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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FFP를 위협하는 PSG의 배짱 경영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프랑스 축구계는 DNCG(Direction Nationale du Contrôle de Gestion)라는 기구를 통해 프랑스 내 모든 프로 축구팀들의 재정상태를 감시, 감독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번역글을 통해 한 번 소개해 드린 적이 있죠.

 

저처럼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DNCG는 참 고마운 존재입니다. 왜냐구요? DNCG는 매년 LFP 홈페이지에 보고서 세 편(LFP 활동 보고서 / DNCG 활동 보고서 / 프로 축구 클럽 개별 회계 보고서)을 대중에게 공개하는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프로 축구 클럽 개별 회계 보고서(Comptes individuels des clubs professionnels)의 경우 리그 앙과 리그 두 소속 40개 클럽 회계 보고서를 한데 모아 놓았기 때문에 개별 클럽 회계 보고서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게 해주죠.


그리고 DNCG는 며칠 전 2011-12시즌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제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PSG의 회계 실적이었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주도 아래 카타르 왕세자가 직접 나선 PSG 인수는 UEFA 회장인 플라티니가 주창한 FFP 제도와 관련하여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죠. 근데 전 보고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어이가 없는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실적 보고서가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1. PSG 11-12시즌


위는 DNCG 보고서에서 PSG 부분을 캡쳐한 그림입니다. 무엇이 이상한가? 제가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괴상합니다. 11-12시즌만 보면 이해가 안가니 아래 표에 직전 시즌인 10-11시즌과 비교해 봤습니다.

 

카타르 투자청(QIA)에서 PSG를 인수한 이후인 11-12시즌과 인수 전인 10-11시즌 손익계산서입니다.

 

지출을 먼저 볼까요? 주급이 69.5m에서 117.3m로 늘어났고, 이적료 상각이 14.3m에서 41m로 늘어났습니다. 기타 운영비도 46.5m에서 55.6m로 늘어났구요. 즉 PSG가 지출하는 연비용은 인수 이후 130.4m에서 214m로 84m 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는 PSG가 인수 첫 해 시도한 파스토레, 가메이로, 마투이디, 모따, 알렉스, 막스웰 영입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매출을 볼까요? 중계권 수입은 44.9m에서 47m로, 상업수입은 20.7m에서 24.6m로, 입장료 수입은 18.1m에서 25.4m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헌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타 수입이 17.2m에서 125.4m로 증가했습니다. 단 일 년만에 무려 108m 가량 수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이 덕분에 PSG는 11-12시즌 당기순이익에서 -5.45m 적자만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리옹이 기록한 28m 적자, 보르도가 기록한 14m 적자, 마르세유가 기록한 8m 적자보다도 적은 수치이죠.

 

정체불명의 기타 수입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요?


 

2. 카타르 관광청(QTA)

 

불행히도 DNCG 보고서는 단순 수치들의 나열일 뿐이라 이런 수입들이 어디에서부터 나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에서 이를 다루었더군요. 그들의 보도에 의하면 출처가 의심스러운 이 기타수입의 증가는 PSG가 카타르 관광청과 맺은 초상권 계약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얼마 전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된 PSG와 카타르 관광청(Qatar Tourist Authority)의 스폰서 계약이 11-12시즌 손익계산서에 기타 수입으로 반영되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놀라운 일도 아니죠. 이 계약이 처음 언급될 때 부터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파리지앵 등에서 이에 대해 다루었으니까요.

 

허나 이는 FFP 측면에서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각각 언급해 보겠습니다.

 

(1) 소급 적용, 정당한가?

 

PSG가 카타르 관광청과의 거대 계약을 세간에 발표한 건 2013년 1월 경이었습니다. 즉 2012-13 시즌이 진행되던 도중에 계약이 체결되었단 말이죠. 헌데 우리가 보고 있는 손익계산서는 2011-12시즌에 대한 것입니다. PSG는 2013년에 맺은 초상권 계약 금액을 일 년 전인 2011-12시즌에 소급 적용해 버린 것입니다. 해당 시기에 카타르 관광청이 PSG 이미지를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여러분들 보기에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2) 관계사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전에 구단주 열전에서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PSG를 인수한 카타르 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은 카타르 국부펀드의 하나로 카타르 왕실의 소유물입니다. 문제는 카타르 관광청(Qatar Tourist Authority) 역시 마찬가지로 카타르 왕실의 소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FFP는 관계사의 경우 엄중히 경우를 따져보겠다고 합니다. 과연 UEFA는 이 건에 대해서도 엄중히 판단할 수 있을까요?

 

(3) 공정 가치에 합당한 금액인가?

 

이는 관계사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는 주제입니다. FFP는 관계사의 스폰서 금액은 그것이 시장가에 맞는 적절한 금액인지 공정 가치(Fair Value)를 따지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일년에 €100m을 훌쩍 넘는 카타르 관광청의 이미지 사용권료는 시장에서 통용될 만한 수준의 금액일까요? 공교롭게도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비슷한 선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라 리가 소속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얼마전에 아제르바이잔 관광청과 맺은 유니폼 스폰서 계약입니다. 이들이 AT 유니폼에 아제르바이잔 관광 로고를 다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은 1년 €20m 수준입니다. 과연 UEFA는 카타르 관관청의 금액 지원을 공정 가치에 합당하다 판단할까요?

 

3. LFP와 DNCG

 

UEFA가 이를 어떻게 판단할 지는 아직 좀 더 두고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담 프랑스 축구계는 PSG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LFP와 DNCG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기본적으로 DNCG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DNCG 공식 보고서에 이와 같은 수치가 기록되어 공개되었다는 것 부터가 이를 승인하고 있다는 증거이죠. 아니 사실 DNCG는 한 술 더 뜹니다. DNCG 회장인 리차르 올리비에(Richard OLIVIER)가 서문에 직접 쓴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지난 2012년 12월 일간지 레퀴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프랑스 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프로 축구이다. (프랑스 프로 스포츠 전체 매출의 80%, 중계권료의 9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유럽으로 무대를 옮기면 얘기가 다르다. 유럽 축구에서 5번째 규모를 가진 프랑스 축구는 4번째로 큰 규모를 가진 국가의 축구 매출에 비해 2/3 정도 덩치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바로 이 부분이 프랑스 축구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며, 바로 여기에 PSG와 카타르가 프랑스 축구를 위해 기여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프랑스 축구가 이들의 투자를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도 이득을 내는 단계에 도달할 것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파리나 리옹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모범적이고, 우리는 우리들의 제도와 프랑스 법률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이들을 지원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