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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보완계획48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아스날



아스날이 달라졌다. 매번 이 시기가 되면, 경쟁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추락하던 모습이 사라진 것이다. 리그 20라운드 풀럼전 패배를 시작으로 스완지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연달아 3연패를 당했던 아스날은 이후 8경기에서 7승 1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라섰다. 시즌 내내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벵거의 표정도 이제는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아스날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존재한다. 최근 8경기에서 무려 승점 22점을 얻었음에도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15점에 달한다. 이것은 상승세로 돌아선 시점이 너무 늦었음을 분명하게 말해주는 기록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든 시점에서 아스날 정도의 팀이 승점을 22점이나 챙겼다면, 리그 3위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우승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대신 아스날이 얻은 것은 4위 토트넘과 승점 3점 차이의 3위다. 잘 나가던 더비 라이벌을 제쳤다는 사실로 만족감을 얻기에는 찝찝한 수치다.



다소간에 찝찝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근래 보기 어려웠던 꾸준함이란 면모가 살아난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는 좌절감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리그는 물론 각종 컵 대회에서 우승 가능성이 사라진 아스날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이라는 단 하나뿐인,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최고의 위치는 아니더라도 최후의 마지노선은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 팀의 멘탈리티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로시츠키와 아르테타 등 30대에 접어든 베테랑 선수들의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빼어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아스날은 그토록 바라던 스쿼드 내의 젊은 재능과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사이의 균형이 맞춰졌다. 이로 말미암아 지나치게 젊음에 치우쳤던 팀 분위기도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30대 선수에게는 1년 단기계약 방침을 고수하던 아스날이 로시츠키와 2년 재계약을 체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벵거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아스날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적어도 그는 갑부 구단주의 눈치와 스타 선수들의 견제에 시달리지 않았으며, 법정에서 자신의 애완견과 손을 꽉 잡고 무죄판결이 나오기만을 기도하진 않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신뢰를 받는 감독의 존재란 이토록 중요하다.



아스날이 상당히 괜찮은 모양새로 상승곡선을 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승리를 지키고 거듭된 역전승을 통해 시즌 초반에 잃어버린 자신감도 회복했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황은 달라졌다. 리그 17위에서 3위에 오르기까지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면, 지금은 반드시 3위를 지켜야만 한다. 더는 올라갈 자리도, 내려갈 자리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벵거와 아스날은 팀의 완성도를 너무 뒤늦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어야 할 것이다. 시즌 초중반에 경험한 형편없는 패배들은 라이벌 팀들이 너무 강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벵거와 아스날이 스스로 자초한 문제에 가까웠다. 17위에서 3위로의 도약은 기적과도 같은 상승세라 자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이는 2005년을 마지막으로 우승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어진 아스날의 현실을 선명하게 비추고 있다.



Text by 배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