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월드컵을 앞둔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안정환 팬클럽이 걸은 걸개를 배경으로. - 촬영 홍차도둑]
안정환이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그간의 10년이 넘는 행보를 보며 즐거워하고 아쉬웠던 여러 일들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1. 대졸신인.
그는 부산에 4순위로 지명되었다.
4순위.
이것만 보고 '에이~ 안정환 그렇게 순위 낮았나?' 라고 초장부터 하는 분들은 그냥 입 닥치시라.
당시 1990년대 중-후반까지의 드레프트제도에서는 1순위보다 더 높은 '진정한 1순위'는 바로 '4순위'였다.
4순위는 바로 '연고지명'의 1명의 자리였다. 연고지명은 당시 각 구단별 1개의 대학팀을 연고지명으로 둘 수 있었다. 당시 이 순위로 드래프트 된 선수중 또 한명의 대표주자라면 윤정환이었다.(당시 동아대는 유공의 연고대학이었다.)
당시 '아주대학교'는 대우재단의 학교였던만큼 자연스레 재학생인 안정환을 픽업하고 만다.
당시 김우중의 축구사랑과 바둑사랑은 대단했다. 이 축구사랑 덕에 안정환은 '세리에 A'의 유니폼을 입는 결정적인 단초가 된다.
(이 글 시리즈의 말미에 다시 소개하겠다)
참고로 당시 대우가 구축한 거제고-아주대 라인은 정말 프로가 되고 싶어하는 선수들에게 있어선 '사관학교' 그 자체였다. 청대에서 일단 '거제고' 하면 일단 '사실상 프로'라고 봐야 했으니까.
실제로도 프로팀에 합류했다가 다시 거제고나 아주대로 가는 선수도 있었다.
(당시 이런 배려는 두가지 면에서였다. 첫번째는 프로에 와서 경기를 뛰지 못해 퇴보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고 두번째는 군문제에 대한 연기 문제였다.)
대표적인 선수라면 김용대와 정유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고교때는 정유석이 평가가 더 높았다. 먼저 청대 수문장을 맡기도 했을 뿐 아니라 고교시절에 이미 먼저 프로팀에 픽업된 것은 김용대가 아니라 정유석이었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첫번째로 보는 선수는 4순위와 1순이었다. 이들은 프로데뷔 첫해부터 거의 주전을 꿰차다시피 했다.
거기다 아주대학교라는 나름 '사관학교' 이것만으로도 그에게 주어진 관심은 컸다.
2. 패셔너블
안정환을 말하는 또다른 이름은 '패셔니스타'다.
하지만 그것을 추억하자면 당시 구단의 '마케팅'이라는 부분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통감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안정환의 2002년때의 모습 이전부터 그는 패셔너블한 선수였다.
당시 하이텔의 부산쪽 팬의 거두인 분은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야구의 이쁜 선수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잘생긴 선수가 들어왔다. 경기력도 끝내준다.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두명이!"
사실 안정환보다 '더 잘생긴' 선수가 부산에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정환 신드롬에 의해 잊혀지게 되었다. 일단 안정환은 '잘생겼다' 그때 사진 보면 정말 미소년 그 자체였다. 당시 얌전한 세레모니나 모습 때문에 그의 '짐승남'스런 모습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당시 하이텔 축구 팬 중 부산의 연습장을 가본 분이었다면 그의 씩쓰팩을 보고 뿅간 분들 하나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사들은 올라온 적이 거의 없다. 아쉽게도...
당시 프로파간다가 많이 부족했던 부분을 이야기 해야 하는데...
1996년에 호주 올림픽 선수들이 센세이셔널한 화보집을 발표해서 충격을 준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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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누드사진집'을 낸 것인데. 그 이유가 정말 근대 올림픽의 초창기를 생각나게 한다.
제3회 센트루이스 올림픽에 출전한 브라질 선수들은 그야말로 '앵벌이'를 뛰었다. 참가비가 하도 부족해서...결국 생각타 못해 내린 방법은...
'현지에서 때워라' 였다.
그리고 정말 몸으로 때웠다. 어떻게 때웠냐면...
그때나 지금이나 '브라질' 하면 생각나는 몇가지 키워드중 하나가 무엇인가?
축구? 삼바? 그거 말구 커피 하면 또 한 브라질 하는 것이 브라질 아닌가?
브라질 올림픽 대표선수들에게 커피를 푸대단위로 같이 딸려보낸거다.
미국이야말로 독립전쟁의 기상 때문에 홍차 보다는 커피가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는 나라다. 괜히 아메리카노 스타일이 있는게 아니다. 그러니 '현지에서 커피 팔아서 부족한 돈 보충해!'하고 정말 올림픽 선수들이 미국 현지에서 '경기 일정 빈 선수들'이 커피 팔러 다녔다...-_-;
거기다 하필 그해는 커피 풍작인 해라서 잘 팔리지도 않아 '증말 브라질에서 가져온 커피임. 브라질 올림픽 출전선수들이 보장함!' 이라는 딱지를 붙이고(이거에 대해선 언제 먹자 관련 이야기에서 할 생각이다. 괜히 '인증샷'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팔았는데도 안팔려서 나중에는 선수들 절반 이상이 동원되서 '집에 가는 차편' 돈 낼려고 커피팔러 다녀야 했다...-_-;
여하간 그렇게 되서 나온 것이 호주 올림픽 선수들의 '누드사진'을 판매한 거였다.
이거 사진 공부하는 분들, 특히 인체라는 궁극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권씩은 필독하라. 육체미와 기능미, 그에 따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정말 하악하악 하면서 보게 만드는 책이다.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 많이 끌다보니 아틀란타 시리즈 이후 계속해서 나왔다.
일본의 그라비아와는 다르게 인간의 기능미와 누드의 다른 아름다움을 보기 위한 것이라면 필견서다. 특히 짐승남들을 좋아하는 여자분들에겐 일전에 '분홍만두'님께서 소개해 주신 '캐나다 소방관들의 헐벗은 사진 캘린더(매년나옴)' 와 쌍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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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당시 그런거 할수 있었느냐라면...할수는 있었다. 다만 당시 그러한 것을 하기가 참 어려웠던 시절이었으니까.
당시 국내에서 그런 선수들이라면 구단에서 허하는 것이 바로 '헤어 스타일'을 무조건 '긴머리' 또는 '약간 튀는 머리'로 하는 거였다.
야구의 이상훈 선수가 그러한 야생마의 이미지가 허락된 것이 그런 의미도 있었다. 일단 뭔가 패셔너블하고 멋진걸 강조하려면 무조건 머리가 길어야 했다.
안정환의 긴 머리는 그렇게 해서 태어났다.
'일단 머리를 길게 하고 봐라'
이미 그 이전에 선배인 김주성 선수가 머리를 길러서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린 바 있었다. 그 전철을 잇는 듯 싶었지만 김주성 선수와는 달리 생머리로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안정환의 모습이 나타났다.
'신세대 튀는 스타', '얼굴빨로만 보여줄 것인가?', '이동국, 김은중, 안정환 이라는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은 과연?' 이라는 화두를 가져온 안정환이었다.
이른바 '신세대 3인방'중 가장 저평가 된 것은 안정환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한국 프로축구리그를 뒤흔들게 된다.
-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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