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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로저스vs라우드럽 혹은 스완지의 진화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최근 2시즌 동안 스완지 시티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입니다. 승격 당시부터 그들의 축구, 그들이 가진 패싱 축구 철학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죠.

 

축구 철학을 제외하더라도 스완지는 매력이 많은 클럽입니다. 서포터 연합에서 클럽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고, 2년에 한 번씩 시즌 티켓을 소유한 팬들이 모여 선거를 통해 서포터 대표 자격으로 스완지 이사를 선출하는 모범적인 경영방식을 지닌 구단이죠. 구단주 열전에서 한 번 소개해 드린바 있습니다.

 

승격 이후 두 시즌. 스완지에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승격을 함께 했고 팀을 1부 리그 중위권에 안착시킨 로저스가 떠났고, 그 후임으로 라우드럽이 왔습니다. 우려와 기대가 함께 존재했던 EPL 두 번째 시즌에서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칭찬을 받기도 했구요. 그런 성과들 중 가장 큰 것이 있다면 리그컵 우승을 통한 유로파 진출권 획득이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글은 스완지의 성공을 기리고자 쓰는 제 나름의 축전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로저스에서 라우드럽으로 감독이 바뀐 스완지에 일어난 변화를 축구 내적인 통계를 통해 파악해 보고자 합니다.


 

 

1. 로저스 스완지 이해하기

 

(1) 스완셀로나? No, 후방셀로나!

 

케니 재킷 감독 시절부터 패싱축구 철학을 팀의 기조로 설정한 스완지가 챔피언쉽에서 가졌던 별명은 "챔피언쉽의 바르셀로나"였습니다. EPL 승격 이후에도 자신들의 패싱축구를 유지하자 사람들은 스완지를 바르셀로나에 빗대어 "스완셀로나"라고 불렀죠.

 

허나 점유율을 중시하는 패싱 축구를 추구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더라도 스완지의 축구와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아주 다릅니다. 단순히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통계적인 관점에서 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답은 점유율이 일어나는 지역에 있습니다.

 

위 그림처럼 바르셀로나의 점유율은 경기장 앞선에서 얻어지는 것인데 반해 스완지의 점유율은 경기장 뒷선에서 얻어내는 것이죠. 수치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의 점유율을 수비지역(Defensive 3rd)에서 10%, 중앙지역(Midfield 3rd)에서 61%, 공격지역(Attacking 3rd)에서 29%로 유지하는 팀입니다. 반면 스완지는 자신들의 점유율을 수비지역에서 33%, 중앙지역에서 54%, 공격지역에서 13%로 유지하는 팀이죠.

 

두 팀이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점유율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는 로저스 축구를 이해하는 핵심이기도 합니다. 로저스 자신이 각종 인터뷰에서 꾸준히 밝힌 사실이지만 그는 점유율이란 수치를 아주 강조하는 감독이고, 특히나 후방에서의 안정적인 볼돌리기를 통한 팀의 안정을 중시하는 감독입니다. 지난 시즌 스완지 경기를 자주 보신 분들은 알 겁니다. 90분이 지나 추가 시간에 득점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하프 라인 아래에서 여유롭게(?) 볼을 돌리던 스완지를 보고 답답함을 느끼던 던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요. 시즌 초반 리버풀 경기를 보신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로저스가 이런 후방 점유율을 통해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2) 점유율의 목적

 

위 표는 11-12시즌 EPL 20개 팀이 패싱 시퀀스 하나당 평균적으로 몇 개의 패스를 기록했는가 순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패싱 시퀀스란 한 번 시작된 자기팀 패스가 태클이나 파울 혹은 슈팅이나 득점에 의해 종료될 때까지 지속되는 순간을 의미하죠. 스완지와 스토크, 스타일 면에서 EPL의 양 극단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두 팀이 각각 1위와 20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패싱 시퀀스란 통계가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잘 알 수 있습니다.

 

헌데 말이죠, 이 패싱 시퀀스가 축구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해 살펴보면 재미난 결과가 나옵니다. 방법은 패싱 시퀀스 당 패스 숫자와 승률을 놓고 회귀 분석을 했을 때 나타나는 결정계수를 비교하는 것이죠.

 

결과를 말씀드리면 11-12시즌 패싱 시퀀스 순위에서 3~6위를 차지한 아스날, 맨유, 첼시, 토트넘 네 팀은 패싱 시퀀스와 승리의 관계에 있어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네 팀은 경기에서 패스가 원활히 돌아갈 수록 승리를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팀이었다 해석할 수 있겠죠.

 

패싱 시퀀스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맨체스터 시티의 경우 패싱 시퀀스와 승리의 관계에 있어 결정계수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허나 이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 중 셋피스 비중이 놓았다는 걸 고려하면 이해가 가는 결과입니다.

