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죽음의 조에서 깍두기로 취급받던 덴마크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유로의 특징도 있겠지만 사실상 개개인의 욕심이 통제불능 상태까지 도달하여 자멸로 이어진 결과였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웠던 점은 전방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선수들이 수비적인 부담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간격 유지는커녕 압박도 하지 않는 네덜란드의 모습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덕분에 덴마크는 8번의 슈팅 시도를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측면 수비수로 나선 시몬 폴센이 네덜란드의 측면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라니.
득점을 책임져야할 반 페르시와 로벤의 활약도 실망스러웠다.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컴비네이션 작업을 시도했으나, 이후로는 골 욕심에 완전히 사로잡힌 플레이로 일관했다. 이후 네덜란드는 승점 1점이라도 얻고자 공격자원을 연달아 투입했으나, 별다른 계획 없이 그저 숫자만 늘린 것에 불과했다. 덧붙여 교체 선수들의 투입 이후로 바깥에서 겉돌기만 하는 로벤을 끝까지 방치한 점은 반 마르바이크 감독의 명백한 실책이었다. 여러모로 최악의 시작임은 분명하다. 최우선 과제는 공격과 수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찾는 일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네덜란드를 있게 한 응집력의 힘이다.
독일
수세에 몰리다가도 결국엔 승리를 따내고 마는, 독일식 효율의 부활이었다. 동시에 선수단 연령이 젊어지면서 독일다운 기질이 약해졌다는 우려를 씻어낸 경기였다. 즉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젊어진 ‘뉴 스쿨’ 독일이 옛 ‘올드 스쿨’ 선배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꾸준히 불안요소로 지적받았던 수비 라인의 안정성도 훔멜스와 노이어의 침착한 대응에 힘입어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단 포르투갈 스쿼드에 상대 수비를 끈질기게 괴롭힐 수 있는 공격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대평가는 금물. 뮬러와 포돌스키의 부진이 아쉽지만 독일의 벤치에는 젊고 핫한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스페인
과감한 결단이었던 제로톱 전술의 효과는 미미했다. 평소보다 볼 점유는 덜하면서 공격의 효율도 떨어지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무려 발로텔리님까지 높은 집중력으로 협력했던 이탈리아의 압박에 있었다. 또한 이니에스타와 실바가 터치라인을 따라 달리기 보다는 중앙으로 파고드는 쪽을 선호하는 만큼 측면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아쉬웠다. 물기가 적어 보였던 피치 상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적으로 스페인 입장에서)
토레스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들어가는 움직임은 좋았던 반면에 여전히 결정력에 문제를 있음을 보여줬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시즌 막바지에 이르러 급격하게 컨디션이 저하된 요렌테가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중앙에서 풀어갈 때는 요렌테의 신체적인 힘을 활용하여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야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요렌테가 최대한 빠른 시점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 푸욜의 공백은 라모스가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겠지만 토레스를 믿고 가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Text by 배정훈
Photo by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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