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세리에A 중계권 분배 방식과 EPL 중계권 계약 갱신에 대한 포스팅을 각각 한 적 있죠. 오늘은 분데스리가 TV 중계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중계권료 특집 3부작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분데스리가 TV 중계권료는 유럽에서 EPL, 세리에A, 라리가, 리그앙에 이어 다섯 번째 규모입니다.
이처럼 리그 규모에 비해 중계권료가 적은 편이고, 입장료 역시 값싼 걸로 유명한 분데스리가는 상대적으로 스폰서 등 상업 수입의 비중이 높습니다.
사실 이는 유럽 여타 빅리그에 비해서도 특이한 현상입니다. 유럽 5대 리그 중 분데스리가를 제외한 EPL, 세리에A, 라리가, 리그 앙은 모두 리그 매출에 있어 TV 중계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를 살펴 봅시다.
0. 축구 TV 중계권료의 논리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 하나.
특정 리그의 TV 중계권료 규모가 커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요? 자국 리그의 인기? 물론 중요하겠죠. 허나 이것만으로는 핵심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해외에서의 인기? 유럽 빅리그 중에 자국 중계권료 규모보다 해외 중계권료 규모가 큰 리그는 없으니 이것도 핵심은 아닙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각국 리그로부터 비싼 값에 TV 중계권료를 사줄 수 있는 방송사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중계권료 입찰에서 입찰단가를 높여줄 방송사 간 경쟁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입니다.
(1) EPL이 다음 시즌부터 적용될 새로운 중계권료 계약에서 대박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텔레콤 회사였던 BT가 떡하니 등장해 디지털 TV 사업과 연계한 핵심 컨텐츠로 EPL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중계권 입찰에서 높은 금액을 적어내며 ESPN을 따돌렸기 때문입니다.
(2) 올드팬들이 추억하는 세리에A 7공주 시절이 가능했던 이유는? 스카이 이탈리아를 필두로 새롭게 등장한 케이블 방송사에서 막대한 금액으로 중계권을 사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폭으로 증가한 TV 중계권료 덕분에 리그 전체적인 매출이 단숨에 두 배 가까이 부풀어 올랐고 이런 거품 경제를 주체하지 못하고 흥청망청거리던 이태리 클럽들 대다수가 파산 등 어려움을 겪었죠. (물론 흥청망청만 이유는 아니고 중계권 대박에 맛을 들인 유벤투스와 양 밀란 등 빅쓰리가 리그 중계권 단체 협상을 깨고 클럽별로 개별 협상에 나서며 중계권료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해 빅쓰리를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의 중계권료가 급격히 줄어든 점도 컸습니다) 지금 세리에A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자국 내에서 스카이 이탈리아와 메디아셋의 경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3) 라 리가 개혁파들이 현 중계권료 체제를 뒤집어 엎지 못하는 이유? 마드리드/바르셀로나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있는 메디아프로를 대체할 또다른 방송사를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아틀레티코를 비롯한 몇몇 클럽들이 다른 방송사와의 계약을 통해 메디아프로의 영향력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결국 실패했죠.
(4) 사르코지가 다급하게 카타르 왕세자에게 손을 내민 이유는? 리그 앙 중계권 경쟁 입찰에서 Canal+ 를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하면서 단독 입찰이 되어 중계권 가격이 급격한 하락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한 경쟁입찰업체로 카타르 알 자지라 방송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1. 키르히 파산과 유료채널의 실패
그렇담 이 글의 주제인 분데스리가는 어떨까요? 사실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원래부터 TV 중계권료의 비중이 낮았던 건 아닙니다. 시계추를 2001년 경으로 돌려 봅시다.
표 출처: German Football (2006)
위 표는 2001년 당시 독일 내 주요 방송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사들에서 42.7%, 유료채널을 앞세운 키르히 그룹에서 25.8%, 미디어재벌 몬 가문의 베르텔스만에서 24.7%로 시장을 삼분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키르히 그룹은 1990년대 초부터 분데스리가 중계권 입찰에 뛰어들어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하며 독일 클럽들이 자신들 매출의 70% 가까이를 TV 중계권에 의지하게 만들었죠. 아래 표는 키르히가 입찰에 등장한 이후 분데스리가 중계권이 얼마나 폭등했는지 알 수 있는 표입니다.