 

패싱 시퀀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스완지는 어떨까요? 일단 패싱 시퀀스와 승리의 관계에서는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헌데 기준을 승리가 아니라 "지지 않음"으로 바꾸면 패싱 시퀀스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렇습니다. 11-12시즌 로저스 감독이 이끌던 스완지는 패스가 잘 돌아갈 수록 쉽게 이기는 팀이 아니라 패스가 원할히 돌아갔을 때 잘 지지않는 팀이었던 겁니다! 승격팀인 스완지는 후방에서의 점유율 확보를 통해 상대에게 볼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수비를 하는 팀이었고 그것이 바로 승격팀이 1부리그에서 살아남는 비법이었던 것이죠.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덧붙이자면 20개 팀 중 패싱 시퀀스와 승리의 관계에서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팀이 하나 더 있답니다. 주인공은 바로 볼튼. 지난 시즌 볼튼은 패싱 시퀀스 당 패스 숫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팀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시즌 볼튼이 실은 볼을 적게 돌릴수록 더 잘 이기는 팀이었다는 뜻으로 오웬 코일 볼튼이 롱볼팀이라는 주장들에 대한 또다른 증거입니다.

 

그렇담 스완지와 정반대 위치인 20위 스토크는 어떨까요? 재미있게도 스토크는 스완지와 마찬가지로 패싱시쿼스와 "지지 않음"의 상관관계가 높은 팀이었습니다. 볼을 적게 돌려야만 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는 팀이었다는 뜻으로 그들이 스완지와 정반대되는 의미에서 점유율을 수비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 라우드럽 스완지

 

이렇게 후방 점유율을 강조하던 로저스는 존 헨리에 눈에 띄어 승격 한 시즌만에 리버풀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후임으로 부임한 감독은 라우드럽.

 

라우드럽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 몇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이끌 스완지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힌트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가지였죠.

 

1) (점유율도 좋지만) 모든 패스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의미없는 패스를 줄이겠다.
2) 양 측면 공격수의 폭을 줄이고 보다 직접적으로 골상황에 관여하게 하겠다.

 

그리고 인적구성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리버풀로 이적한 조 앨런 대신 기성용, 맨체스터 시티로 떠난 싱클레어 대신 파블로가 영입되었고, 토트넘으로 임대 복귀한 콜커 대신 치코가, 마찬가지로 임대 복귀 후 토트넘으로 이적한 시구르드손 대신 미추가 영입되었으며, 여러 자리에서 뛸 수 있는 데 구즈만이 추가로 임대 영입되었습니다. 주전 레프트백이었던 닐 테일러가 3경기만에 큰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함에 따라 93년생 벤 데이비스가 이 자리를 메꾸게 된 것도 언급해야 겠구요.


 

 

아무튼 이렇게 감독과 선수단에 변화를 맞이한 스완지의 축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그리고 그런 변화가 축구 통계에는 어떤 식으로 나타났을까요? 스탯존 앱 등에 사용되는 OPTA 데이터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1-12시즌은 38경기 전체 데이터를 집계했고, 12-13시즌은 26라운드까지만 데이터를 집계하여 비교했습니다. 리그컵 결승 전에 백업들 내보낸 리버풀 경기와 컵 대회 우승 이후 동기부여에 문제가 생긴 리그 경기들 데이터에서는 왜곡이 나타난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표는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 백패스와 후방 패스/횡패스 감소, 전방 패스 증가

 

먼저 패스 부분을 볼까요?  키퍼에게 직접 건네는 백패스 숫자는 11-12시즌에 한 경기당 평균 21.7회가 시도되었지만 12-13시즌에는 12.9회만 시도되었습니다. 경기당 8.8회나 백패스 숫자가 확 줄었죠. 마찬가지로 횡패스 숫자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11-12시즌에는 경기당 103회의 횡패스를 시도해 91회의 횡패스를 성공시켰던 스완지인데 12-13시즌에는 경기당 80회만 횡패스를 시도했고 성공한 횡패스 숫자도 73회에 불과합니니다. 마찬가지로 뒤로 보내는 후방패스 숫자도 줄었습니다. 11-12시즌에는 경기당 175회의 후방 패스를 시도해 170회의 후방 패스를 성공시켰는데 12-13시즌에는 각각 164회, 157회에 그쳤죠. 라우드럽 체제에서는 반대로 전방을 향하는 패스가 늘어났습니다. 11-12시즌에 비해 경기당 6.6회 더 전방 패스를 시도했고 4.6회 더 전방 패스를 성공시켰습니다.

