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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보완계획48

토레스의 눈물



중하위권 클럽들의 경기력 확인 차원에서 매주 MOTD를 다운받아 보는데, 이상하게 시어러 코멘트가 늘 신경에 거슬린단 말이죠. 물론 영어가 짧은 탓에 MOTD 내용의 1/10도 알아먹지 못하지만, 시어러가 말하는 내용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게 신통방통 합디다. 



특히 최근에 조 앨런과 제라드의 플레이를 비교하면서 조 앨런은 모험적인 패스를 하지 않는다는 시덥잖은 소리를 할 때부터 이 양반이 로저스 축구로의 변화에 대한 이해는 커녕 20세기 뻥글랜드 프레임에 갇혀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또 토레스를 가지고….


토레스가 개그 캐릭화된 건 사실이지만, 토레스를 까려면 첼시라는 클럽 전체의 맥락에서 시작해야. 시티전에서 드러난 라파의 토레스 활용은 초미의 관심사였던 그를 살리기 위한 운용이 아닌 그는 물론 오스카나 아자르의 장점을 죽이면서까지 수비적인 기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림으로 확인해보죠.





자기진영에서 최전방과 최후방의 간격이 20m 정도로 유지됩니다. 즉 라파의 18번인 라인 사이의 타이트한 간격 유지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레스 또한 이전보다 낮은 위치에서 플레이가 전개됐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공격적으론 희생을 하는 대신 수비적으로 헌신을 했던 것이죠.


이는 최근의 수비불안을 팀 전체의 수비의식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라파의 선택이었습니다. 마테오가 토레스를 빼고 아스필리쿠에타를 투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라파는 수비전환 시에 간격 유지와 수적우위를 앞세운 협력수비에 포인트를 두었죠.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맥락입니다. 





즉 이런 식의 수비형태가 되는 거죠. 라파가 쉬는 동안에 모니터링을 블로그질 많이 한 모양입니다.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라파와 토레스의 드라마에 집중된 사이에 라파는 현실을 직시한 셈입니다. 팀이 정상으로 돌아가야 선수도 정상으로 돌아가겠지요. 





포스트 플레이 좀 질 수도 있지, 이 양반아! 무슨 토레스가 드록바냐!! 심지어 상대가 요한 주루도 아니고,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는 '피지컬 몬스터' 콤파니라고!!! 그리고 토레스는 공중볼 경합 시에 콤파니와의 직접적인 경쟁이 아닌 주로 측면으로 이동하여 사발레타를 상대하는 데 포인트를 두었죠. 토레스가 개그 캐릭이 되었을지언정 바보는 아닙니다.





시어러는 여기서 스피드를 살리지 못한 것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맞는 말이죠. 토레스의 운동능력 저하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근본적으로 토레스의 딜레마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근데 말이죠. 한창 좋았던 시절에 빛을 발했던 박스 근처도 아니고 하프라인에서부터 뛰다가 따라잡힌 걸 가지고 트집 잡으면 듣는 토레스가 너무 섭섭합니다. 결정적으로 나스타시치와 충돌하면서 볼 스피드가 죽어 가속을 붙이지 못한 상황이었죠. 볼이 토레스 무릎 위에 있는 것도 안 보이냐!!





네. 암만 좋게좋게 봐주려 해도 무브먼트 부족은 도저히 쉴드를 칠 수가 없네요. 저 위치에서 누구보다도 날카로웠던 토레스가 이제는 약수터 조깅이나 하고 자빠졌어요. 측면에서 크로스는 잘도 올리면서 정작 대각선 침투가 필요할 때는 어슬렁거리는 이유가 뭐냐!! 넌 베컴이 아니야. 넌 토레스라고….



결국 이 글은 본격 토레스 쉴드치려다 망한 글입니다. ㅠㅠ



어나세요, 용사여!



Text by BJH48



Photo by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