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EPL에서는 향후 몇 년 간 리그의 향방을 결정지을 지도 모르는 중요한 주제 하나가 논의 중에 있습니다.
바로 EPL 자체적으로 재정적인 제한을 두는 제도를 만들자는 이야기죠. 위로는 UEFA 플라티니에 의해 주창된 FFP가 전 유럽에 시행 중이고, 아래로는 풋볼 리그 자체적으로 FFP를 만들어 시행 중에 있는 현 상황에서 가운데에 놓인 EPL에도 뭔가를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시작은 리버풀이 먼저 했고,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강력히 지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구단 인수 동기 중 하나가 플라티니의 FFP였다고 말했던 존 헨리이고 최근에는 UEFA의 FFP도 충분치 않다고 주장 했던 사람이라 이렇게 주도하고 나선 건 이해가 갑니다.
허나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공통점이 뭘까요? 이미 누차 지적되었지만 이들 구단주들의 공통점은 바로 미국인 이라는 겁니다! 스포츠 구단이 추구해야 할 최종 목적이 이익을 극대화(profit maximizers) 하는데 있다고 믿는 미국적인 개념과, 무슨 소리냐 스포츠 구단의 최종 목적은 트로피 수집이다(utility maximizers) 라고 믿는 영국적인 개념이 이렇게 충돌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가운데 며칠 전에는 EPL 회장 리차드 스쿠더모어 입에서 리그에 샐러리 캡을 도입하자는 말 까지 나왔습니다. 유럽 축구에는 생소하나 미국 스포츠에서는 익숙한 개념인 샐러리 캡이 누구에 의해 나온 안건일지는 뻔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클럽들 사이에서 결론이 도출될 9월 말 까지는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일단 알려진 바로는 리버풀, 아스날, 맨유, 웨스트햄, 위건, 스토크, 선더랜드 등이 적극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고, 맨체스터 시티는 당연하게도 반대, 풀럼, 에버튼, WBA, 뉴카슬, 토트넘은 굳이 제도를 만들 필요까지는 있냐, 클럽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EPL에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20개 클럽 중 14개 팀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EPL 20개 팀 구단주들은 대체 뭐하는 작자들인가? 이름하여 EPL 구단주 열전.
지난 시즌 순위 역순으로 한 번에 5팀씩 총 네 번에 나누어 갑니다. 지분이 나누어져 있는 경우에는 대주주 위주로 기술하겠습니다.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1. 데이빗 설리번 - 영국판 휴 헤프너?
소유 구단: 웨스트햄
주 업종: 4르노
재산: £300-400m
시작부터 강합니다. 웨일즈 10대 부자에 꼽히는 데이빗 설리번 영감은 19금 사업으로 부를 쌓은 걸로 유명한 인물이죠. 21살 때부터 야한 사진 찍어서 파는 걸로 돈을 벌기 시작해 20대 중반이었던 1970년대에는 각종 섹스샵, 성인 잡지, 성인용 영화 등을 제작하며 부를 축적했습니다.
당시 여자친구였던 메리 밀링튼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들을 다수 제작했는데, 자신이 발행하던 잡지 "플레이버즈"와 동명의 영화 "플레이버즈"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P
일평생 웨스트 햄 팬이었다는 설리번이지만 축구와의 인연은 버밍엄이 먼저였습니다. 1993년에 £700,000 주고 버밍엄을 사들여 2007년 카슨 양에게 대주주 자리를 넘기기 전까지 구단주로 있었지요.
그리고 나서 해머스를 사들인 것이 2010년 경 입니다. 2007년 버밍엄을 매각할 때 "집을 담보 삼아 대출이라도 받아야 아스날, 첼시 같은 구단과 경쟁하기 위한 선수를 살 수 있다"고 말했던 설리번은 당연하게도 샐러리캡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2. 故 마쿠스 립헬 - 독일산 공학도
소유 구단: 사우스햄튼
주 업종: 건설 중장비 제조업
재산: £3 billion
건설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이나 크롤라 크레인 등의 상표를 유심히 보신 분이라면 립헬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겁니다. 마쿠스 립헬은 세계적인 중장비 제조업체 립헬 그룹의 창업주 한스 립헬의 아들입니다. 가문이 가문이니만큼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했고 30대였던 80년대에 립헬 가문의 지분을 형제들과 공동소유하며 경영에 참여했었지요. 1990년대에 들어서 립헬 지분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넘기더니 전공을 살려 자신의 회사인 MALI 그룹을 창업해 오프로드 차량이나 엔진 분사장치 연구 등을 해왔습니다.