 

이렇듯 보다 적극적으로 바뀐 라우드럽 축구에 따른 반대급부도 있습니다. 일단 경기당 점유율이 58%에서 55.9%로 2.1% 정도 감소했습니다. 경기당 패스 숫자도 547회에서 520회로 감소했고 성공한 패스 숫자도 468회에서 442회로 감소했죠. 허나 이는 대부분이 라우드럽이 언급한 "의미없는 패스"의 감소였습니다. 공격지역(Attacking 3rd)에서 스완지가 시도한 패스 숫자는 111회에서 126회로, AT에서 성공시킨 패스 숫자도 79개에서 92개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2) 슈팅 증가, 유효슈팅 증가, 크로스 증가, 드리블돌파 감소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점유율의 성격 변화가 팀에 미친 영향은 어떨까요? 골에 직결되는 슈팅수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경기 당 12.4개 슈팅을 때리던 팀이 경기 당 13.6개 슈팅을 때리게 되었고 유효 슈팅 숫자도 3.8개에서 4.8개로 하나 더 증가했습니다. 박스 안에서 때리는 슈팅 숫자 역시 6.6개에서 8개 증가했구요.

 

보다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주문한 결과가 최종 결과물인 슈팅에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담 양 측면 공격수 폭을 줄이라고 주문한 건 어떤 식으로 나타났을 까요? 전방에 머무르는 빈도가 높아짐과 더불어 이는 크로스의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코너킥을 제외한 필드 플레이시 크로스 시도 숫자가 경기당 1.5개 증가했고 성공시킨 크로스 숫자도 경기당 1.2개 증가했죠. 반면에 드리블 돌파 시도와 드리블 돌파 성공은 각가 1.3회와 2.8회 감소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공격지역(AT)에서 시도한 패스 숫자가 늘어난 것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면 팀이 보다 앞선으로 나아가 좌우폭을 좁히면서 패스 길이 늘어나 전방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졌고 이에 따라 개개인이 일대일 돌파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은 감소한 결과로 볼 수 있겠죠.

 

(3) 상대팀 공격지역 패스 증가, 걷어내기 증가, 공중볼 경합 빈도 증가

 

자 그럼 라우드럽 스완지가 수비 측면에서는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 보겠습니다. 일단 상대팀이 자신들의 공격지역에서 시도하는 패스는 소폭 증가했습니다. 패스 시도가 경기당 135.9회에서 139.4회, 성공이 92.1회에서 94.8회로 각각 3.6회와 2.7회 늘어났고 그만큼 상대팀들이 스완지 진영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다 보면 되겠죠. 허나 이것이 상태팀의 슈팅수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스완지 상대팀들이 스완지를 상대로 시도한 슈팅 시도는 경기당 15.7회에서 14.5회로 유효슈팅수는 4.9회에서 5.2회로 오히려 줄거나 거의 변화가 없었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비 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먼저 가로채기 수가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당 하나 이상 늘어났는데 이는 수비 시 보다 정돈된 대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팀으로부터 볼소유권을 뺏어오는 것이 보다 용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걷어내기(clearing) 숫자를 보면 11-12시즌이 27.6개였음에 반해 12-13시즌에는 38개로 10개나 증가했는데 이는 라우드럽 스완지가 로저스 스완지에 비해 볼소유권 잃어버리는 걸 개의치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볼을 걷어내 버렸을을 알 수 있는 수치입니다. 11-12시즌에 비해 공중볼 경합 빈도가 크게 늘어난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4) 요약

 

로저스 스완지는 38경기에서 44득점 51실점 12승 11무 15패 승점 47점을 기록했습니다.
라우드럽 스완지는 30경기 40득점 38실점 10승 10무 10패 승점 40점을 기록 중입니다.
여기서 집계한 26라운드까지만 보면 26경기 38득점 29실점 9승 10무 7패 승점 37점이구요.

 

각종 통계들을 요약하면 라우드럽은 스완지에게 약간의 점유율을 희생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는 축구를 주문했습니다. 양측면 공격수의 폭을 좁혀 최전방에서 볼을 좀 더 소유하며 더 많은 슈팅을 생산했습니다. 이는 상대팀에게도 어느 정도 공격기회를 더 내어주는 위험을 수반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라우드럽의 주문은 실보다 득이 많았던으로 보입니다.

 

 

3. 13-14시즌

 

아직 12-13시즌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음 시즌인 13-14시즌을 예상하기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허나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 몇 가지를 언급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1) 12-13시즌은 감독 교체로 오히려 두 번째 시즌 징크스가 없었다. 라우드럽이 유임되는 다음 시즌이 진정한 두 번째 시즌이 아닐까?
2) 좀 더 득점을 노리는 스타일 변화가 실제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있던 비결 중 하나는 미추.
   슈팅 당 득점률이 리그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미추는 두 번째 시즌에도 이와 같은 활약을 유지할 수 있을까?
3) 성적으로는 리그 중위권이나 재정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작은 클럽 중 하나인 스완지.
   EPL 두 번째 여름 이적시장에서 주요 선수들을 지키고 팀에 득이 되는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