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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레드납vs보아스 혹은 토트넘의 리빌딩

 

OPTA 데이터를 활용해 관심가는 팀의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을 축구 내적인 통계를 통해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팀은 토트넘입니다.
[편집자 주 : 도표는 클릭해서 보세요]

 

프로존 등의 통계 분석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런 데이터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감독의 팀을 통계적으로 살펴본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프로존 류의 피지컬 데이터와 OPTA 류의 축구 내적인 통계는 약간 다른 영역이니 뭐 괜찮겠지요.

 

 

1. 인적 구성의 변화

 

11-12시즌 토트넘과 12-13시즌 토트넘은 상당히 다른 팀입니다. 감독이 레드납에서 보아스로 교체된 건 기본이고, 주요 선수 자원의 구성이 이적, 은퇴, 부상 등으로 인해 크게 달라졌죠. 간단하게 리그 출장수를 비교해 봅시다.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토트넘의 지난 시즌 주축 중에서 이번 시즌에도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의 숫자는 적습니다. 11-12시즌 토트넘 리그 출장수 1위부터 11위 중에 이번 시즌 리그 출장수에서도 11위 이내에 들고 있는 선수는 워커, 레넌, 베일 셋이 전부죠.

 

프리델은 요리스로 세대교체가 되었고, 모드리치와 반더바르트는 이적했으며, 킹이 은퇴한데다, 에코토/카불/파커 등은 장기 부상으로 인해 시즌 대부분을 출장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메꾼 건 요리스. 베르통언, 뎀벨레, 뎀시 등의 영입 자원들과 데포, 산드로, 도슨과 같은 지난 시즌 후보 자원들의 비중 증대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인적 자원의 변화가 축구 내적인 통계에는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가?

 

 

2. 패서의 부재

작년 여름, 토트넘 회장 다니엘 레비가 이적 시장 막바지까지 매달렸던 영입 대상은 무티뉴였습니다. 허나 서드 파티 소유권이 얽혀 있었던 무티뉴의 영입은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무티뉴의 강점은? 패싱. 이번 시즌 토트넘에게 부족하다 지적되는 점은? 중원 패서의 부재.

 

이는 이번 시즌 통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 토트넘은 경기당 패스 시도가 80개 가량 적은 팀이며 점유율 역시 4.6% 가량 낮은 팀입니다. 그 결과 공격지역(Attacking Third)에서의 패스시도 역시 지난 시즌 대비 경기당 25개 가량 적죠. 한 마디로 볼에 대한 지배력이 떨어져 있는 팀이라는 말입니다.

 

 

3. 공격과 수비

그렇담 이처럼 볼 지배력이 떨어진 토트넘의 공격과 수비에 관련된 수치는 지난 시즌 대비 어떻게 변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수에 관련된 수치에 있어서는 지난 시즌 대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크로스, 코너킥, 드리블 돌파 등에서 지난 시즌 대비 경기당 하나 이상 차이를 보이는 수치는 없으며 마찬가지로 수비시에도 태클, 가로채기 등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죠. 그나마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면 걷어내기 빈도가 경기당 15개 증가했고, 공중볼 경합 빈도 역시 경기당 11회 증가한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요?

 

 

4. 역습과 압박

 

토트넘의 주요 통계들은 패스를 제외하면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사이에 큰 변화가 없음을 나타냅니다. 허나 이번 시즌을 자세히 보면 보아스의 토트넘이 16라운드 에버튼 경기를 전후로 다른 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모드리치와 반더바르트를 가졌고 아데바요르가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지난 시즌 토트넘은 몇몇 상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에서 점유율에 우위를 보이던 팀이었습니다. 50% 이하 점유율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많을 때는 70% 가까이 볼을 가져갔죠.


 

허나 이번 시즌 15라운드 까지 토트넘은 어디까지나 역습과 직선적인 플레이를 앞세운 팀으로 QPR을 상대로도 홈에서 점유율을 내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가 데포로 이번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10골 중 9골이 16라운드 에버튼 경기 이전에 나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16라운드 에버튼 경기가 기점인가? 답은 투톱 조합에 있습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은 크게 네 가지 투톱 조합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시즌 극초반인 5라운드까지는 데포-시구르손 조합, 6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는 데포-뎀시 조합이 가동되었죠. 16라운드 에버튼 경기 부터는 데포-아데바요르 투톱 조합과 함께 442 압박 축구를 구사합니다. 그리고 27라운드 이후로는 아데바요르 원톱에 베일 세컨탑 조합을 보이고 있구요. 앞의 두 조합이 역습 축구를 위한 조합이라면 뒤의 두 조합은 압박과 함께 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 축구를 회귀했죠. 점유율만이 아닙니다. 슈팅을 보죠.


