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산 로렌소 소속의 중앙 수비수, 호나탄 보티넬리가 리버 플라테로 이적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의 기록을 보면, 호나탄 보티넬리는 실제로 소속된 적이 없는 칠레의 우니온 산 펠리페 소속으로 나온다.
비슷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산 로렌소로 이적한 이그나시오 피아티는 이전까지 세리에A의 레체 소속이었으나, 산 로렌소의 기록에는 우루과이의 수드 아메리카라는 클럽에서 영입한 것으로 나와있다. 보카 주니어스에서 피오렌티나로 이적한 론카글리아도 우루과이의 피닉스 소속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선수들은 우루과이에서 단 1분도 뛰어본 적이 없다. 이런 엉뚱한 이적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아르헨티나 연방세입청(AFIP)이 나섰다. 그리고 AFIP는 아르헨티나 클럽들이 '스포츠계의 세금천국'이라 불리는 우루과이와 칠레 등지의 '유령클럽'의 이름을 빌려 선수 계약에 발생하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아르헨티나에선 이적료의 24.5% 세금으로 납부할 의무가 있지만, 칠레는 19.5%, 우루과이는 12%에 불과하다. 여기에 흥미를 느낀 이적시장 중개인들은 이웃나라의 소규모 클럽들과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그리고 1만 달러 수준의 소액을 지불하는 대신에 클럽의 이름만 빌려와 선수를 일시적으로 해당 클럽에 등록시킨 다음, 다시금 원래의 목적지로 이적시키는 '2단계 이적'을 통해 의도적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갔다.
AFIP가 이를 탈세행위로 규정하자 중개인들은 이러한 수법을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법적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향후 아르헨티나 정부가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선수 계약을 조사한다면, 전 세계의 빅클럽들이 모두 휘말리는 초대형 스캔들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거래가 '유령클럽'을 거치는 2단계 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탈세 의혹은 아르헨티나 축구를 뿌리째 흔들리게 만들었고, 이윽고 리그 4라운드 취소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우스타리, 레데스마(보카 주니어스), 히글리오티(콜론), 산타나, 사파타(인디펜디엔테), 베르지니, 오르티스(라싱), 보티넬리, 피아티, 스트라콸라루시(산 로렌소)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을 AFA 측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AFIP는 선수의 활동을 막을 권한이 없는 관계로 AFA는 관련 클럽들에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의혹이 풀릴 때까지 경기에 기용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동시에 AFIP는 축구계에 칼을 대기 위하여 AFA에 등록된 210명의 에이전트 중 146명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지시켰다. AFIP 대표인 에체가라이는 이러한 탈세행위를 축구계에서 박멸하기 위해 FIFA의 조셉 블레터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에체가라이는 안건의 대부분을 탈세행위로 규정하여 단호한 자세로 적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기업가 그룹'이라 불리는 탈세행위의 주모자가 어디의 누구인지, 어떠한 수법으로 각 클럽의 선수 영입에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체를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도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선 자신의 이름을 협회에 등록할 의무가 있다. 이는 스포츠적인 면에서 선수의 권리는 소속 클럽에 있지만, 세금과 같은 경제적인 권리는 클럽이 아닌 선수 본인이나 관련 기업에 있음을 의미한다. 제삼자에 의한 탈세행위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선수 전원의 경제적 권리까지 관리하는 클럽은 인디펜디엔테가 유일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정보를 게재한 인디펜디엔테는 올해 취임한 하비에르 칸테로 회장의 지시로 폭력적인 서포터 집단인 '바르바 브라바'와의 관계를 청산한 유일한 클럽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축구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에체가라이의 말에 따르면 AFIP는 1부, 2부 리그에 소속된 총 40여개 클럽의 재정적인 동향을 관찰하고자 각 클럽에 한 명씩 경제 담당 공무원을 파견했다고 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국가기관과 데이터를 공유하여 각국 축구계의 동향과 아르헨티나 선수의 계약내용을 조사하는 움직임도 시작되었다.
더불어 AFIP는 스포츠계의 세금천국에 존재하는 유령클럽의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현재 이 목록에는 우루과이의 수드 아메리카, 피닉스, 프로그레소, 베야 비스타, 보스톤 리베르, 칠레의 우니온 산 펠리페, 레인저스, 스위스의 로카르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르헨티나발 2단계 이적 파문은 전 세계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중개인들의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선수 본인과 소속 클럽을 적발 대상으로 삼을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관련자들이 모두 휩쓸릴 가능성도 생각해야만 한다.
축구계에서 중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올 것인가.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거대한 도전이다.
출처 - 야후 저팬 스포츠
Text by - 세르히오 레빈스키
Translation by - BJH48
Photo by - 산 로센소 클럽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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