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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구단주 열전 (2) -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EPL 구단주들이 뭐하는 작자들인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로 위건, 스토크, 선더랜드, 노리치, 스완지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6. 데이브 웰런 - 축구선수에서 스포츠 용품점 사장으로

 

소유 구단: 위건
주 업종: 스포츠 용품 유통
재산: £250m

 

 

데이브 웰런 영감은 1950-60년대에 블랙번 등에서 뛰며 현역 프로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인물입니다. 선수로써 가장 영광된 순간은 1960년 FA컵 결승에서 울브스를 상대했던 일이겠으나, 당시 경기서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이후 선수 생활 자체가 내리막에 접어들게 되니 개인으로써는 악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은퇴 후 웰런은 선수 경험을 살려 스포츠 용품점 하나를 인수합니다. 나름 사업에 소질이 있었는지 매장은 하나 둘씩 체인점을 늘려 나갔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영국 전역에 300개 가까운 체인을 가진 꽤 큰 스포츠 용품 유통 기업이 되었지요. (실제로 스포츠 유통 회사로 영국 2번째 규모라고 합니다) 회사 이름이 바로 JJB Sports 입니다. DW 스타디움의 이전 이름이었던 JJB 스타디움이 어디서 나온 이름인지 아시겠지요?

 

 

웰런 영감이 위건을 인수한 건 1995년 이었습니다. 당시 위건은 디비전 3, 즉 영국 축구 4부 리그에 머물던 클럽이었는데 인수 당시 웰런 영감은 팀을 프리미어 리그에 올려 놓겠다 장담을 했었지요. 그리고 그 약속은 2005년 실현이 되었습니다. 이후 클럽은 매시즌 그야말로 끈질기게 1부 리그에서 버티며 살아남고 있습니다.

 

 

7. 피터 코츠 - 딸의 조언으로 베팅 대박

 

소유 구단: 스토크
주 업종: 베팅 산업
재산: £750m

 

 

피터 코츠 영감은 원래 요식업을 하던 양반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레스토랑 지배인을 했던 경험을 살려 케이터링 회사를 창업했고 축구 구단들을 주 거래 대상으로 삼아 서비스를 제공했었지요. 코츠 영감의 운명이 180도 바뀌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자신을 찾아온 딸 드니스의 조언을 들으면서 부터 였습니다. 딸의 제안은 다름 아닌 스포츠 베팅 사업. 기존 오프라인에서만 진행되던 베팅을 온라인 상에서도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죠. 바야흐로 2000년의 일이었습니다. 사업은 너무나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코츠 가문의 bet365 (www.bet365.com) 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베팅 사이트 중 하나로 성장했고 덕분에 코츠 가문의 부도 급격히 부풀어났죠. 2010년 영국 부자 14위, 2011년 영국 부자 9위, 2012년 영국 부자 7위에 랭크된 피터 코츠 영감.

 

 

코츠 영감과 축구의 인연은 꽤나 오래된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부였던 코츠의 아버지는 스토크 시티의 광팬이었고 당시 어린 코츠를 스토크 시티 아마추어 팀에 뛰게 할 정도의 열정을 보였던 사람이었죠. 당연히 스토크와의 인연도 꽤나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1989년 스토크 대주주가 된 코츠 영감은 8년 동안 클럽의 회장직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99년에 아이슬란드 계열 콘소시엄에 구단을 매각했다가 2006년 다시 클럽을 인수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8. 엘리스 쇼트 - 론스타 국부 유출의 주범

 

소유 구단: 선더랜드
주 업종: 금융
재산: $2bn

 

 

엘리스 쇼트의 이력에 대해서는 의외로 자세하게 공개된 부분이 없습니다. 아이리쉬계 미국인이고 미주리 태생이며 미주리 대학을 나온 인물. 대학 졸업 후 GE에서 잠깐 일했다고 하나 본격적으로 금융에 뛰어든 건 1990년대 중반 존 그레이큰과 동업을 하면서 부터 라고 합니다. 그 둘이 만든 펀드 론스타에서 엘리스 쇼트는 아시아 지부장을 맡았었지요. 그렇습니다. 론스타.

