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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쿠웨이트전과 대비된 최은성의 씁쓸한 은퇴

                                                                                                                 by 홍차도둑.

2월 29일 오늘 한국이 쿠웨이트를 이겼다는 것보다. 안정환이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면 대전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 최은성의 은퇴를 꼽아야겠다.

현재 각 언론 및 포털사이트는 한국이 쿠웨이트를 2:0으로 이겼다는 것과 최강희 감독의 찬양으로 그득 하지만 그래서 잊혀지게 될지도 모르는 최은성 선수의 그러한 은퇴 소식은 더 침통하게 다가옴이다.

[사진은 스포탈 코리아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139&aid=0000009141 기사에서 가져옴]

최은성이라 하면 누구인가?
대전시티즌이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구단'의 창단 멤버로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대전의 영광과 안타까움을 같이 한 선수이다.
대전팬들이 바친 '수호천왕'이라는 별명이 덜더 더도 않게 딱 어울린다 할 수 있겠다.
그동안 몇몇 K리그의 최다 출전경기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최다 골을 기록한 선수들이 몇몇 클럽을 넘나들면서 기록을 쌓았다면 최은성 선수는 그야말로 '미스터 대전' 그 자체 아닌가.
한 팀에서만 이러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이건 축구나라들인 유럽이나 남미에서도 탑급에 오를 성적이다.
물론 그의 최고봉은 FA컵의 우승과 함께 2002의 서드 골키퍼로 선발된 부분이다.
김병지-이운재라는 당시 아시아 무대에 내놓았을 때 탑급의 골키퍼들 다음가는 위치!
아마 당시의 최은성의 플레이들을 곱씹어 본다면. 그리고 그의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가서 본 분들은 최은성의 그 당시의 플레이는 국대의 서드 골키퍼로 놓기에 가히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리라.

그가 은퇴를 했다.
부상 때문에, 나이가 너무 들어 플레이가 리그에서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노쇠해서 그런 부분은 아니었다. K리그의 역대 골키퍼 넘버원이라 할 수 있는 발레리 사리체프(현 귀화명 신의손)도 은퇴 후 컴백해 건재함을 과시해 준 그런 포지션이 골키퍼다. 조금 더 뛸수도 있었다는 것이고 월드컵에서 보면 가끔가다 40대의 골키퍼로 팀 전체의 수장의 모습을 보여준 나라들을 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잖는가.
잉글랜드의 '불독' 피터 쉴튼을 비롯하여 그러한 나이 든 레전드들은 축구에 있어서 또 다른 감독을 주는 그러한 분들이다.

구단 내부의 사정은 정확히 모르겠다.
최은성 선수가 팀의 고참으로서. 그리고 팀의 상징이자 최고의 선수로서 10년이 넘게 있던 그런 선수를 은퇴식 한번 제대로 없이 선수등록일 바로 앞에서 은퇴라는 것으로, 그것도 보기에 민망한 형태로 보내야 하는 그러한 것을 우리는 대한민국의 프로 스포츠를 통해 많이 보아 왔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최은성 선수의 왼쪽 팔뚝을 본 적이 있는가?
대전 시티즌 팀의 앰블럼을 문신한 선수가 최은성이다. 그의 그 문신은 이전엔 그에게 자랑이었을 것이다.



[사진촬영 유성호 님. 오마이뉴스의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20973 에서 링크함]
이탈리아의 인테르 밀란 팀에서 뛰던 이반 사모라노를 기억하는가?
그가 은퇴식을 치룰 때 말미에 그는 웃통을 벗었다. 그리고 그의 등짝을 보자 인테르 팬들은 환호성과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의 등짝에 있던 '영원한 인테르의 No.9' 이라는 뜻의 문신.

그 문신을 본 인테르 팬들은 진정 가슴속에서 나오는 눈물을 흘리며 이방인이었지만 이방인이 아닌, 팀의 레전드의 은퇴를 아쉬워하고 슬퍼하며 마음 한 구석에 사모라노를 새겼다.
최은성의 왼쪽 팔뚝의 그 문신도 그러하다.

지금 최은성 선수는 어떤 생각일지...착찹하다. 그는 지금 그의 왼쪽 어깨팔뚝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작년 이맘 때 최은성 선수는 동아일보를 통해 이러한 인터뷰를 했다.
http://news.donga.com/3/all/20110419/36518718/1
이 인터뷰를 약 일년 뒤인 지금 보니...참 착찹함뿐이다.

조광래 감독이 얼마전 그랬다지.
'동네 조기축구회 감독도 이렇게 떠나보내진 않는다' 라고.
그 말을 꺼냄에 싫어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최은성의 은퇴소식을 듣게되니 그 말을 다시 꺼내들 수 밖에 없다.

'동네 조기축구회를 관둘 때에도 이렇게 관두게 하진 않는다'

대전 팬 분들은 현재 자포자기의 심정이라 한다.
'최은성의 능력으로 타팀 가도 될텐데 왜 남아서...저꼴 당하려고 남았던거냐!' 라는 분노를 표출하신 분도 봤다.
'여러분~ 강등팀 하나 확정이요' 하는 자조적인 말도 주변에서 들린다.

최은성의 떠밀린 은퇴와 대비되는 대표팀의 승리에 이곳저곳을 도배되는 것을 보며.
한국의 스포츠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2월29일. 4년 또는 8년에 한번 돌아오는 날. 이모저모 씁쓸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