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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권료 특집 ② - EPL 계약 갱신과 다가올 미래

 

지난 11월 12일이었습니다. 가디언에서 EPL 중계권료 협상에 대한 보도를 하나 냈는데 내용이 이랬습니다. "13-14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적용될 EPL 해외 중계권료 협상이 진행 중인데, 그 규모가 국내 중계권료까지 합할 경우 £5bn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미 지난 6월 초에 협상이 완료된 EPL 자국내 중계권료 규모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디언 기사를 토대로 EPL 중계권료 계약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도록 합시다.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현 중계권 계약과 앞으로 적용될 계약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EPL은 2001년 이후 매 3년마다 중계권 계약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계약은 2010-11시즌부터 이번 시즌, 즉 2012-13 까지 세 시즌 간 적용되는 계약이었죠. 자국중계권료가 £1.954 bn, 해외중계권료가 £1.437 bn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협상 중인 계약은 다음 시즌, 즉 2013-14 시즌부터 2015-16 시즌 동안 적용됩니다. 자국 중계권료에 대해서는 지난 6월 이미 계약을 완료하였고 스카이/BT 측 중계료를 합하면 £3.196 bn 에 달하는 규모였죠.

 

이번에 가디언에서 총합 £5bn을 넘어선다고 예상했으니 협상 중인 해외 중계권료는 최소 £1.804 bn 가 넘는다는 뜻입니다. 이는 현 계약에서 약 25.54% 가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계산 편의상 해외중계권료가 26% 증가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중계권료 특집 ①편에서 EPL 중계권료가 각 팀에게 어떻게 분배되는지 살펴 보았죠. 아래와 같습니다.

 

위 표에다 중계권료가 늘어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 보겠습니다. 국내 중계권료는 이미 확정된 비율을, 해외 중계권료는 총합 £5bn이 되는 26% 증가율을 적용했습니다.

 

EPL 팀별로 적게는 £17.8m 부터 많게는 £31.47m 정도까지 받는 금액이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죠. 그런데 가디언 기사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언급되어 있습니다. 바로 EPL 우승팀은 중계권료로 £100m을 넘게된다는 내용이죠. 어라? 이 계산에서는 EPL 우승팀은 £92m 정도의 중계권료만 수령합니다. 그렇다면 협상 중인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을 조금 더 늘려서 시뮬레이션을 해보겠습니다.

 

해외중계권료가 40%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계산을 수행했습니다. 그래도 1위 팀 중계료가 £100m이 안되는군요. 더 늘려 보겠습니다.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을 50%로 가정했습니다. £100m이 안됩니다. 조금 더 올려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을 60%로 가정했습니다. 안되는군요. 한 번 더 올립니다.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을 70%로 가정한 시뮬레이션입니다. 마침내 EPL 우승팀 중계료가 £100m을 넘어서는군요! 이 경우 EPL 3시즌 중계권료 총합은 £5.6bn을 넘어서게 됩니다. (포스팅 맨 위 표 참조) 만약 이렇게 된다면 리그 최하위 팀은 현 계약 대비 £26m 정도 늘어난 65m, 리그 최상위 팀은 £40m 정도 늘어난 100m 중계권료를 가져갈 수 있겠지요.

 

가디언 기사를 신뢰한다면 새롭게 갱신될 EPL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은 최소 26% 에서 최대 70% 사이가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EPL 중계권료 갱신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1. 강등위로금과 챔피언쉽

 

현재 EPL은 리그 강등팀들에게 강등위로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등 직후 네 시즌 동안 지급되며 시즌이 지남에 따라 차등지급됩니다. 챔피언쉽 클럽들이 일년 TV 중계권료로 £10m도 받기 힘든 싱황에서 강등위로금은 이를 상회하고 있죠. 즉 EPL에 있다가 강등된 클럽과 챔피업쉽 내에만 머물던 팀 간에 경제적인 격차가 형성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2013-14시즌부터 EPL 중계권료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면?

 

아직 EPL에서 구체적인 생각을 밝힌 바는 없지만 강등위로금 역시 증가할 것입니다. 저는 위 시뮬레이션에서 강등위로금에도 동일한 증가폭을 적용했는데 이럴 경우 시즌 당 최소 5m~10m 가량 강등위로금이 증가할 것입니다. 즉 그렇지 않아도 챔피언쉽 내에 격차가 형성되는데 그 폭이 더 벌어진다는 뜻이죠.

