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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UPL 구단주 열전① 메탈루르/호벨라/카르파티/조르야/볼린/일리치베츠

지난 주에 예고해 드린 바대로 우크라이나 프리미어 리그 구단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원래는 리가 종 사그레스(LZS), 즉 포르투갈 프리메이리가를 살펴 볼까 했습니다. 허나 LZS의 경우 거의 모든 팀들이 소시오 총회, 혹은 주주총회(assembleia geral)에서 회장을 선출하고 있더군요. 스페인 라 리가나 독일 분데스 리가와 비슷한 상황이란 말이죠. 본 시리즈 기획의도는 어디까지나 축구팀 소유권이 개인이나 특정 단체에 있을 경우 그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주 목적이기에 이처럼 소유권이 나누어져 있는 구조는 취지에 걸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왕에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를 살펴보았으니 인접한 국가이자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최근에 CIS 리그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죠?) 우크라이나 프리미어 리그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리그는 유로 2012 공동 개최를 경험했고, 대회에 EPL, 분데스리가, 라리가, 세리에A, RPL에 이어 가장 많은 대표팀 선수를 배출한 리그로 최근 성장세가 돋보이기도 하니까요.

 

RPL과 마찬가지로 16개 팀을 총 세 번에 나누어서 살펴 봅니다. 순서는 지난 시즌 순위 역순입니다.



 

 

1. 알렉산더 보구슬라예프 - 늦둥이 아들의 꿈

 

소유 구단: 메탈루르 자포리자
주 업종: 비행기 엔진

 

2012년 6월 메탈루르 자포리자 구단주이자 자포리자 지역에서 공장, 은행 등을 소유하고 있던 지역 사업가 이고르 바리에프스키는 구단을 알렉산더 보구슬라예프에게 매각한다고 발표합니다. 자포리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죠. 사업 사정이 나빠진 이고르 바리에프스키 구단주가 매년 $ 12-15 miliion 정도 소요하는 운영비를 부담스러 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기에 매각 뉴스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기존 언론들에서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던 인물들, 그 중에서도 특히 자포리자 지역 보드카 상인이자 바리에프스키 친구인 유게니 체르니악이 클럽을 인수한다는 루머가 유력하던 상황이었기에 보구슬라예프의 인수 소식은 뜬금 뉴스였습니다.

 

그렇다면 1978년생 젊은 구단주 알렉산더 보구슬라예프는 누구인가? 그는 자포리자 지역에서 비행기/헬기 엔진을 만드는 회사 "모토르 시치(Motor Sich)" 사장 비체슬라브 보구슬라예프의 늦둥이 아들입니다. 네, 포브스 기준 우크라이나 부자 순위 21위에 랭크되고 있는 비체슬라브 보구슬라예프 말입니다. 불곰사업 관련 일을 해보신 분이나,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모토르 시치가 M-17 헬기에 들어가는 VK-2500 엔진을 제작한 우크라이나 최대 엔진 제조사라는 사실을 잘 아실테지요.

 

비체슬라브가 마흔 살에 얻은 알렉산더는 그의 유일한 자식이기도 합니다. 대학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했고 비행기 엔진 관련으로 기계공학 박사과정까지 마친 후 아버지 회사 "Motor Sich"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일을 해왔죠. 공학자이면서 동시에 우크라이나 최고인민 평의회(우리나라 국회에 해당, 정원 450명, 이하 최고의회) 의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알렉산더 역시 자포리자 지역 의회에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근데 실은 이 인간이 아버지 회사에 출근하는 일보다 카지노에 출근하는 일이 훨씬 잦은 전형적인 재벌 2세 스타일이라는 소문이 있어 서포터들은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어요.


 

 

2. 네스토르 슈프리치 - 정치가 아들의 장난감

 

소유 구단: 호벨라 우주고로트
주 업종: 정치가

 

호벨라 구단주이자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 부의장 네스토르 슈프리치는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친러성향을 표방하고 있는, 동우크라이나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 SDPU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해서 SDPU 대표 자리에 까지 올랐으며, 빅토르 야누코비치와 함께 지역당(Party of Regions)으로 소속을 옮긴 후에도 빅토르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 측근으로 맹활약 중이지요.

