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 동안 두 번의 패스, 호흡은 어디에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첫 번째 패스.
두 번째 패스. 이게 곽태휘와 이정수가 전반전 45분 동안 주고 받은 패스의 전부입니다. 중앙 수비수 콤비가 45분 동안 딱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은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럼 이왕 A매치 데이였으니 다른 팀들도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는 데 이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콜루카와 시무니치는 전반전 45분 동안 총 13번의 패스를 주고 받았고,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52초였습니다.
독일 X 프랑스 경기입니다. 메르테사커와 훔멜스가 두 번의 패스를 주고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52초.
후방에서의 공격 전개를 가장 중요시하는 팀인 스페인의 피케와 푸욜입니다. 1분 16초가 걸렸네여.
브라질의 단테와 다비드 루이스는 27초입니다. 대표팀은 45분 3초, 브라질은 27초. 이 정도면 어느 쪽이 비정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네덜란드의 데 브라이와 마르틴스 인디는 2분 49초.
후방 보정, 즉 후방에서 신중하게 볼을 돌리는 작업은 그 자체로 팀의 공격권을 지키는 일이자, 수비적인 안정을 구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후방 보정을 잘하는 팀이 2013년의 축구계를 이끌고 있기도 하구요. 지난 유로 2012 결과가 대표적입니다. 피케와 푸욜을 보유한 스페인, 훔멜스의 독일, 페페의 포르투갈, 데 로시를 3백 중앙에 배치했던 이탈리아가 4강을 차지했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봐도 이를 위해 검증된 툴리오와 나카자와 콤비를 해체하고 콘노와 요시다로 대체하였습니다.
어쩌면 크로아티아전이 남긴 것은 대표팀에 관한 논점이 아주 기초적인 부분으로 회귀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의 호흡을 맞추는 작업도 없었던 둘이 합쳐 A매치 경력 81경기의 중앙 수비수 콤비, 상대의 압박에 우왕좌왕하다 간단하게 공격권을 넘겨주는 장면의 반복, 5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고도 중원에서 수적열세에 시달리다 후반전에는 그마저 숫자를 줄이고 공격수를 투입하여 상대 에이스의 영향력만 높여줬던 전술적 패착까지.
문제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문제는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는 점입니다. 대표팀은 남아공에서 브라질로 가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전이 있었던 걸까요? 물론 크로아티아는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이후로 대표팀이 만난 가장 까다로운 상대임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크로아티아전의 방법론이 대표팀이 세계 톱 레벨의 팀들과 싸우기에 적합한 것이었을까요? 단순한 개인 역량의 차이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평가전이었습니다. 어이쿠, 이제 브라질 월드컵까지 1년 남았네요.
Text by BJH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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