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RPL 구단주 열전(2) - 암카르/크라스노다르/쿠반/로코모티브/루빈 카잔

 

매주 목요일에 연재하고 있는 시리즈 - 축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들은 대체 어떤 놈들일까요?

 

오늘은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 즉 RPL 두 번째 시간으로 암카르 페름, 크라스노다르, 쿠반 크라스노다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루빈 카잔이 그 대상입니다.


 

2012-13시즌 축구 구단주 열전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5) 삼프도리아/토리노/페스카라/제노아/팔레르모
(6) 칼리아리/시에나/피오렌티나/아탈란타/카타니아
(7) 키에보/볼로냐/파르마/로마/인테르
(8) 나폴리/라치오/우디네세/밀란/유베
(9) 트루아/랭스/바스티아/로리앙/아작시오
(10) 브레스투와/소쇼/니스/발랑시엔/낭시
(11) 마르세유/에비앙/툴루즈/생테티엔/렌
(12) 보르도/리옹/릴/PSG/몽펠리에
(13) 알라니야/모르도바/볼가/로스토프/크릴리야 소베토프/테렉
(14) 암카르/크라스노다르/쿠반/로코모티브/루빈 카잔


 

 

7. 페름 비료공장 - 2NH3 + CO2 = CO(NH2)2 + H2O

 

소유 구단: 암카르 페름
주 업종: 비료제조

 

암카르 페름은 1993년 12월 6일 러시아 페름 지방(크라이, krai) 광물성 비료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창단한 클럽입니다. 암카르(Amkar) 라는 단어 자체가 화학비료 제조에 사용되는 암모니아(AMmonia)와 그 합성물인 요소(CARbamide)에서 각각 첫부분을 따서 조합한 이름이죠.

 

우랄공업지대에 위치한 페름에 1980년 비료공장이 건설될 때 현장에서 팀장으로 일했으며, 이후 공장장을 거쳐 페름 비료 이사로 재직하던 발레리 추프라코프가 암카르 페름 창단 당시부터 구단 회장으로 봉사하였습니다. 추프라코프는 페름 지역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팀 암카르 페름의 회장으로 얻은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페름 시 부시장을 지내고, 페름 지방 의회에 진출하는 등 정치적 입지도 다져 나갔죠.

 

클럽에 큰 변화가 찾아온 건 2010년이었습니다. 당시 암카르는 2008년 RPL 깜짝 4위 이후 계속된 저조한 성적과 함께 재정적으로도 적자가 누적되며 어려움에 처해 있었습니다. RPL에서 경쟁하는 것을 벅차하는 운영진이 자청해서 2부 리그로 내려가고 싶어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죠. 서포터들은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고, 급기야 회장 발레리 추프라코프마저 자신의 사재를 투입히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클럽을 운영할 수 없다며 자진해서 물러납니다. 이에 팀 창단 당시부터 클럽 부회장직에 재직해 왔던, 페름 비료에서는 영업 이사로 일해왔던 쉴로프 겐나디가 회장직을 이어 나갑니다. 겐나디 회장은 취임 즉시 페름 지방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그럭저럭 문제를 해결한 암카르 페름은 RPL에 잔류할 수 있었어요.


 

 

8. 세르게이 갈리츠키 - 러시아 버전 월마트 "마그닛" 회장

 

소유 구단: 크라스노다르
주 업종: 유통
재산: $ 4.9 billion

 

크라스노다르 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세르게이 갈리츠키는 2년의 군복무를 마친 후 22살 나이로 크라스노다르 시내에 있는 은행원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주간에는 일을 하고 야간에는 쿠반 주립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갈리츠키는 5년 뒤에 은행에서 퇴직하며 자기 사업을 하고자 맘먹었죠. 그가 처음 차린 회사는 미국 존슨앤존슨, P&G 같은 화장품 판권을 사서 러시아 내에 판매하는 총판점이었습니다.

