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주요 관전 포인트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안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곽태휘에게 볼이 건네졌고 이에 따라 파트너인 이정수는 폭을 넓히기 시작합니다. 만주키치와 올리치의 포지셔닝이 위험하기 때문에 앞선의 신형민에게 패스를 보내는 건 곤란합니다. 설령 신형민이 탈압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크로아티아 미드필더들이 중원에서 수적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므로, 안전하게 이정수에게 횡패스를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만주키치와 올리치가 간격을 좁혀 들어가자, 뒤에 있던 미드필더들도 전진 압박 형태를 띄기 시작합니다. 이정수를 향한 횡패스가 최선의 선택입니다.
이게 뭔가여? 반대 쪽 넓은 공간을 놔두고 굳이 죽은 공간으로 패스합니다.
신형민은 일단 패스를 받긴 했지만, 수적으로 불리하므로 측면으로 패스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전진해서 압박하던 모드리치와 크란차르가 냄새를 맡고 바깥으로 몰아가는 모습입니다.
소득 없는 시간낭비로 빌드업 작업이 끝났습니다. 물론 크로아티아의 압박도 좋았으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후방에서의 공격 전개가 여의치 않을 때마다 제공권이란 옵션을 제공했던 김신욱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신욱의 존재로 말미암아 대표팀은 후방에서의 빌드업 능력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뭐 지난 이란 원정에서 다 까발려지긴 했지만.
다음날 경기를 다시 보는데… 어딘가 이상합니다. 아주 이상합니다.
구라치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압니다. 차라리 구라라고 믿고 싶을 지경입니다.
전반전 5분 2초. 첫 번째 패스입니다.
전반전 추가시간이 되어서야 두 번째 패스. 그러니까 전반전 45분 동안 곽태휘와 이정수는 겨우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았다는 얘깁니다. 겨우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는 데 45분이 걸렸습니다. 둘이 합쳐 A매치 경험이 80경기가 넘고, 적잖은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더 보겠습니다.
만주키치의 파울로 대표팀에게 공격권이 주어졌습니다.
이번에도 곽태휘는 충분한 여유가 있는 이정수를 뒤로 하고, 굳이 만주키치와 올리치 사이에 있는 신형민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천수야, 가자!! 역습이다!!
크로아티아의 압박이 훌륭했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중앙 수비수 파트너가 전반전 45분 동안 겨우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의 호흡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 없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크로아티아는 어땠는지 봅시다.
주고
받고
측면으로 전개합니다.
낙하지점을 예상하고 대표팀의 끊어진 공간으로 침투하는 크란차르.
그 결과입니다. 대표팀이 전방과 하프라인 등에서 강하게 압박을 펼치자, 중앙 수비수들끼리 횡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반대쪽으로 대각선 롱패스를 보냈습니다. 기본적인 빌드업 과정을 상대 압박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한 것이죠. 곽태휘와 이정수가 45분 동안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은 반면, 크로아티아의 콜루카와 시무니치는 총 13번의 패스를 주고 받았습니다.
김신욱의 부재, 크로아티아 투톱의 압박으로 인한 두 중앙 수비수의 심각한 판단력 결여가 아주 돋보였던 크로아티전이었습니다. 둘이 호흡을 맞춘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또한 5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고도 빌드업 과정에서 늘 수적열세에 시달렸던 전술적인 패착도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책임은 나눠야 제 맛이죠. 그렇다고 겨우 두 번의 패스가 이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계속)
Text by BJH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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