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풋볼보완계획48

팬들도 외면하는 '한밤의 라 리가' 라 리가의 2012-2013시즌이 개막했다. 선수등록기간 종료까지 약 열흘이 남은 시점의 개막으로, 각 클럽의 수뇌부들은 그라운드와 벤치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다. 경제위기 여파로 말미암아 라 리가 클럽들은 선수영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적시장이 닫히기 직전에 부랴부랴 영입에 나서는 클럽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적시장의 향방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도 라 리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개막전을 시청한 팬들은 "이번 킥오프 시각은 어딘가 이상하다"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라 리가는 일반적으로 가장 늦은 시간대의 경기가 현지시각으로 밤 10시에 열린다. 섬머 타임 기간이므로 일본(한국)에서는 새벽 5시에 시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개막전에서는 토요일에 열린 마요.. 더보기
아르센 벵거는 인종차별주의자였나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박주영이 아스날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독인 아르센 벵거를 인종차별주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선수 개인의 성공을 국가의 성공으로, 개인의 실패를 국가의 실패로 여기는 한국다운 참신한 발상이다.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가 벤치에 머무르는 것은 축구판이란 바닥에서 지극히 일반적인 일이다. 이런 선수는 비단 박주영만 있는 게 아니라 내 사랑 부산교통공사 축구단에도 있고, 심지어 북한 대표팀에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 개인의 실패를 국가의 실패로 여기는 이곳에서는 이를 상당히 괘씸하게 여긴다. 그러니 '대감독' 알렉스 퍼거슨은 단지 박지성을 선발에 넣지 않았던 이유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욕을 들어야 했고, 다른 곳도 아닌 아시아에서 재기의 발.. 더보기
일본은 없다? 일본은 있다 브라질전 패배의 충격을 잊기 위해 훈련장 근처 공원을 산책하던 홍명보 감독. 10분 남짓 걸었을까. 우연히 벤치에 앉아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홋, 멋진 남자..." 사내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일본 대표팀 감독, 세키즈카 다카시. 가벼운 악수라도 하고자 다가간 홍명보 감독에게 세키즈가 감독은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하지 않겠는가" 지옥에서 원수를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동메달 결정전의 상대가 숙적 일본이라니. 올림픽 4강 진출은 대성공임이 틀림없지만, 일본전 결과에 따라 여론이 급격하게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이번 한일전을 둘러싼 분위기는 'All or Nothing'에 가깝다. 온 국민이 애국심에 불타는 이 시점에 찬물까진 아니고 미지근한 물을 끼얹자면, 일본은 있다. 그.. 더보기
영국전 승리가 기적이 아닌 이유 올림픽 축구대표의 영국전 승리는 명백히 전술적인 승리였다. 상대 팀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상대 팀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이 경기는 대표팀과 태극마크가 지닌 가치의 구현이라는 뜨거움과는 별개로 올림픽 8강이란 무대에서 대표팀의 진가를 발휘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승리를 '기적'이라 부르지 않는다. 조별예선과는 다르게 주도권과 볼 점유라는 측면에서 자유로워진 대표팀은 본래의 장점인 수비적인 방법론을 선보였다. 아시아 지역예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영국의 롱패스를 의식해서 라인을 보다 낮은 지역에 형성한 점에 있었다. 최종 수비라인과 중원의 긴밀한 협력, 강력한 압박 등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역을 나눠서 압박하다가 위급한 상황에.. 더보기
반 페르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아스날에서 성장한 소년이 남자가 되어 아스날을 떠나는 장면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는 아스날이 매년 여름마다 맞닥뜨리는 운명의 데스티니와도 같은 것으로, 아스날 팬들은 이 운명을 피하지도 바꾸지도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반복되는 레퍼토리의 끝은 벵거를 향한 조롱으로 끝이 난다. 누구나 "다음 시즌에야말로 당신과 아스날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아스날 커리어도 마지막이 되겠지."라고 얘기한다. 아시겠지만, 벵거와 아스날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라이벌 맨유에 8-2로 처참하게 패배하고서도 살아남았다. 이상에 젖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벵거도 리얼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그는 또 한 번 위기관리능력을 증명했고, 연봉총액 5위의 아스날을 리그 3위로 이끌.. 더보기