 

4년의 시간이 흘러 화장품 총판으로 그럭저럭 재미를 본 갈리츠키는 유통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자 합니다. 2년 뒤인 2000년부터는 자신의 사업에서 유통 부문을 할인 마트 사업으로 완전히 재편하며 이를 마그닛(Magnit)이라 명합니다. 그가 내세운 슬로건은 "항상 싼 가격" (Always Low Prices) 이었는데 월마트의 슬로건이 "매일 싼 가격" (Everyday Low Prices) 이라는 걸 고려하면 지향하는 바가 분명했죠. 이 마그닛 사업이 너무나도 잘됩니다. 1년 만에 러시아 내 체인점 수가 250개를 돌파했고, 이후로도 끊임없는 확장 끝에 최근에는 러시아 내 체인점만 5,000개가 넘고 종업원 수는 15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 최대 마트가 되었죠. (2011 연매출 $11.09 billion) 갈리츠키는 2006년과 2011년 두 번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포브스 기준 전세계 216위, 러시아 부자 순위 25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크라스노다르 출신으로 가장 성공한 인물일 세르게이 갈리츠키는 자신의 축구팀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허나 크라스노다르 지역에는 쿠반 크라스노다르라는 팀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에 갈리츠키는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도록 축구팀을 하나 창단해 버립니다. 2008년 2월 22일. 크라스노다르의 창단 기념일입니다.

 

러시아 갑부가 자기 소유의 축구팀을 창단하기까지 했으니, 막대한 자금력을 쏟아부으며 부를 과시했을까요? 아뇨, 세르게이 갈리츠키는 클럽 운영에 관해서 뚜렷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축구팀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갈리츠키는 이를 위해 자신의 돈을 값비싸고 이름난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쓰지 않고, 새 경기장을 건설하고 아카데미 시설에 투자하며 멀리 내다보았습니다. RFU 역시 크라스노다르의 밝은 미래를 높이 평가해 작년 초 일부 RPL 팀들이 재정난조를 이유로 자진 강등할 때 팀을 RPL로 특별 승격시켰죠. 러시아 프리미어 리그에서 크라스노다르 더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어요.


 

 

9. 올렉 음크르찬 - 돈은 ISD, 운영은 지방 정부

 

소유 구단: 쿠반 크라스노다르
주 업종: 철강

 

올렉 음크르찬은 크라스노다르 지방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야금 공학을 전공하였습니다. 1997년 러시아 국경을 넘어 크라스노다르 지방과 인접해 있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로 넘어가 철강기업 ISD의 초창기 발전에 이바지하였죠. 실무진일 때는 전공을 살려 야금부서장으로 일했고, 승진을 거듭한 지금은 ISD 창업주 세르게이 타루타 아래서 회사 넘버 투인 전무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초기에 지분을 투자한 창업 멤버 중 하나인 음크르찬이기에 ISD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현재는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지 기준, 개인 재산이 $1.06 billion 정도 된다고 평가받습니다.

 

우크라이나 기업 ISD는 도네츠크에 위치한 축구클럽 메탈루르 도네츠크 소유주이기에 ISD 전무이사 올렉 음크르찬 역시 팀 운영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허나 러시아 출신 올렉 음크르찬의 마음은 언제나 고향에 있었습니다. 바로 크라스노다르 지방(크라이)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쿠반 크라스노다르의 후원자로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죠.

 

창단연도가 1928년인 쿠반 크라스노다르는 러시아 내에서도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클럽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가장 오래된 클럽은 디나모 모스크바로 1923년 창단) 기존에 러시아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크라스노다르 지부에서 운영하던 것을 2001년 크라스노다르 지방 정부에서 넘겨 받아 직접 클럽을 운영하고 있죠. 크라스노다르 지방 주지자인 알렉산더 트카체프가 클럽 회장직에 올라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클럽 운영비를 대는 올렉 음크르찬 입장에서는 자기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살펴야 했기에 조카 수렌 음크르찬을 회장 아래 GM 자리에 박아넣고 운영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고향 크라스노다르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며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고자 하는 음크르찬이니만큼, 조카를 클럽 GM에 두는데 만족하지 않고 클럽 회장으로 직접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지 싶어요.


