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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독일의 승리공식 '크로스'

글쓴이 : 홍차도둑

1골만 들어가는 경기가 연속으로 잇었다.
개인 일정상 모든 경기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본 경기인 독일vs포루투칼의 경기만 리뷰해 본다.


- 양팀의 팽팽함
양팀 다 보면 거의 비슷한 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밀고 땡기기의 60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양팀의 수비에서의 기본은 미드필드에서의 웬만한 전진패스를 허옹햐지 않고 계속 힘으로 밀어내는 방법을 고집했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페널티 에리어 근방까지의 접근을 허용하면 양 팀은 해결을 할 수 있는 해결사들이 즐비하다. 한마디로 골을 갇다 바칠 필요가 어디 있냐는 거.
양팀은 '아예 그런 상황을 허용하지 말자'라는 식이였다.

그러나 독일의 우세를 부인하긴 어려웠다.
포루투칼이 설정한 '저지라인'을 넘어서서 페널티 에리어 바로 앞에서의 '위험라인'이라 할수 있는 곳에 있는 독일 선수에게 패스가 계속 공급되기 시작했고 포루투칼 선수들은 그것을 걷어내기 바빴다.
분명 공격의 주도권은 독일이 잡고 있었다. 경기에서 골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물론 포루투칼 선수들이 짜 놓은 2중방비선은 분명 효과가 있었다.
독일도 포루투칼의 공격은 두려워할만한 것이기 때문에 미들에서부터의 압박은 계속 된 부분이다.
이것 때문에 '재미없다'라고 하실 분들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고수들끼리의 싸움은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이러한 격언도 있다.
"고수들끼리의 싸움은 아무것도 안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만 그 너머에는 엄청난 수 싸움이 진행중이다"


-클로제를 후반 막판에 투입한 이유?
이 경기의 예상을 했다면 분명 이런 이야기를 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독일이 일단 체력, 체격적으로 우세하다'

클로제라는 골잡이는 분명 위치선정이 좋다. 단순한 헤딩머신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헤딩슈터들 중에서도 보면 위치를 잘 찾아들어가는 선수들이 있고 체격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선수들이 있다. 물론 이 둘을 다 겸비한 선수들이 있는데 이 둘을 다 겸비한 선수들 정도면 거의 레전드오브전설의 인물들이다(개인적으로 칠레의 이반 사모라노와 프랑스의 로랑 블랑을 이런 인물들로 친다.)

고메즈와의 비교를 놓고 본다면 클로제의 후반 20여분을 남기고의 투입은 고메즈의 골과는 관계없는 '예정된 수순'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전반전 전담, 후반전 전담 으로 포지션을 나누는 공격의 경우 보면 전반전을 전담하는 선수는 힘이 좋아서 상대 수비수들을 엄청나게 괴롭히는 선수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거다.

요즘은 축구선수들의 체격이 점점 좋아져서 독일선수들이 이전에 '절대 우위'를 누렸던 체격의 이점이 누그러졌다지만 그래도 '한 덩치'를 하는 것이 독일이다.
클로제의 가공할 골 결정력을 더 극대화 하기 위해서 고메즈를 전반에 기용하는 방식은 뢰브 감독이 앞으로 계속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의 승리공식 크로스
독일은 크로스를 통해 포스트에 공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골을 많이 기록한다.
여기에서도 공식이 있다.
그 공식이 뭐냐면 반드시 크로스가 떨어지는 부근에는 독일 선수가 2명 있어야만 크로스를 올린다는 것. 1명이 아니라 꼭 2명이 나란히 있을 즈음 되면 바로 독일의 측면에 있는 선수가 크로스를 올려버린다.

왜 그럴까?

