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급하기도 하여라.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 얘기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북의 에닝요를 대표팀에 발탁하겠다고 나섰다. 귀화에 필요한 절차를 밟는 게 귀찮았던 모양인지 특별 귀화라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당장 최종예선부터 기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아직 에닝요의 대표팀 합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최근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의 일련의 행보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닌 한국 사회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월드컵 강박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에닝요는 대한체육회가 특별 귀화에 비추천을 날리고 나서야 귀화와 대표팀에 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전후 맥락이 완전히 뒤바뀐 꼴이다.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이 에닝요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존중했다면, 귀화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는 시점은 이보다 더 빨랐어야 했다. 제도적 절차와 함께 에닝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의 싹을 자르는 것이 순서였다.
'빨리빨리' 문화는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에닝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으며, 에닝요 또한 자신의 진정성을 뒤늦게 호소하는 처지가 됐다. 사전에 에닝요와 대한축구협회 사이에서 충분한 대화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에닝요 이후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는지도 궁금하다. 에닝요 이후로 귀화의사를 밝힌 선수들에게 적용될 판단이나 방식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한 번의 성급한 결정은 미래의 귀화선수들에게 심각한 제약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해도 될 정도로 에닝요의 귀화와 대표팀 발탁은 절박한 것이었을까?
오직 전력 강화라는 명목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지금의 방식은 귀화선수를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청용의 공백을 에닝요가 메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닝요 이후에 있다. 에닝요의 대표팀 발탁은 미래의 귀화선수들에 대비한 포석이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종착역이 브라질 월드컵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월드컵 강박증에 시달린 나머지 뭐든 빨리빨리 처리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참 급하기도 하여라.
Text by 배정훈
Photo by 일간스포츠(http://isplus.joinsmsn.com/article/569/81445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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