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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마슬로프 스테이션

벨기에가 축구계를 지배하는 날? 10년은 멀었다

벨기에가 축구계를 지배하는 날? 10년은 멀



몸값으로만 따지면 세계 최강 벨기에 대표팀. 모두가 기대해 마지않는 이 팀에 불안요소는 없는 것인가? 꾸준히 벨기에 대표팀의 궤적을 추적한 낑까냥48이 약진의 이면에 숨겨진 불안을 까발린다!!


브라질 월드컵 유럽지역 최종예선에서 조 선두를 질주 중인 벨기에 대표팀 ◎AFP/Getty Images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버미네이터’ Thomas Vermaelen이나 ‘EPL의 떠오르는 깡패라 불리는 Christian Benteke처럼 강한 남자가 아니다. 강도 높은 비판에 의기소침해지거나, 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 말은 하겠다. 벨기에 대표팀이 조만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


 

그래, 미래는 밝다

 

현재 벨기에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 유럽지역 최종예선에서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를 제치고 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에 유로 2012 진출에 실패했던 팀의 확 달라진 면모는 축구계의 주목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축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팀,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보고 싶은 팀 등의 수식어는 기나긴 암흑기를 끝내고 전성기를 맞이하려는 이 젊은 팀에 대한 높아진 관심의 증거이다.

 

유럽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의 벨기에 대표팀에 관해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 빈도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여 주기적으로 벨기에 대표팀 관련 글을 접할 수 있다. 부쩍 높아진 관심도는 현대축구의 정점에 서 있는 스페인 대표팀을 능가할 정도이다.

 

이는 근년에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배출한 덕택이다. 팀 스쿼드에는 Thibaut Courtois, Vincent Kompany, Eden Hazard 등 전 포지션에 걸쳐 최고의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스타에 굶주린, 그리고 새로운 스타를 원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최고급 상품인 것이다.

 

벨기에 대표팀 주요 선수 리스트(2012. 11. 14 A매치 기준)


 

GK Simon Mignolet(24) - Sunderland

GK Jean-François Gillet(33) - Torino

GK Thibaut Courtois(20) - Atlético Madrid

DF Guillaume Gillet(28) - Anderlecht

DF Laurent Ciman(27) - Standard Liège

DF Vincent Kompany(26) - Manchester City

DF Jan Vertonghen(25) - Tottenham Hotspur

DF Daniel Van Buyten(34) - Bayern Munich

DF Laurens De Bock(20) - Club Brugge

MF Marouane Fellaini(25) - Everton

MF Axel Witsel(24) - Zenit Saint Petersburg

MF Eden Hazard(22) - Chelsea

MF Dries Mertens(25) - PSV

MF Timmy Simons(36) - Nürnberg

MF Steven Defour(24) - Porto

MF Kevin De Bruyne(21) - Werder Bremen

FW Romelu Lukaku(19) - West Bromwich Albion

FW Jelle Vossen(23) - Racing Genk

FW Ilombe Mboyo(25) - Gent

FW Christian Benteke(22) - Aston Villa

FW Igor de Camargo(29) - Borussia Mönchengladbach

 

그러나 필자가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국내외 미디어를 통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장밋빛 미래타령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비판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여 그들의 불안요소와 어두운 미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선수 개개인의 면면만 봤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소 발칙한 주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야기할 필요성을 느낀다.


골든 제너레이션의 탄생? ◎AFP/Getty Images



재능이 쏟아지는 것도 한계가 있다

 

벨기에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요 논점은 경험 부족과 스쿼드의 불균형에 있다. 여기서 경험 부족은 차차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이미 빅 클럽에서 활약하고 있거나, 당장 빅 클럽에서 뛰어도 부족함이 없는 재능들이 수두룩하다. 이 재능이라는 자산은 여전히 갈 길이 먼 대표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스쿼드의 불균형은 벨기에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공격은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사이드 플레이메이커유형과 박스 투 박스유형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수비진은 두터운 중앙에 비해 측면 자원이 너무나 열악하다. 다른 포지션처럼 뛰어난 선수 1~2명이 배출되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벼랑 끝에 몰린 자국리그

 

재능의 배출은 자국리그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그러나 정식 명칭을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은 주필러 프로리그(주필러리그는 네덜란드 2부를 뜻한다)는 해를 거듭할수록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단순히 UEFA 클럽 랭킹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UEFA 클럽 랭킹은 차근차근 한 계단씩 올라 어느새 10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록만 보면 미미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den Hazard, Vincent Kompany 등 벨기에를 대표하는 스타들에겐 돈벼락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표팀의 현재이자 미래여야 하는 자국리그는 인접 국가인 네덜란드와의 병합을 추진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에는 통산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Standard Liège가 네덜란드와의 병합이 실패로 돌아갈 시에 프랑스 리그 가입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아약스에서 성장하여 현재는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Jan Vertonghen ◎Getty Images 


 

또한 유스 시스템 대개혁을 선언했음에도, 정작 대표팀을 지탱하는 스타들 다수가 네덜란드와 프랑스로부터 길러졌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다행히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재능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지만, 그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특정 포지션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현 대표팀의 스쿼드 불균형 문제를 쉽사리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무기력한 수장과 무기력한 협회

 

2000년부터 현재까지 6명의 감독이 벨기에 대표팀을 지휘했으나, 임기는 대부분 3년을 넘기지 못했다. 협회 차원에서의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깜냥도, 배짱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실패를 무마하고자 위기 때마다 감독을 교체하는 것이 전부였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고민의 흔적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그 나물에 그 밥에 매달렸던 협회는 대표팀의 발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그 사이 자국리그 강호의 사령탑은 타국 감독들이 점령했다. 자국 출신 감독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유로 1972에서 3위를 차지하며 축구계에 벨기에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Raymond Goethals, 유로 1980에서 벨기에를 최초의 메이저 대회 결승으로 이끌며 붉은 악마의 전성기를 이끈 Guy Thys와 같은 명장들이 배출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대목에선 중동으로 발길을 옮긴 Michel Preud'homme 감독의 행보가 아쉽다.

 

그렇다고 타국 출신의 명장을 데려오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Advocaat Case’가 좋은 예다. 200910, 각고의 노력 끝에 네덜란드의 명장을 모셔왔으나, 6개월 만에 거액을 제시한 러시아로 떠나버려 머니 게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계약을 파기한 Dirk Advocaat 감독의 도덕성과는 별개로 벨기에 축구협회(KBVB)의 무력함을 재차 증명한 꼴이 되고 말았다.

 

세계 제패? 10년은 멀었다

 

그나마 뒤늦게라도 개혁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선수들은 자신을 낮추고 겸허한 자세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축구협회는 부지런한 인선 작업을 통해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선수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인 Marc Wilmots 감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궤를 같이 한다. 이러한 자세는 팀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있어 자양분이 될 것이다.


Marc Wilmots 감독은 벨기에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끌 수 있을까? ◎Getty Images

 

하지만 이 과정에도 우려가 없진 않다. Marc Wilmots 감독이 지금까지는 팀을 잘 이끌고 있으나, 아직은 책상물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실전 경험이 많지 않아 팀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선수들을 다독이고 대응책을 제시할 자질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기 어렵다. 가까운 미래에 클럽에서의 성공을 경험한 선수들이 자칫 대표팀의 연이은 실패에 회의감을 느낄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래서 이들에겐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중요하다.

 

비디오 게임이라면 당장이라도 우승할 것 같은 벨기에 대표팀에 버추어 파이터의 아키라 유키가 외칩니다.

 

“10년은 멀었다!”





Text By 낑까냥48



Photo by UEFA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