공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아지즈 일드름은 대학 재학 때부터 자신의 삼촌 파루크 얄친이 경영하던 "Makyal Construction"에서 일을 배운 인물입니다. 당시 Makyal Construction은 NATO가 터키 내에서 진행하던 주요 군 기지 건설사업 입찰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기업이었죠. 여기서 NATO 입찰 사업의 유망함을 깨달은 아지즈 일드름은 친척들과 함께 "Maktaş Machine"이라는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방산업에 뛰어듭니다. Maktaş Machine은 터키 내에서 NATO와 다양한 계약을 따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터키 공군 통합통신시스템(Turkish Armed Forces Integrated Communication System), 줄여서 TAFICS 사업입니다. 1996년 당시 Maktaş Machine은 독일의 지멘스와 합작으로 입찰을 따냈는데 계약 규모는 $ 223 million 에 달했습니다.

 

일드름은 자신의 전공인 토목공학을 살려 건설회사 역시 몇 개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에 수산업, 목축업, 관광업 등에도 손을 대고 있습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주요 회사만 해도 Maktaş Machine 이외에 Fajr Defense, SAVTEK Defense, Ace Construction, Asbeton Construction, Aly Construction, Gülhan Marine, AG Marine, Şahdem Integrated Livestock Dairy 등이 있죠.

 

일드름이 페네르바체 회장에 뽑힌 건 지난 1998년의 일로 회장으로만 15년 째 장기집권하고 있습니다. 집권기 동안 일드름은 토건족답게 현 경기장을 5만석 규모로 개보수했고,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 등을 갖춘 현대식 훈련장을 건설했으며, 유소년 전용 축구 훈련장을 세우고 및 페네르바체 대학건물을 짓는 등 수많은 건설사업을 진행시키며 팀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2011년 이후 일드름 회장이 승부조작 혐의(일드름은 페네르바체가 지속적으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심판들을 매수하고 상대팀과 상대팀 선수들 역시 매수해 경기 조작질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로 수사를 받는 동안 터키 법정 근처에 모인 수백, 수천에 달하는 페네르바체 서포터들이 일드름 회장에 대한 지지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3.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 - 선박왕, 축구에서 이미지를 구기다

 

소유 구단: 올림피아코스
주 업종: 선박

 

쉬핑 가제트 좀 만져보신 분들은 그리스 해운업계에서 잘나가는 사업가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영국 유학 시절 경영학을 전공한 후 가문의 사업인 선박업에 뛰어들었던 마리나키스. 첫 직장은 선박 브로커인 영국 회사 Harley Mullion 에서 브로커 업무를 배웠고 다음 직장 역시 차터 브로커인 Elders Chartering Limited 였죠. 이후 선박 브로커인 Curzon Maritime Limited 를 직접 창업했고, Express Sea Transport Corporation를 창업해 선사를 경영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1992년부터 Capital Ship Management 에서 상업 이사로 활동하다가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거쳐 2007년 회사가 Capital Product Partners L.P 으로 재탄생하면서 여기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Capital Product Partners L.P 줄여서 CPLP는 나스닥 상장 기업으로 주로 탱커선을 차터해 석유, 화학물질류를 운송하는 회사입니다. 주요 고객은 영국 석유회사인 BP로 컨선에만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겠네요.

 

마리나키스가 축구팀 올림피아코스를 인수하며 구단주가 된 건 2010년의 일입니다. 이후 구단 인수 단 1년 만인 2011년에 UEFA로부터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본인 스스로는 격렬하게 부정했지만 말입니다. 최근에는 부인과 감독의 불륜 사건을 겪기도 했으니 그리스 해운업계에서 잘나가는 기업가인 마리나키스의 위상을 생각해 보면 축구 팀 인수 이후에는 오히려 자신의 이미지에 먹칠만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4. Panathenian Alliance - 정유 재벌의 손에서 팬들의 품으로

 

소유 구단: 파나시나이코스
주 업종: 서포터 연합

 

Panathenian Alliance. 우리말로 "범(汎) 아테네 연대"는 8600명에 달하는 회원으로 이루어진 파나시나이코스 팬들의 집단으로 축구 클럽 파나시나이코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회원 등급과 가입 방법 등에 대해 친절히 안내하고 있죠. 헌데 이들이 파나시나이코스를 소유하게 된 건 채 1년이 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 사연을 여기서 잠깐 살펴 보겠습니다.

 

원래 파나시아니코스의 주인은 그리스 재벌 바르디노야니스 가문이었습니다. 바르디노야니스 가문이 누구입니까?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정유기업이자 2011년 연매출이 자그만치 €8.74 billion 에 달하는 "Motor Oil Hellas"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거대 재벌 가문 아닙니까? 그들은 1979년에 그리스 축구 클럽들이 프로화할 때 팀을 인수해 근 30년의 세월동안 소유해 왔죠. 자신들이 정유한 기름을 자신들의 주유소 체인에서 판매하는 바르디노야니스 가문 입장에서는 대중들에게 인기많은 축구팀 셔츠에 Motor Oil 로고를 박을 수 있는 건 꽤 괜찮은 장사였습니다. (참고로 바르디노야니스 가문은 정유 뿐 아니라 해운업, 방송, 출판, 엔터테인먼트 사업체 등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찾아온 건 2000년이었습니다. 바르디노야니스 가문의 후계자 야니스 바르디노야니스가 자신의 삼촌 요르고스 바르디노야니스로부터 파나시나이코스 회장직을 물려받습니다. 그러나 클럽을 영광의 길로만 안내하던 전임회장 요르고스와 달리 조카 야니스 시대의 파나시나이코스는 그야말로 최악의 행보만을 거듭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야니스는 가문의 사업인 정유사업과 그에 연계된 축구팀 파나시나이코스에 대한 경영수업을 받기 전에 자신의 청년기를 본인 소유 레이싱팀을 이끌고 아크로폴리스 랠리를 질주하며 보냈기 때문입니다. 회장 머리 속이 시속 300km 로 달리는 머신으로 가득 차 있으니 그깟 공놀이 팀은 경영이 제대로 될리 없었고 파나시나이코스는 과거의 영광을 잃은 채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죠. 이렇게 되자 팬들 역시 구단주 야니스를 미워하고 저주했습니다. 결국 2011년 가을이 되자 야니스는 자신은 파나시나이코스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며 매각 의사를 가진 이가 나타난다면 조건없이 구단을 팔겠다는 생각을 밝힙니다.

 

1년 가까이 혼란에 계속된 끝에 2012년 여름 범 아테네 연대(Panathenian Alliance)가 결성됩니다. 파나시나이코스 팬이라면 누구든지 일정 금액의 돈을 내고 가입할 수 있는 단체인 범 아테네 연대는 단 몇 주 만에 35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모았고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은 € 2m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나시나이코스 역사에 길이 남을 2012년 7월 18일. 야니스 바르디노야니스는 자신이 소유한 파나시나이코스 지분을 모두 범 아테네 연대에 넘깁니다. 정유 재벌의 손에 30년 넘게 소유되었던 클럽이 서포터들의 품에 안기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