 

고등학교 졸업 후 지역 사업가들에게 번역일을 하다가 서방세계와의 합작 회사들에서 경력을 쌓으며 20대를 보낸 슈프리치가 SDPU 소속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건 30살 나이였습니다. 36살에 SDPU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최고의회에 진출할 만큼 촉망받는 정치가였으며, 마흔 살이었던 2006년에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장관직에 오른 쟁쟁한 인물이기도 하죠.

 

사실 저 정도로 정치에 바쁜 인간이 축구 구단에 세세히 신경을 쓰긴 어렵죠. 네스토르 슈프리치는 2011년에 자기 아들 알렉산더 슈프리치를 호벨라 부회장 자리에 앉혀 구단 살림을 맡겼습니다. 88년생 알렉산더 슈프리치는 네스토르가 우주고로트 지역 정치가의 딸과 20살에 일찍 결혼하며 가진 아들인데, 축구를 좋아해서 호벨라 우주고로트 아카데미에서 공격수로 뛰기도 했습니다. 허나 유스팀에서조차 한 골도 못넣은 기록을 보면 아버지 소유 구단에서 취미생활 재밌게 하며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싶어요.


 

 

3. 표토르 디민스키 - 축구선수 출신 광부 정치가

 

소유 구단: 카르파티 리비우
주 업종: 철광석/정유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표토르 디민스키는 어릴 적에 축구선수 생활을 경험했던 구단주 입니다. "크리브바스 크리비 리" 유스 출신으로 크리브바스 2군팀에서 뛰다가 2부 리그 샤흐타르 체르노보그라드에서 짧은 선수 생활을 마쳤죠. 이후 광산회사에 취직해 철광석 채굴 쪽 일을 했던 디민스키는 회사를 다니며 광산학 학위를 따고 30대에는 수석 엔지니어를 거쳐 회사 이사진으로 승진하기에 이릅니다. 개방기였던 1990년대에 공산권 국가 회사 경영진이 대부분 그랬듯이 사업가로 변신했고, 2002년에는 우크라이나 최고의회에 진출해 리비우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가로 잠깐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디민스키가 카르파티 리비우 구단주가 된 건 2001년 부터인데, 올해 즉 2012년 9월 20일에 클럽의 방향성에 대한 성명서를 하나 발표합니다. 내용을 요약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11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주지사였던 미하일 글라디야 씨가 저를 불러 이렇게 말하더군요. 카르파티 리비우를 맡아 우크라이나 제일 가는 축구팀으로 만들어 주시겠소? 당시만 해도 막대한 선수 이적료/주급을 뿌리는 팀과 그렇지 못하는 팀 간의 경제적인 격차가 심하지 않을 때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운영진들은 주정부와 협력해 일군의 투자자를 모아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경기장, 숙박시설 등 지역과 연계한 사업들을 구상했죠. 허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주정부의 주인이 바뀌자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상황은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리비우에 부임했던 주지사, 시장들은 하나같이 우리 팀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허나 이런 말이 있죠. '남자의 장미빛 약속만 믿고 성급히 결혼하지 마라.' 지방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저의 잘못 역시 없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아니라 팬들이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저는 팬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 결정했습니다. 팬들을 팀 운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이제부터 팬들에게는 구단을 운영할 예산이 주어질 것이고, 클럽의 정책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질 것입니다. 물론 그에 대한 책임도 뒤따르겠지요.

 

카르파티 리비우에게는 일부 빅클럽과 같은 막강한 자금력이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대신 우리 팀 아카데미에서는 600명의 유소년 선수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유소년 축구 시설은 우리 팀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자, 우리 지역에 보답해야 할 의무입니다. 저는 최근 아틀레틱 빌바오의 행보를 보며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오직 바스크 사람들로 구성된 클럽임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 팬들도 이런 방향성을 지지할 것입니다. 우리는 팬들과 함께 리그를 헤쳐 나가고 나아가 유럽을 꿈꾸려 합니다,"


 

 

4. 유게니 겔러 - 아흐메토프 파벌의 일원

 

소유 구단: 조르야 루한시크
주 업종: 정치가

 

1974년생 유게니 겔러는 도네츠크 폴리텍에서 공학경영을 전공하고 졸업 후 우크라이나철강생산(Ukrmetaloprodukt) 등에서 경영진으로 일했습니다. 2002년에 도네츠크 시의회에 입성해 정치가의 삶에 입문하였고, 2007년 33살 나이로 우크라이나 최고의회에 진출 해 의회 내에서 우크라이나 금융/세금 위원회 부의장, 이스라엘/오스트리아/세르비아/스위스/독일 친선대사 등의 임무를 맡고 있죠.