프란델리 칼치오, 아주리의 새로운 시작 잉글랜드와의 승부차기에서 나온 피를로의 칩샷, 이른바 '파넨카킥'은 그 순간의 시간과 공기의 흐름, 나아가 몬톨리보의 실축으로 기울어진 승부의 향방까지 바꿔버렸다. 이 놀라운 침착함으로 이탈리아가 얻은 것이 4강 진출이 전부일까? 피를로의 침착함과 부폰의 완벽한 방어는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처참한 실패로 땅에 떨어진 칼치오의 위상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프란델리 감독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전형적인 카테나치오의 답습을 거부한 그는 유벤투스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면서 조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패스게임이 주체가 된 플레이 모델을 제시했다. 즉 카테나치오의 계보를 이를 만한 대형 수비수가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공백을 칼치오의 테크니션들로 메운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은 칼치오를 다시 .. 더보기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의 잠 못 이루는 밤 네덜란드 죽음의 조에서 깍두기로 취급받던 덴마크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유로의 특징도 있겠지만 사실상 개개인의 욕심이 통제불능 상태까지 도달하여 자멸로 이어진 결과였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전방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선수들이 수비적인 부담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간격 유지는커녕 압박도 하지 않는 네덜란드의 모습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덕분에 덴마크는 8번의 슈팅 시도를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측면 수비수로 나선 시몬 폴센이 네덜란드의 측면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라니. 득점을 책임져야할 반 페르시와 로벤의 활약도 실망스러웠다.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컴비네이션 작업을 시도했으나, 이후로.. 더보기
에닝요와 빨리빨리, 그리고 월드컵 강박증 참 급하기도 하여라.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 얘기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북의 에닝요를 대표팀에 발탁하겠다고 나섰다. 귀화에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게 귀찮았던 모양인지 특별 귀화라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당장 최종예선부터 기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아직 에닝요의 대표팀 합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의 일련의 행보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한국 사회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월드컵 강박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에닝요는 대한체육회가 특별 귀화에 비추천을 날리고 나서야 귀화와 대표팀에 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전후 맥락이 완전히 뒤바뀐 꼴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이 에닝요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존중했다면, 귀화.. 더보기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아스날 아스날이 달라졌다. 매번 이 시기가 되면, 경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리그 20라운드 풀럼전 패배를 시작으로 스완지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연달아 3연패를 당했던 아스날은 이후 8경기에서 7승 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라섰다. 시즌 내내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벵거의 표정도 이제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아스날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최근 8경기에서 무려 승점 22점을 얻었음에도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15점에 달한다. 이것은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이 너무 늦었음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기록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시점에서 아스날 정도의 팀이 승점을 22점이나 챙겼다면, 리그 3.. 더보기
이에나가 아키히로가 울산의 아키가 되기까지 등번호 28번, 아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검빨의 위압감이 지배하는 스틸야드에서 한글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는 이에나가 아키히로, 아니 아키라니. 매점에서 어렵게 획득한 육개장 사발면이 반 쯤 남아 있었음에도 젓가락질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 최고의 테크니션이라 평가받는 아키의 플레이를 단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마음이었다. 감바 오사카 유스가 배출한 최고의 걸작 지금으로부터 8년 전, 19살의 아키는 감바 오사카 유스가 배출한 최고의 걸작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당시 혼다 케이스케도 감바 유스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아키의 존재감에 가려졌을 정도로 아키의 잠재력은 일본 최고수준이라 평가받았다.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난 얄궂은 운명의 두 선수는 치열한 라이벌 의식으로 인해 사사건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