보통 경험상 헤딩 경합을 따내는 경우의 수는 체험적으로는 절반 또는 60% 정도의 확률을 공격측에서 가지는 것으로 인지-해석한다. 즉 절반 정도의 확률이라고 단순 생각해도 되겠다.
그것을 공격측에서 확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방법이 세트피스에서는 존재한다. 미끼 선수로 체격이 큰 수비수들이 공격에 합세하는 것이 가장 잘 알려진 것이겠다.
그러나 실전 필드플레이에서 그런 경우는(자유롭게 셋팅되는 경우) 무척이나 드물다.
공격수만으로 해결해야 한다.
개인적인 기량으로 자리를 찾아들어가거나 아니면 공중볼 경합이라는 방법 외에는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뢰브 감독하의 독일 팀 플레이를 잘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2명이 나란히 있을 즈음 크로스를 올린다'는 것이다.



[골 들어가는 순간의 방송 캡쳐. 크로스를 올리기 전 외질이 중앙에서 공을 잡은 뒤 측면으로 벌렸다. 그 순간 측면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슈바인슈타이거와 고메즈는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 골키퍼에 접근과 물러남을 반복한다. 자세한 것은 경기 영상을 돌려가며 확인해보라. 그러면서 오프사이드라인의 확인 및 수비수들에게 긴장을 준다. 이러한 플레이를 고메즈는 계속해서 함으로서 수비의 진을 다 빼놨다. 골 하나를 넣기 위핸 전제조건 준비다. 그러기에 경기장에서 '골 넣기 전까지는 워스트 플레이어'가 될수 밖에 없는 것이 골잡이다. 이런 전제조건 만들기가 90분 내내 계속한다고 '골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 선수들의 무서운 점은 이런 셋팅이 보이는 즉시 지체없이 바로 측면 크로스가 올라간다.
심지어 크로스를 올리는 선수가 이 위치가 아닌 센터 서클 부근이라 해도...

사진은 누르면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방송 연속캡쳐, 공은 포루투칼 선수의 몸을 맞고 솟구쳤지만 설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 공의 진행방향에 맞춰서 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2명의 독일 선수들이 있다. 수비는 이 때는 포루투칼 선수는 2명이나 있지만 때로는 1명이 있는 경우도 많다. 1명일 경우는 확실히 마크 실패한다.
2명일 경우라 해도 고메즈 뒤의 슈바인슈타이거에게 있던 마크는 풀린다.
수비수가 고메즈에게 달려가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전 장면에서 막고 있는 선수들의 '뒤로' 가는 것이 이 부분의 함정.
수비 입장에서 이렇게 되면 사실상 마크는 못한다. 공격수 입장에서 점프를 생각할 시간과 위치를 완전히 줬다는 것이다. 사실상 마크 실패다. 이렇게 해서 헤딩이 아니더라도 공을 가질 기회를 극대화 시킨다. 이것이 세팅되는 순간 지체없이 올라가는 측면의 움직임은 공포스럽다.

이렇게 팀을 조직하기 위해선 도대체 얼마나 많은 반복훈련이 필요할까?
이런 플레이가 '창의적'인가?
창의적인 것은 이런 기회를 만들기 위한 셋팅을 할 때 중앙이 비면 바로 중앙을 공략하는 선수들의 개인역량, 그리고 그것을 허용한 감독에게 있을순 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패턴플레이를 가지고 있는 팀에게 '창의적'이라는 레테르를 붙이는 것은 그만큼 독일 축구가 그동안 가진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미지가 각인된다는 것은 이래서 무섭다.

사진은 누르면 더 큰 이미지로 볼 수 있다.]




[나머지는 마무리에 불과하다. 앞서 '사실상 마크실패'라는 부분을 더 확인할 수 있다. 고메즈가 놓치더라도 준비하면서 들어간 포돌스키의 먹이가 될 뿐이다.

클릭하면 더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의심나면 독일의 뢰브 감독의 취임 이후의 A매치에서의 골들을 다 돌려보시기 바란다.
크로스의 종횡비를 떠나서 중앙 포스트에 올라갈 때엔 거의 언제나 헤딩을 따내는 선수 부근에 다른 독일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계산을 해 보자 한 선수가 공을 따낼 확률이 50%라고 해도 2명이 모인다면? 놓친 50%의 또 50%를 가져올 수 있다. 즉, 확률이 75%로 올라간다는거다. 만약 60%정도로 본다면?(즉 뛰어난 헤더 전문가들이라면?)