 

조르야 루한시크는 원래 "D-M Babk"를 소유하고 있는 발레리아 부카예프 가문에서 소유하고 있었죠. 2009년 발레리아 부카예프 사망 후 미망인 마리나 부카예프가 잠시 루한시크를 맡았다가 유게니 겔러에게 구단을 넘겼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부카예프와 유게니 겔러, 이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밤의 대통령 리나트 아흐메토프 측근인 도네츠크 파벌 소속입니다. 그렇습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 보다도 영향력이 크다고 일컬어지는 우크라이나 올리가르히 리나트 아흐메토프 말이죠. 리나트 아흐메토프는 샤흐타르 도네츠크 구단주이기도 해서 유게니 겔러에게는 늘 샤흐타르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유게니 겔러 자신은 늘 부정하고 있어요.


 

 

5. 바실 스딸야르 - 정치동맹, 축구에서도?

 

소유 구단: 볼린 루츠크
주 업종: 정치가

 

바실 스띨야르는 루츠크에서 태어나 도네츠크 공대를 졸업한 후 이런저런 회사 홍보이사를 맡아 경력을 쌓은 인물입니다. 1995년에는 사설 경비업체 "Themis-Inter" 홍보이사를 맡았고, 이후 같은 회사 전무이사로 일했죠. 볼린 루츠크 구단주가 된 건 2003년 부터입니다. 2006년에는 정치에 입문해 중도 우파 성향의 "우리 우크라이나" 당 소속으로 볼린 지역 의회에 입성했고, 유시첸코 사람이다가 분리해 나온 야체뉵 아르세니 페트로비치를 따라 2010년부터는 변화 전선(Front of Change) 소속으로 옮겨 볼린 지역 의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외부에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어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인터뷰 등을 요청하는 언론사 전화가 수차례 갔음에도 모르는 번호라며 한 통도 받지 않은 일화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볼린에는 구단주가 한 명 더 있습니다. 부회장인 파릭 이고르 페트로비치가 스딸야르 회장과 지분을 반 씩 나누어 소유하고 있죠. 스딸야르와 친구 사이인 페트로비치는 "우리 우크라이나" 당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최고의회 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즉 둘은 한 때 같은 정당 소속이다가 지금은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파벌 소속이라는 말이죠. 기자들의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둘의 사이는 어떠냐", "정치적인 관계가 둘 사이에 영향을 미치는냐" 등인 건 당연한 일입니다. 페트로비치는 우크라이나 정치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기업가 경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최대 석유회사인 "UKRNAFTA" 이사로 일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그때문에 후에 살펴볼 드니프로 구단주 이고르 콜로모이스키와도 연결점을 가지고 있어요.


 

 

6. 블라디미르 보이코 - 우크라이나 최고 전문경영인

소유 구단: 일리치베츠 마리우폴
주 업종: 철강

 

마리우폴에서 태어난 블라디미르 보이코 영감은 17살부터 철강회사에 몸담은 철강맨입니다. 현장에서부터 시작해 소장, 이사, 전무이사 등을 거쳐 1990년에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 회사인 "마리우폴 일리치 철강" CEO 까지 오른 인물이죠. 철강 뿐 아니라 각종 지역 개발 사업을 전개해 마리우폴 지역 사람들에게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습니다. 한 때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경제 쪽 조언을 하는 위치였고, 2002년 지역당 등이 결합한 우크라이나 대연정이 결성되었을 때는 거기 소속으로 우크라이나 최고의회에 까지 진출한 인물입니다. 2003년에 경제계에 이바지한 공을 인정받아 우크라이나 최고 훈장인 "Hero of Ukraine"를 수여받았고, 2009년에는 한 잡지에서 선정한 우크라이나 최고 경영자로 뽑히기도 하였죠.

 

2010년 9월 17일에 우크라이나 올리가르히 리나트 아흐메토프가 이끄는 "Metinvest Holding"이 마리우폴 일리치 철강을 인수합병하면서 75% 지분을 가진 대주주가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즉 블라디미르 보이코가 진두지휘하는 마리우폴 일리치 철강은 리나트 아흐메토프 산하의 자회사가 된 격이었지요. 샤흐타르 도네츠크 구단주이기도 한 아흐메토프는 이후로 보이코가 이끄는 일리치베츠 마리우폴에게 덕담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