표 출처: German Football (2006)
허나 2002년 키르히 미디어 그룹이 파산합니다. 각종 스포츠 중계권을 사들이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 썼지만 독일 내에서 자신들의 유료TV(pay TV) 서비스 판매가 기대보다 부진했던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독일처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무료로 스포츠를 TV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키르히의 베팅이 과했던 건이 사실입니다.
암튼 당시 키르히의 파산은 독일 정부까지 나서야 할 정도로 분데스 리가 클럽들에게는 큰 타격이었습니다. 2001-02시즌 분데스리가 우승팀이었던 도르트문트가 왜 2003년부터 갑작히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했고 결국 2005년에 파산까지 가야만 했을까요? (BVB의 흥청망청이 일부 이유기도 했습니다) 90년대 내내 유럽 랭킹에서 3-4위를 유지하던 분데스가 왜 2000년대 중반 5위로 처지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을까요?
그만큼 2000년대 분데스 리가는 키르히 미디어의 파산을 떼놓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당시 키르히가 파산하지 않고 그들의 유료 TV 시스템이 독일 내에 보급되는데 성공했다면 유럽 축구의 지형도, 분데스 리가 클럽들의 매출 비율은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2. 중계권 계약 갱신과 현 분배 방식
작년 말 경 DFL 회장 크리스티안 자이퍼트가 2013-14시즌부터 세 시즌 간 적용될 새로운 중계권 계약에 대한 내용을 발표합니다. 현 중계권 계약이 연평균 € 412M (자국: 384m, 해외: 28m) 수준인데 새로운 중계권 계약은 연평균 € 698M (자국: 628m, 해외: 70m)수준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로운 중계권 계약이 시행되면 분데스 리가는 13-14시즌부터 연 € 2bn을 넘어서는 EPL 중계권 계약이나 € 1bn에 가까운 세리에A 현 중계권을 뛰어넘지는 못해도 리그앙과 라리가 현 중계권 규모는 넘어서게 되죠. 몇 년 전부터 분데스리가의 성장을 위해서는 TV 중계권료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중계권 규모에 있어서는 세리에A를 넘어서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온 루메니게가 기뻐할 일이었습니다.
그렇담 현재 분데스리가 TV 중계권료는 어떤 방식으로 분배되고 있을까요?
원칙 자체는 간단합니다. 12-13시즌 중계권료를 예로 들면 지난 네 시즌의 성적이 기준입니다. 다만 성적이 반영되는 비중이 다르죠. 현재 시즌인 12-13시즌 성적이 40%, 직전 시즌인 11-12시즌 성적이 30%, 두 해 전 10-11시즌 성적이 20%, 세 해 전 09-10시즌 성적이 10% 가중치를 받습니다. 성적을 계산할 때는 분데스리가 1등이 36점, 분데스2부 꼴찌가 1점으로 총 36단계로 구분됩니다. 말보다 표가 이해가 빠르겠죠. 아래 제가 작성한 표를 한 번 보시죠.
12-13시즌 성적은 26라운드 현재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이렇게 네 시즌 성적이 가중치에 따라 계산되면 합계 점수가 나옵니다. 그럼 합계 점수 1등부터 18등까지 분데스리가 18팀에게 전체 중계권료의 80%(나머지 20%는 2부 리그 몫)가 차례로 분배됩니다. 이 경우 순위 하나당 받는 중계권료 차이는 € 0.76 m 이 되지요.
그렇담 13-14시즌 부터 늘어나는 중계권료를 같은 방식으로 분배하면 각 팀이 받는 금액은 어떻게 변할까요? 각 팀들의 성적이 현재와 같다고 가정하고 순위 하나당 중계권료 차이 역시 € 0.76 m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13-14시즌 분데스리가 중계권료 분배 구조는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한 팀 당 대략 € 12m 정도를 더 중계권료로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3. 타 리그와 비교
자, 그럼 마지막으로 유럽 주요 리그 중계권료 분배구조를 비교해 보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총 6개 리그를 비교했습니다. EPL 현 중계권 계약, 13-14시즌부터 갱신되는 EPL 중계권 계약, 세리에A 현 중계권 계약, 라리가 현 중계권 계약, 분데스리가 현 중계권 계약, 13-14시즌부터 갱신되는 분데스리가 중계권 계약.
1부 리그 중계권 규모가 거의 비슷한 라리가 현 계약과 13-14시즌 이후 분데스 계약의 분배 구조가 얼마나 극적으로 차이나는지 한 번 느껴보시길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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