축구와의 인연은 2009년 당시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던 사우스햄턴을 인수하면서 부터입니다. 인수 당시 인터뷰를 보면 클럽의 전통, 팬들, 그리고 구단이 가진 잠재력 등에 끌렸다고 말했지요. 허나 안타깝게도 일 년 뒤 립헬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클럽은 립헬이 생전에 생각했던 클럽의 발전방향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고 10-11시즌 2부 리그 승격, 11-12시즌 1부 리그 승격 등 2시즌 연속 승격을 이루며 그 뜻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3. 안톤 진가레비치 - 러시아 갑부 아들
소유 구단: 레딩
주 업종: ?
재산: ?
안톤 진가레비치는 러시아 갑부 보리스 진가레비치의 아들입니다. 아버지 보리스 진가레비치는 전세계에서 6번째로 큰 목재기업 일름 그룹의 공동 창업주이죠. 사실 안톤의 경우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하고 있는 흔적은 없습니다. 자신의 업적보다 그저 아버지의 부나 예쁜 마누라가 더 화제가 되는 전형적인 갑부 아들이죠. 부인이 누구냐고요? 빅시 모델이었던 예카테리나 도만코바입니다.
10 대 시절 영국에 유학와서 버크셔에 있는 베어우드에서 공부를 했었는데 이 때 학교 근처에 있던 축구장이 엘름 파크라 경기를 보며 레딩 팬이 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초에 어릴 적 좋아했던 레딩을 인수했고 현재까지는 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4. 토니 페르난데스 - 말레이 공기업 민영화의 화신?
소유 구단: QPR
주 업종: 항공
재산: $615 million
페르난데스는 사업가이자 포르투갈계 말레이 사람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인물입니다. 대학은 런던 정경대를 나왔고 졸업 후 런던에서 회계사로도 잠깐 일했었던 그이지만 사업가의 피를 속일 수는 없없죠. 말레이지아로 돌아와 말레이 워너 뮤직 역대 최연소 상무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던 그는 2001년 오랜 꿈이던 항공산업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말레이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그러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빚더미에 쌓여 있던 에어아시아를 인수해 단 몇 년만에 말레이 제일 가는 항공사로 탈바꿈시켰지요. 이로 인해 페르난데스는 포브스에서 집계하는 말레이지아 부자 리스트에서 매년 순위가 올랐고 2012년에는 15위 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웨스트 햄 팬으로 알려져 있는 페르난데스는 실제로 2011년에 해머스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데이빗 설리번 측에서 오퍼를 거절하면서 뜻을 꺾어야 했습니다. 차선으로 선택한 클럽은 QPR. 미탈 가문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66% 지분을 버니 에클스턴으로부터 인수한 것이 2011년이고 그 후 행보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5. 랜디 러너 - 미국 금융가의 아들
소유 구단: 아스톤 빌라
주 업종: 금융
재산: $1 Billion
미국 금융가였던 앨 러너의 아들 랜디 러너는 아버지를 따라 금융 쪽에서 주로 일해왔습니다. 콜럼비아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러너는 그후 금융쪽에 발을 들여 애널리스트, 투자회사 창업 등을 하며 지냈죠. 그러다 아버지 알 러너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신용카드 회사 MBNA를 인수하자 그 회사 이사로 재직했고, 2002년 아버지 사후에는 회장직을 물려받았아 잠깐 있다 4년 뒤 BoA에 회사를 매각합니다.
2002년에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MBNA만은 아니었습니다. NFL 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역시 물려받아 10년 동안 구단주로 있다가 올해 8월에 $920 million 가량을 받고 매각해 버렸지요. 이때 당시 나온 말이 "랜디 러너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미식 축구 구단 대신 본인이 좋아하는 영국 축구 구단을 선택했다" 였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러너는 대학 재학 시절 1년 가량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왔었는데 이때 영국 축구에 깊이 빠졌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축구에 대한 관심은 2006년 아스톤 빌라를 인수하기에 이르렀고 그 후는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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