84%로 올라간다.

이정도면 골키퍼에게 있어선 공포스러운 수치라는 표현은 사치다. 공포 그 자체
고 멘탈 약한 골키퍼라면 바로 '멘붕'이 되버린다.
골키퍼 입장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거리와 속도, 거기에 우리편 수비와 상대편 공격을 다 따지면서 방어의 판단을 해야 하는데 상대 머리에 맞을 확률이 70%가 넘어가면...골키퍼 입장에선 욕바가지로 나온다. 그런데 그걸 조직적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수비진이 이걸 이겨낼 역량이 없다면 수비진은 단시간에 붕괴된다.

다행히 포루투칼은 대량실점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런 플레이가 허용되었다는 것은 그 순간에는 포루투칼의 압박이 풀렸다는 것 때문에 그런 설정을 독일에게 허용했다는 것이다.
전반전에는 어떡하건 그 상황을 최대한 막았다. 그래서 전반전은 양팀이 팽팽하게 나간 것이고 포루투칼이 미들부터 상당한 압박을 가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확률의 극대화는 뢰브 감독 취임 이후 독일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분명 독일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은 골치덩어리다.
독일축구가 이전에 비해서 창조적이다?
아니다.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공을 돌리고 다른 선수들이 움직이는 부분이 세련되어 진 것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전차군단'이라는 말대로의 '조직적인 축구'는 독일 축구라는 레테르 그대로다.

하지만 독일의 우승확률은 어떨까? 라는 대답에는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부분이 있다.
예선 조가 골치아프게 걸린게 크다는 거. 한경기 정도에서 체력안배 못하면 8강에서 바로 털릴 가능성이 있다. 상대가 덴마크-네덜란드라는 유럽축구에서 역시 '한 몸빵' 하는 팀들하고의 경기라는 것이 그 이유다.


-포루투칼은 좀 더 적극적이어야 했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포루투칼은 좀더 공격적으로 나서서 독일 수비의 라인을 점점 페널티에리어로 물러나게 했다. 그러면서 나온 여러 기회들. 독일도 체력의 한계는 분명 있다.
그 틈을 노린다고는 하지만...독일은 철저한 방어로 돌아서 버린 뒤였다.
그야말로 '육탄방어'까지 하면서 막는 독일의 '지키기'를 비집고 여러 차례나 좋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부분은 포루투칼 선수들이 비난받을 부분이 아니라 독일 골키퍼의 개인 능력의 힘과 약간의 운 때문이었다.

독일 골키퍼는 넓은 수비범위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크로스바를 맞는 불운만 아니었다면...이라 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포루투칼이 이겼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는 것이 오늘 경기다. 그만큼 팽팽했다는 이야기다.

경기력만 본다면 현재의 포루투칼이 이른바 '골든 에이지' 시대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되려 밸런스와 공격다양함은 이전보다 나은 점도 보인다.
문제는 포루투칼이 상대해야 하는 나머지 두 팀도 전통적으로 독일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는 팀들이다.

더구나 다음 경기는 '유러피안 다이너마이트'인 덴마크. 이미 덴마크의 다이너마이트에 네덜란드가 쓰러졌다.
분명 포루투칼의 공격력은 덴마크의 측면을 흔들겠지만 중앙에서 해결사가 없다면 포루투칼도 다이너마이트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B조 경기에서 화끈한 골잔치는 생각하지 말고 보자.
양팀의 실력이 비슷하면 어느 한쪽이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지 않는 한 골폭죽은 터지는 일이 아니다. 다만 한순간의 아로새김 그것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볼거리는 아니다.
양팀이 경기 끝날 때까지의 22명의 선수들이 만들어 내는 여러 장면들, 그것을 보는 것이 축구가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러기에 우리는 90분간의 드라마를 보기 위해 밤중에 내일 출근이나 등교를 고민하면서도 보는 것이다.

리얼 드라마 그 자체를 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