 

 

10. 러시아 철도 공사 - 잘못된 인선

 

소유 구단: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주 업종: 운송

 

로코모티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는 러시아 철도 공사에서 소유하고 있는 클럽입니다. 러시아 철도 공사가 어떤 회사입니까. 2011년 연매출이 $ 50 billion 에 육박해 러시아 내에서 매출 기준 네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이며, 전 세계 운송사 중에서도 규모 면에서 삼대 운송사로 손꼽히는 곳이죠. 광대한 러시아 영토를 포괄하느라 공사에서 관리하는 레일 길이만 해도 지구를 두 번 돌고도 남는 85,000 km 에 이르고, 자회사 숫자가 160 여 개, 전체 직원 수가 백 만명, 연간 흑자 규모는 $ 6 billion 정도이니 가히 엄청난 회사라 하겠습니다. 만약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철도가 TSR에 연결된다면 한국과도 많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겠지요.

 

매년 $ 10 billion 가량의 막대한 자금을 각종 분야에 재투자하고 있기에 러시아 철도 공사의 투자 방향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유치 이후에는 관련 인프라 개발에 연간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동원하고 있죠. 올해 9월에는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푸조 산하의 물류회사 GEFCO를 러시아 철도 공사 측에서 인수하고자 협상 중이라는 기사가 나기도 했습니다. GEFCO는 대략 $1.3 billion 가량의 가치를 가졌다 평가되고 있는데, 러시아 철도 공사 측에서는 GEFCO가 가진 TGV 등의 물류 노하우를 흡수해 보다 현대적인 운송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도로 보이네요.

 

2010년 7월 29일 러시아 철도 공사 사장 블라디미르 야쿠닌은 공사 산하 축구 클럽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회장에 올가 스모로츠카야를 임명한다고 발표합니다. 러시아 축구 클럽 유일의 여성 회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으나, 이후 잡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자기랑 맞지 않는다고 감독 목을 댕강댕강 자르는 것도 문제였지만, 로코모티브 서포터들이 더욱 분개한 건 그녀가 더비 라이벌 CSKA 모스크바의 오랜 팬이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죠.

 

그렇습니다. 올가는 공군(!) 장교 집안에서 태어나 경제학을 전공한 후, 러시아 군대 스포츠 클럽 CSKA (Central Sport Club of the Army) 재무부서장으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로코모티브 회장이 되고 나서 서포터들에게 위와 같은 사진까지 공개되고 그랬으니 "CSKA 출신 X년이 우리를 망치러 왔다"는 불만도 이해가는 일이지요.

 

 

 

11. 타타르스탄 공화국 - 석유를 가진 자

 

소유 구단: 루빈 카잔
주 업종: 공화국

 

앞서서 소개해 드린 러시아 내 지방 자치 정부 소유의 축구 클럽들 이름이 생소한 분일지라도 루빈 카잔의 이름만큼은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어떻게 해서 루빈 카잔은 RPL 내에서 제니트나 안지 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클럽이 될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카잔 시가 수도인 타타르스탄 공화국에는 석유가 나오거든요. 그것도 아주 많이. 타타르스탄 공화국 내 로마쉬킨스코예 일대는 매장량 기준 러시아에서 두 번째, 전 세계로 따져도 20 번째 안에 들어가는 대규모 유전 지대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타타르스탄 공화국이 접해 있는 볼가 강은 유럽에서 가장 긴 강으로 공화국 내 볼가강을 따라 건설된 댐에서 상당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기도 하죠.

 

타타르스탄 공화국 정부가 루빈 카잔을 후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주된 기업이 두 개 있는데 각각 TAIF와 Tatenergo 입니다. TAIF는 공화국 내에서 생산되는 석유/가스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각종 투자사업을 하는 기업이고, Tatanergo는 공화국 내 댐들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에너지 기업이죠.

 

올해 5월 루빈 카잔 회장으로 임명된 발레리 소로킨은 타타르스탄 공화국 국영기업 Svyazinvestneftkhim 전무이사 출신입니다. Svyazinvestneftkhim는 공화국에서 소유한 각종 기업들을 총괄하는 지주회사로 자회사들 리스트는 이 링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