 

위 차트를 보면 15라운드까지는 슈팅 숫자, 유효 슈팅 숫자에 있어 상대팀과 치고받는 싸움을 하던 토트넘이 에버튼 경기 이후로는 자신들의 슈팅은 유지한 채 상대팀의 슈팅수는 제어하기 시작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슈팅만이 아닙니다. 공격지역에서도 좀 더 지배력을 보입니다.

 

에버튼 경기를 기점으로 공격지역에서 토트넘이 시도하는 패스, 성공한 패스, 패스성공율 모두 (전략적으로 볼을 내주었던 아스날 경기를 제외하면) 상대팀에 우위를 보이는 축구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죠. 바로 이 시기가 토트넘이 리그에서 12경기 무패를 달리던 즈음과 일치합니다. 시즌 초반 조직력의 부재, 패스 플레이가 약한 선수단의 특성을 감안해 역습 축구로 승점을 쥐어짜내던 팀이 압박을 동반한 상대방 축구에 대한 제어로 상승세를 보인 시기죠. 허나 이처럼 체력을 요하는 축구는 보아스의 고집과 함께 문제점에 봉착합니다.

 

 

5. 유로파 드림

 

지난 시즌 레드납과 이번 시즌 AVB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유로파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레드납을 일찌감치 유로파를 부차적인 대회로 간주해 리그 주전과 유로파 주전을 분리해 운영한 반면 AVB는 시종일관 유로파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죠.

 

토트넘이 12경기 무패를 달리던 12월 16일 스완지 경기부터 3월 3일 아스날 경기까지와 슬럼프에 빠진 그 이후의 가장 큰 차이는 주중 유로파의 존재 유무입니다.

중간에 리옹 2연전이 있기는 했지만 1차전 직후 리그 경기는 없었고 2차전 직후 해머스 경기는 3일 휴식일을 가진 후 경기가 치뤄졌죠. 허나 인테르와의 홈경기 후 2일 휴식일만 가지고 치룬 리버풀 원정에서는 (피로의 영향이 의심되는) 수비수들 집중력 부족으로 경기를 내줬고, 인테르 원정에서 연장전 치룬 후 이틀 휴식일만에 가진 풀럼 홈경기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배했죠. 바젤 홈경기 이후 2일 휴식일 만에 치룬 에버튼 경기에서는 베일, 레넌을 잃은 상태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리그 12경기 무패 이후 승점을 날린 세 경기가 모두 유로파 직후 이틀 휴식일만 가진 상태에서 치뤄진 경기입니다.

 

시즌 내내 보아스가 유로파에 열을 내는 걸 보고 "축구에서 이틀 휴식일은 경기 결과에 유의미한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냈던 레이먼드 베르하이옌이 비웃곤 했는데 그 비웃음이 적중한 셈이죠.

 

 

6. 득점의 편중

 

만약 보아스 토트넘이 바젤 원정에서 유로파를 탈락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습니다. 먼저 찬스 메이킹에 있어 문제점.

 

지난 시즌 대비 패스는 줄었으나 이번 시즌 토트넘은 지난 시즌 대비 거의 비슷한 숫자의 슈팅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허나 슈팅을 박스 안과 밖으로 구분하면 문제점이 드러나죠. 바로 박스 안 슈팅은 지난 시즌 대비 경기당 1.6개나 줄은 반면 박스 밖 슈팅이 1.2개 늘어나 슈팅 숫자를 유지하고 있는 점입니다.

 

이는 작년 여름 영입의 문제와 얽혀 있습니다. 바로 세컨 탑 자원으로 영입된 시구르손, 뎀시 등이 문전 앞 세밀한 패스보다는 그저 슈팅 때리는 걸 좋아하는 선수라는 점. 데포도 슈팅 난사에 있어서는 별다를 바 없는 선수이고 아데바요르는 지난 시즌의 활약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점. 토트넘이 겨울 이적 시장에서 홀트비라는 세컨탑 자원을 영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허나 실질적으로 세컨탑 자리에 기용되며 승점 적립에 기여한 선수는 팀 내에 있었으니 바로 베일입니다. 역습, 드리블 돌파, 침투, 중거리, 셋피스 등 보여줄 수 있는 득점 루트는 거의 다 보여주며 승점에 기여하고 있는 베일. 팀 내 두 번째 득점자인 데포의 마지막 리그 득점이 작년 12월 26일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토트넘의 후반기를 책임지고 있죠. 조나단 윌슨 같은 경우 베일의 이같은 득점 행진이 보아스가 조직한 토트넘 시스템 덕분이라 주장했는데 일부는 맞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AVB 토트넘의 리빌딩은 가능성과 한계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과연 이 팀이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획득이라는 이번 시즌 최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