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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Game

예를 들어도 들 걸 들어야지 (윤정환이 비매너라고?)


 


언제나 그렇지만 운동경기는 그 운동경기의 '규정(LAW)'이라는 것이 있고 그 규정에 맞춰서 경기는 진행된다. 그렇지만 그 규정 외에도 '지켜줘야 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들을 흔히 '매너'라는 범주로 묶고 한다.

축구에서 흔히 보는 것이 부상 등으로 선수가 아웃되었을 때 공을 가지고 있던 팀이 부상당한 선수의 치료를 위해서 밖으로 공을 차주고, 상대팀은 그 공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 대표적인데, 이런 공을 채가서 공격행위를 하는 것을 놓고 축구쪽에서는 '비매너 플레이'의 대표적인 예로 이야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매너'='규정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의 입장에서는 그런 행위로 득점이 일어나면 '승인'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써포터들 사이에서도 자주 논란이 되기도 한다.


특히 몇몇 서포터들의 경우는 시간이 없고 자기 팀이 한골차 승부가 벌어진다던가 하면 대놓고 그런 상황에서 자기편의 드로인으로 상대편에게 공을 주어야 할 때도 '공격해!' 라는 응원구호를 외치기도 하는 것은 흔히 발견된다.

이러한 '드로인 돌려주기'는 1990년 월드컵 무렵부터 '일반적인 모습' 이 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 부분은 이제 정착을 넘어서 '축구장에서의 합의'라고 해야 할 정도라 해도 될 정도다. 그러기에 이번의 '아드리아누의 비매너 골' 같은 것이 일년에 한 번쯤은 꼭 언론의 기사 꼭지를 장식하는 그런 것이겠다.


그런데 이 기사 (스포츠 서울 닷컴의 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73&aid=0002195394

[SS프리즘] 최악의 비매너 골 논란…긱스·윤정환도 못 피했다

를 보다 보니 '예시를 아주 잘못 든' 것을 보게 된다. 이미 여러 포털에도 많은 댓글이 달려있고 지적된 것이지만...'윤정환'의 건은 '비매너'로 볼수 없는 예이다.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본다. 당시 난 그 경기를 직관 했었고(직관을 넘어서 그 당시엔 목동에서 부천 서포터의 북잡이었으니...),  나중에 감독-통역에게 그 상황을 다시 듣기까지 했다. 그 사건의 재구성을 해 보자.






[사건의 핵심 윤정환. 당시 경기 사진을 구할 수 없어서 다른 사진으로 대체한다. 2002년 이후 홍명보 자선경기에서 경기 전 산타로 분장하고 나왔던 사진이다. 인천에서 열린 자선경기였다. 사석에서의 윤정환은 수줍음이 많고 해당 사건에 대해서 아주 민감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필자 개인적으로도 '만세골' 사건은 아직도 물어보지 못했다. 촬영자 : 홍차도둑]



윤정환 선수가 드리블하다가 태클로 넘어지자 치료 때문에 울산 선수들이 공을 밖으로 차 주었고, 부천에서는 드로인 후 윤정환 선수가 김병지 골키퍼에게 공을 주기 위해 롱킥을 했다. 근데 문제는...그 공을 김병지 선수가 받지 못하고 이른바 '만세골'이 되어버린 거였다. 윤정환은 그걸 보고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미안하다고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죄송하다는 뜻을 여러차례 표현했다.

그리고 K리그의 전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희대의 훈훈하면서도 웃기는 장면'이 나와버리게 된다. 니폼니쉬 감독은 강창석 통역을 통해 '한골 먹어줘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이계원 부천 단장도 그 지시를 나중에 사석에서 이야기하기로는. "니포 감독이 신사지요" 하시면서 당시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고 하실 정도였다.

통역을 통한 지시는 코치 등을 통해 '한국인 선수'들에겐 빨리 전달되었는데 당시 부천팀의 골키퍼와 스위퍼에게는 전달이 안되버린 거였다. 부천의 한국 선수들은 가만히 서 있었지만 골키퍼인 사샤(알렉셰이 포드쉬발로프)와 스위퍼인 보리스만이 열심히 수비하며 울산의 '맹공'(?)을 여러차례 막아냈다. 이거 당시 영상을 다시 봐도 코메디인데 현장의 직관러들은 어땠냐고?

그냥 같이 웃었다. 딱 봐도 '한골 먹어주려고' 하는데 샤샤와 보리스만 열심히 막아대는거다. 그리고 울산 선수들도 짜증나는 모습이 보일 정도... 심지어 두세번 정도 막아내니 러시아 선수들은 입에서 욕이 나오는 것이 보일 정도였던거다. 근데 울산은 골을 못 넣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그러니 그 몇분간은 완벽한 코메디를 현장의 관중들과 중계를 즐긴거였다.

나중에는 감독이 직접 나서셔서 손짓을 해도 눈치를 못 챈 보리스와 샤샤는 수비에 계속 열중이었다.
(이 부분을 놓고 많은 이들이 잘못 서술하고 있다. 손짓을 해서 알았다고 하는데 나중에 샤샤 선수를 개인적으로 만나서 물어봤는데 벤치에 들어가서야 그걸 알았다고 회술해 주었다. 개막전의 그 시끄러운 분위기와 골키퍼와 벤치와의 거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결국 골은 어떻게 들어갔느냐? 부천 선수들이 결국은 프리킥을 만들어 주고 프리킥에서 벽 서고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일렬횡대'로 서 있은 다음에야 벽을 맞은 다음 바운드 된 공을 울산 선수 세명이 페널티 에리어 안에 들어가서야 간신히 골을 넣었다. (아마 영상을 본다면 다 아실 것이다. 그 프리킥 막으려고 뛰어올랐던 선수는 러시아인 보리스...감독 지시를 알긴 뭘 알어...골 들어갈 때도 필사적으로 막았는데...)

그리고 터진 관중의 환성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장면'을 직관한 관중들은 즐거워했다. 경기는 그 뒤 골이 더 들어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자랑할 수 있는 직관러의 자격을 가지고 경기장을 나간 것이다.

당시 이 경기가 개막전으로 생중계가 되었던지라 집에 돌아와서 PC통신을 보니 관련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그 글의 대부분은 '한편의 코메디 감상'에 대한 것이었다. '비매너'에 대한 글은 없었다. 경기를 본 사람들은 그 상황이 '비매너'로 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던 하나의 해프닝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 경기를 직관했거나 뛰었던 선수 모두가 '윤정환이 비매너'라는 소리를 한 적이 없던 것으로 안다. 고재욱 감독이나 울산 선수들 조차도 "대인배 니폼니쉬"를 말했을 정도였고 당시 울산 서포터들도 "윤정환에게는 욕을 못하겠고...병지형 실수도 있잖아요, 근데 니포 감독님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골 먹어줄 생각을 했대?" 라고 할 정도였으면 말 다한거 아닌가?

기자가 기사를 쓸 땐 조심해서 써야 한다.


윤정환의 예를 들었을 때 앞에다가 "하지만 반대의 예도 있다. 본의 아니게 윤정환은 골을 넣었으나 바로 부천 팀은 한골을 일부러 먹혀줬던 훈훈한 예" 같은 식으로 썼으면 아무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

축구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을 후에 서술함에 있어 정확한 상황을 모르게끔 앞뒤 빼버리고 기술한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품격이 있는 언론 기사를 보고 싶다.

                                                                                                           글쓴이 : 홍차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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