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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펩vs티토 혹은 바르셀로나의 리스크

 

지난 번 스완지 포스팅에서 이글루스 각만님이 바르셀로나 데이터도 궁금하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스완지가 로저스에서 라우드럽으로 감독이 바뀌면서 좀 더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화했듯이 바르셀로나 역시 펩에서 티토 빌라노바로 감독이 바뀌면서 유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데이터를 정리해 비교해 봤습니다.


 

 

1. 티토 바르사

 

지난 시즌 말 펩 과르디올라가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바르셀로나는 넘버 투 였던 티토 빌라노바를 한 단계 승진시키며 큰 틀의 변화는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사비나 메씨, 이니에스타 등 팀의 주축들도 공통적으로 티토 체제에서 크게 바뀐 건 없다고 말하고 있죠.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케이타, 아펠라이가 나가고 송과 알바가 들어온 걸 제외하면 큰 폭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허나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경기들을 보면 변화가 전혀 없진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먼저 포메이션 측면에서 보면 펩이 마지막 시절에 즐겨 사용했던 343 배치를 버리고 다시 433 으로 회귀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바르셀로나의 바뀐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티토 바르셀로나는 펩 시절에 비해 보다 직선적(direct)이며, 보다 공격적이고, 보다 공방을 즐긴다(open)고. 부수적으로는 롱볼을 보다 많이 활용하며, 전방 압박의 강도 역시 약화되었다고.

 

그렇담 이런 변화들이 축구 내적인 통계에는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을까요? 데이터들을 한 번 보겠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언급하자면 사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성적들이 온전히 티토의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죠. 아시다시피 티토는 작년 말에 지병으로 수술 후 입양 중이고 이후 바르셀로나는 로우라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리그 기준으로 티토가 16경기, 로우라가 12경기를 소화했는데 이 둘을 각각 분리해서 살피기에는 표본 수가 너무 적습니다. 리그 각 팀을 한 번씩 상대해 보는 19경기에도 못미치는 숫자이니까요. 그래서 모든 비교는 지난 시즌인 11-12시즌 전체와 이번 시즌 28경기 전체로만 합니다. 스완지 때와 마찬가지로 OPTA 데이터를 집계했습니다.


 

 

2. 패스와 점유율

 

12-13시즌 바르셀로나는 그들이 자랑하는 점유율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습니다. 지난 시즌보다 0.6%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69%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죠. 경기당 시도하는 패스 숫자는 지난 시즌 709개에서 이번 시즌 753개로 44개 가량 늘어났습니다. 펩 시절에 비해 티토 바르사가 약간은 빠른 템포로 경기를 진행해 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성공한 패스 숫자 역시 627개에서 664개로 늘어나서 시즌 패스 성공률(11-12시즌 88.5% → 12-13시즌 88.1%)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시도한 롱볼 숫자는 50.6개에서 54.2개로 경기당 3.5개가 늘어났으니 지난 시즌보다 롱볼 시도가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바르셀로나가 경기장 구역별로 볼소유권을 획득한 빈도를 보면 한 가지 재미난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수비지역(Defensive Third)에서는 지난 시즌에 비해 0.4회 늘어난 24.1회 볼을 획득한 반면 미들지역(Midfield Third)과 공격지역(Attacking Third)에서는 각각 지난 시즌 대비 1.4회와 0.6회 감소한 25.8회와 3.1회 볼을 획득하는데 그쳤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팀들의 볼소유권 획득 빈도 변화는 보다 뚜렷합니다. 이번 시즌 상대팀들은 자신들의 수비지역에서는 지난 시즌 대비 0.3회 적은 빈도로 볼을 획득한 반면 자신들의 미들지역과 공격지역에서는 각각 3.6회와 0.4회 늘어난 빈도로 볼소유권을 획득했지요. 요약하자면 바르셀로나는 전방과 중앙에서 볼을 획득한 경우가 줄었는데 바르셀로나의 상대팀들은 자신들의 전방과 중앙에서 좀 더 많은 볼을 획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되겠습니다.


 

 

3. 공격

 

이번에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작업 쪽을 보겠습니다.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 시도 모두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수치가 감소했습니다. 드리블 돌파 시도는 지난 시즌 경기당 24회를 시도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경기당 21.9회에 그치고 있습니다. 크로스 시도 역시 지난 시즌 경기당 12.4회에서 이번 시즌 경기당 11.2회로 감소했죠. 다만 드리블 돌파와 크로스 모두 성공율은 지난 시즌 대비 소폭 올라갔습니다. 드리블 돌파는 지난 시즌 54.6% 성공율이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58.9%까지 성공율이 올라갔고, 크로스는 지난 시즌 22.6% 성공율을 보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23.2%로 소폭 성공율이 올랐지요.