 

외환은행 먹튀 사태의 주범 론스타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자 아시아 지부장으로 일하며 모든 사태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엘리스 쇼트입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엘리스 쇼트는 론스타 현업에서 물러나 영국으로 건너 옵니다. 스코틀랜드에 가서 마돈나와 가이 리치 부부가 살던 성을 사들이고, 아일랜드에 가서 아일랜드 시민권을 얻더니, 급기야 2008년에는 선더랜드를 인수해 구단주 지위에 오르지요. 이 모든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것이겠습니까. 그래놓고 지동원을 영입해 한국 마케팅을 한다? 정작 본인은 한국 검찰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놓은 상태라 한국에 입국하지도 못해 퀸 단장을 대신 보내면서?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9. 딜리아 스미스 -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셰프

 

소유 구단: 노리치
주 업종: 요리/출판
재산: £23 Million

 

이 시리즈에 언급되고 있는 20명 구단주 가운데 개인 재산이 가장 적은 인물이 아닐까 싶네요. 딜리아 스미스는 셰프로, 요리 칼럼니스트로, 또 TV 요리 쇼 진행자로 유명한 할머니 입니다. 영국 요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인 CBE 까지 받았으니 어느 정도 유명한지 아시겠지요.

 

그녀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죠. 90년대에 그녀가 진행하던 TV 요리쇼에서 다양한 달걀 요리법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자 그 해 영국 내 달걀 판매량이 10% 가까이 증가했었다고 합니다. 매번 그녀가 요리쇼에서 소개하는 재료의 판매가 급증하는 일이 벌어지자 영국에서는 이 현상을 "딜리아 효과" (Delia Effect)라 부를 정도였지요.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노리치 시즌 티켓 소유주였던 딜리아에게 축구와의 인연은 필연이었던 듯 싶습니다. 클럽이 재정적인 위기에 처하자 클럽의 오랜 팬이자 유명 인사인 이들 부부에게 구단에 투자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구단주가 된 부부는 칠순이 넘은 지금도 캐로 로드에에 앉아 노리치 경기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10. 휴 젠킨스 - EPL에서도 서포터의 팀 경영이 가능하다!

 

소유 구단: 스완지
주 업종: 건축 자재
재산: ?

 

웨일즈 출신 휴 젠킨스는 어릴 적부터 스완지 시티 팬이었고 10대 시절 웨일즈의 조그만 축구 팀에서 축구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일은 건축 자재 쪽 사업입니다. 2002년에 클럽이 호주 출신 망나니 구단주에 의해 위기에 처했을 때 스완지 축구선수 출신 멜 너스와 몇몇의 웨일즈 사업가들을 모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스완지를 인수한 후 회장직에 선출되어 지금까지 이르고 있지요.

 

구단주도 구단주이지만 여기서 소개해 드리고 싶은 내용은 바로 스완지가 EPL 에서 유일하게 클럽 서포터들이 직접 구단 경영에 참여하는 팀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원은 역시나 2002년 젠킨스 회장 측 컨소시엄을 클럽을 인수하던 당시로 거슬로 올라 갑니다. 당시 스완지를 소유하고 있던 호주 출신 토니 페티 계열에서는 클럽 소속 선수들을 마음대로 해고하는 등 팀에 온갖 횡포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이에 분노한 스완지 팬들은 서포터 연합을 구성해 구단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새 구단주를 찾았고, 해답은 스완지 출신 축구 선수, 스완지 팬이자 웨일즈 지역 사업가들로 구성된 현재의 컨소시엄이었습니다. 당시 스완지 서포터 연합의 역할이 컸기에 이들은 스완지 구단 지분 20%를 보유하고 2년에 한 번씩 시즌 티켓 소유주들이 한 표씩 행사해 서포터들을 대표할 인물을 뽑아 구단 이사로 임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냈습니다.

 

위 사진 우측에 있는 인물이 바로 스완지 서포터들에게 직접 뽑혀 서포터들을 대표해 구단 이사로 일하고 있는 휴 쿠즈입니다. 이와 같은 스완지의 사례는 축구팀의 서포터 경영 사례의 모범으로 꼽혀 영국 정부에서도 앞으로 장려할 방향 으로 삼고 있을 정도이지요.

 

사진 출처

swanstrust.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