 

강등된 팀들 입장에서도 문제입니다. 현재는 EPL 최하위일 경우와 강등위로금 간 금액 차이가 12~15m 수준입니다. 그런데 13-14시즌부터 EPL 중계권료가 대폭 늘어나면 이 차이는 35m~38m 까지 늘어납니다. 즉 강등된 팀들 입장에서는 승격에 대한 인센티브가 훨씬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되면 강등된 팀들은 강등위로금을 대부분 선수 이적료/급료 등에 투자해 조속히 승격을 쟁취하려 하겠죠. 챔피언쉽 역시 UEFA와 비슷한 형태의 FFP, 즉 "버는 만큼 써라" 규칙을 적용하고 있으니 버는 돈이 다른 팀보다 많은 팀을 분명 이를 사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2. 경제력 격차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해 본 2013-14 시즌 EPL 중계권료와 다른 리그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유럽에서 EPL 다음으로 중계권료 규모가 큰 세리에A와 라리가를 함께 비교했습니다. EPL은 평등한 분배로 인해 리그 최하위 팀이 라리가 3위 팀인 발렌시아보다 중계권료를 많이 받는 구조였습니다. 세리에A와 비교해 봐도 EPL 최하위 팀이 세리에 A에서 7번째 큰 중계권료를 받는 피오렌티나보다 많은 금액을 수령했죠.

 

그런데 만약 2013-14시즌부터 새로운 계약이 시행된다면 EPL 최하위 팀은 유럽에서 TV 중계권료 규모로 두 번째인 세리에A 4위 팀보다 많은 금액을 받게 됩니다. 중계권료에서 EPL 꼴찌팀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건 유베, 인테르, 밀란 세 팀에 불과하게 된다는 말이죠. 만약 해외중계권료가 70%까지 상승한다면 EPL은 7위팀까지도 세리에A 우승팀보다 많은 중계권료를 수령할 것입니다. 이를 차트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겠죠.

 

TV 중계권료가 왜 중요하냐구요? 아래 표를 보세요.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5개 리그 09-10 시즌을 비교한 표인데 리그별 매출 구조에 있어 TV 중계권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2013-14 시즌에 EPL TV 중계권료가 갱신되면, 90년대 후반 부터 시작된 EPL과 유럽 여타 리그 간의 매출 격차가 더욱더 벌어지게 될 것은 쉬이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죠.

 

이번 여름 이적 시장 역시 이런 경향을 잘 보여주었죠. EPL 승격팀 사우스햄튼이 가스톤 라미레스를 영입한 일, 지난 시즌 강등싸움에서 간신히 살아난 QPR이 레알 마드리드나 인테르 같은 빅클럽 출신을 대거 영입한 일, EPL 승격 후 고작 한 시즌 밖에 되지 않은 스완지 시티가 발렌시아에서 챔피언스 리그를 뛰던 파블로를 영인한 일 등 말입니다. 지금도 영입 관련 루머들을 보면 특정 선수에 관심을 가지는 대상에 어지간한 리그 중상위권팀과 EPL 중하위권 팀이 같이 언급되는 걸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2013-14 시즌이 되면 이런 경향은 더욱더 심해질 지도 모릅니다. 로이 호지슨은 새로운 TV 계약으로 인해 각 팀들이 더더욱 외국 스타 선수들을 데려와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손해가 될 것이라 벌써부터 우려를 표하고 있지요.


 

 

3. Deloitte Football Money League

 

이번에는 개별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회계 법인 딜로이트에서는 풋볼 머니 리그(Football Money League)라는 이름으로 매년 유럽 축구 각 팀들 연매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은 풋볼 머니 리그 2012년 버전의 일부로, 유럽 축구 연매출 상위 20개 팀에 대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EPL 각 팀에 2013-14 시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TV 중계권료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풋볼 머니 리그 2012년 버전에서는 유럽 축구 연매출 상위 20개 팀 중 6개 팀이 EPL 소속이었습니다. 상위 10개 팀에 EPL은 네 팀이 들어갔죠.

 

만약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을 26%로 가정하면 풋볼 머니 리그 2014 버전에서 EPL은 총 8개 팀을 연매출 상위 20위에 집어 넣게 됩니다. 6개 팀이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겠구요. 만약 해외중계권료 증가율을 70%로 가정하면 상위 20개 팀에 EPL 팀은 9개나 들어갈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은 계산은 EPL 중계권료 증가분만 가정했기에 불공평한 비교일 것입니다. 유럽 다른 리그들 역시 조금이나마 중계권료 규모를 늘려 나갈 것이고, 챔피언스 리그 진출 팀들은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료 증가의 혜택을 누릴 것입니다. 또한 타 리그들이 스폰서 계약 규모를 늘리거나, 경기장 개보수/신축 등을 통해 입장료 수입을 늘릴 가능성도 있겠죠. 또한 저는 현재의 파운드/유로 환율을 적용했지만 2014년에는 환율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허나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UEFA 미셸 플라티니가 FFP 제도를 통해 "버는 만큼만 써라"를 강조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어느 특정 리그가 "버는 돈"을 늘려나가는 속도가 유난히 앞서고 있어요. 2013-14 시즌이 되면 유럽 축구 지형도는 어떻게 바뀔까요? 이 포스팅을 읽는 여러분들도 나름의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