 

관련하여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팀들의 수비 관련 수치를 보면 가로채기 빈도가 대폭 감소한 걸 알 수 있습니다. 경기당 가로채기 시도가 지난 시즌 25.2회에서 이번 시즌 19.6회로 무려 5.6회나 감소했죠.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팀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진영에 갖혀서 대부분의 가로채기를 박스 앞에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이번 시즌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자신들의 진영으로 몰리는 경우가 적다고 할 수 있겠죠. 연관하여 바르셀로나 상대팀들의 태클 시도는 지난 시즌 대비 1.3회 감소하였습니다. 헌데 상대적으로 걷어내기(clearance) 시도는 지난 시즌 대비 2.1회나 증가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성공 후 공격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로채기가 수비팀들의 진영이 갖춰진 상태에서(주로 박스 앞) 이루어지는 반면 걷어내기는 볼소유권을 넘겨주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상대팀이 정말 위험지역까지 접근해 왔을 경우(주로 박스 안)에 행해진다는 걸 고려해 봅시다. (아래 예시 참조) 그렇담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의 상대팀들의 가로채기 감소와 걷어내기 증가는 정돈된 수비를 하는 빈도는 감소했지만 오히려 골문 앞에서 위협적인 순간은 더 자주 맞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4. 수비

 

통계적인 측면에서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는 수비 관련 수치가 가장 변화폭이 큽니다. 경기당 가로채기 시도가 무려 5.4개(11-12시즌 19.1 → 12-13시즌 13.7)나 감소했고 경기당 태클 숫자도 1.6개 감소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최후방이 아니라 미드필드 지역 혹은 종종 전방지역에서 가로채기와 태클이 일어나곤 했다는 걸 고려해 보면 이는 앞서 살펴본 지역별 볼소유권 획득 수치 변화와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경기당 걷어내기 빈도는 경기당 11.8회에서 16.6회로 4.8회나 증가했는데 이는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이 지난 시즌에 비해 보다 손쉽게 바르셀로나 위험지역까지 진입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의 드리블 돌파 시도와 크로스 시도가 모두 증가한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중볼 경합은 경기당 7.8회 증가했는데 걷어내기 빈도(수비)의 증가와 롱볼 빈도(공격)의 증가가 함께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5. 슈팅과 효율

 

마지막으로 축구에서 골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슈팅 통계를 보겠습니다.

 

티토 바르셀로나가 보다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인식과 달리 경기당 슈팅 시도는 지난 시즌 경기당 16.5개에서 이번 시즌 13.8개로 오히려 2.7개 감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유효슈팅 역시 7.6개에서 6.4개로 감소했고, 박스 안 슈팅은 11개에서 8.8개로 감소했죠. 일부에서는 티토 바르사가 펩 바르사에 비해 중거리 슈팅을 아끼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박스 밖에서 때린 슈팅 숫자를 보면 지난 시즌 5.5개, 이번 시즌 5.1개로 이번 시즌이 더 적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한 팀들은 어떨까요? 이번 시즌 바르셀로의 상대팀들은 바르사를 상대로 경기당 9.3개 슈팅을 때리며 지난 시즌 보다 두 개 더 많은 슈팅수를 기록했습니다. 박스 안에서 때린 슈팅도 경기당 5.9개로 지난 시즌 대비 1.7개 더 늘어났으니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좀 더 열린 경기를 하고 있다는 걸 슈팅을 통해서 확연히 알 수 있죠.

 

11-12시즌 바르셀로나 38경기 114득점 29실점 골득실 +85 승점 91 / 경기당 3.00 득 0.76실 승점 2.38
12-13시즌 바르셀로나 28경기 88득점 31실점 골득실 +57 승점 74 / 경기당 3.14 득 1.11실 승점 2.64

 

아니 12-13시즌은 경기당 슈팅숫자가 지난 시즌 대비 3개 가까이 줄었는데 어떻게 경기당 득점이 더 높아질 수 있었을까요? 답은 슈팅의 효율에 있습니다.

 

위에 표로 정리했듯이 메씨는 11-12시즌에 메씨는 리가에서 총 198개 슈팅을 시도해 50득점을 성공해 슈팅당 득점율이 25.3%에 달했습니다. 메씨를 제외한 나머지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428개 슈팅을 때려 64득점을 기록해 슈팅당 득점율이 15%로 10% 정도 차이가 났죠.

 

헌데 12-13시즌 메씨는 28라운드 현재 총 147개 슈팅을 시도해 42득점을 성공하고 있습니다. 슈팅당 득점율이 28.6% 달하죠. 메씨만 그런가? 아뇨. 메씨를 제외한 나머지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28라운드 현재 리가에서 240개 슈팅을 때려 46득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슈팅당 득점율이 19.2%이죠.

 

메씨의 슈팅당 득점율만 증가(+3.3%)했다면 이번 시즌 메씨가 유난히 잘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하겠죠. 허나 메씨를 제외한 나머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슈팅당 득점율 역시 그 이상으로 증가(+4.4%)했습니다.

 

결국 이는 펩 축구가 진영을 갖춘 상대로 무수히 많은 슈팅을 때리며 힘들게 열었던 상대 골문을 티토 축구는 좀 더 가드를 내리며 약간 얻어맞는 걸 감수(경기당 슈팅 허용 2.0 증가, 경기당 실점 0.35 증가)하면서 반대급부로 보다 손쉬운 득점 찬스를 얻어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리스크를 허용한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가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에서 기록할 최종 성적이 궁금해 지는 대목입니다.

 


 

P.S. 이렇게 축구 통계적으로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을 비교해 보고 싶은 팀이 있다면 아래에 덧글로 남겨주세요. 제 관심사에도 부합하는 경우라면 몇 팀 더 정리해 볼 의향이 있으니까요. 참고로 제가 OPTA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는 리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라리가/EPL/분데스리가/세리에A/리그앙/러시아프리미어리그/에레디비지에/M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