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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리그 앙 구단주 열전(3) - 마르세유/에비앙/툴루즈/생테티엔/렌

 

축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놈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리그 앙 세 번째 시간으로 마르세유, 에비앙, 툴루즈, 생테티엔, 렌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2012-13시즌 축구 구단주 열전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a>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a>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a>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a>
(5) 삼프도리아/토리노/페스카라/제노아/팔레르모</a>
(6) 칼리아리/시에나/피오렌티나/아탈란타/카타니아</a>
(7) 키에보/볼로냐/파르마/로마/인테르</a>
(8) 나폴리/라치오/우디네세/밀란/유베</a>
(9) 트루아/랭스/바스티아/로리앙/아작시오</a>
(10) 브레스투와/소쇼/니스/발랑시엔/낭시</a>
(11) 마르세유/에비앙/툴루즈/생테티엔/렌

 

 


11. 마가리타 루이 드레퓌스 - 전 세계 곡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여성

 

소유 구단: 마르세유
주 업종: 곡물메이저

 

마가리타 루이 드레퓌스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7살 때 열차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화학공학자였던 할아버지 아래서 자랐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물결이 한참이던 러시아를 18살 때 떠나 스위스에 정착해 무역회사 비서로 일하기 시작했었죠. 그녀의 삶을 바꿔놓은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가 27살이던 1989년 취리히에서 런던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상대는 로베르 루이 드레퓌스.

 

그렇습니다. 루이 드레퓌스. 미국의 ADM, 번지(Bunge), 카길(Cargill)과 함께 세계 곡물 시장을 지배하는 "ABCD"라 불리며 곡물 메이저를 이루고 있는 프랑스 루이 드레퓌스(Dreyfus) 그룹의 회장과 마가리타가 사랑에 빠진 것이었습니다. 3년의 열애 끝에 둘은 결혼에 골인했고 자녀를 셋이나 낳으며 행복한 생활을 했었죠. 허나 2009년에 남편 로베르 루이 드레퓌스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삶의 방식을 바꿔야 했습니다. 재벌 총수의 아내에서 그 스스로 루이 드레퓌스를 이끄는 재벌 총수가 된 것입니다.

 

루이 드레퓌스는 곡물 메이저로 전세계 농작물을 중개할 뿐만 아니라, 비철금속/천연가스/석유화학 제품 등의 에너지 분야, 상업용 건물과 리조트 등의 부동산 분야 등에도 손을 대는 거대 재벌입니다. 2011년 기준 연매출이 $ 60 billion 이고, 순이익만 $ 1 billion 을 넘어가지요. 덕분에 마가리타 루이 드레퓌스는 프랑스 부자 순위 7위, 프랑스 여자 부자 순위로는 로레알 그룹의 릴리안 베탕쿠르에 이어 2위에 랭크되고 있죠.

 

마가리타 루이 드레퓌스가 마르세유 구단주 자리에 오르게 된 건 2009년 남편 로베르 루이 드레퓌스의 사망 이후지만 당연히 드레퓌스 가문과 마르세유의 관계는 그 이전으로 올라갑니다. 1993년에 베흐나드 타피 전 마르세유 회장이 프랑스 축구 역사상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 을 일으킨 후 강등, 파산 등을 거치며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1997년 로베르 루이 드레퓌스가 클럽을 인수하며 구원자로 등장한 것이 계기입니다. 당시 로베르 루이 드레퓌스는 갑부 구단주의 힘을 보여주고자 작정한 듯 로랑 블랑, 안드레아스 쾨프케, 파브리치오 라바넬리, 로베르 피레스, 크리스토프 뒤가리, 플로리안 모리스, 윌리엄 갈라스 등을 영입하며 2부 리그에서 갓 승격한 팀을 단숨에 리그 정상권에 올려놓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12. 다농 그룹 - 에비앙을 만드는 세계적인 식음료 기업

 

소유 구단: 에비앙 토농 가야르
주 업종: 유제품/생수

 

 

에비앙, 볼빅 같은 생수 브랜드 이름 들어보신 분들 많으시죠?. 다농 그룹은 바로 이 에비앙을 만드는 세계적인 식음료 기업입니다. 제품군에 생수만 있는 건 아니고 유제품, 비스킷, 시리얼 등도 꽤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죠.

 

1919년에 이사크 카라소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세웠던 요거트 공장이 시초였습니다. 이사크 카라소가 자기 아들 다니엘 카라소의 카탈루냐식 아명(兒名) 다농을 공장 이름으로 지은 것이 그룹명의 기원이구요. 1929년부터 공장을 프랑스로 옮겼고 세계 대전이 지난 1967년에는 프랑스 치즈업체 제르베와 합병해 제르베-다농이 되었죠. 자회사로 유리 제조업체 BSN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 사장이었던 앙투안 히부가 1973년에 적대적인 인수합병 시도에 대항해 모기업 다농 자체를 인수하면서 소유권이 카라소 가문에서 히부 가문으로 넘어 왔습니다. 다농 그룹을 인수한 앙투안 히부는 유리 제조업체 시절 최대 고객이었던 생수업체 에비앙을 아예 인수해 버립니다. 자신들이 만드는 유리병에 에비앙 생수를 담아 판다는 시너지를 노린 합병이었죠. 허나 6년 뒤에 유리제조 사업을 매각해 버리고 유제품/음료/시리얼 등 식음료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프헝크 히부가 아버지 앙투안 히부로부터 그룹을 물려 받은 건 1996년이었고, 지금 다농 그룹은 €20 billion 이 넘는 연매출, €2 billion 가량의 흑자, 10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다국적 식품회사입니다.

 

에비앙 토농 가야르 FC는 인수 합병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구단입니다. 창단연도가 1924년인 FC 가야르가 2003년에 FC 빌라그랑을 합병하면서 "크루아 드 사부아 74"로 개명하였고, 2007년에는 창단연도가 1909년인 올랭피크 토농 샤발까지 합병하면서 "올랭피크 크루아 드 사부아 74"로 개명하였습니다.

 

2005년 당시 크루아 드 사부아 74 가 0.3m 유로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다농 그룹이 등장해 부채를 탕감해 주고 매년 3.5m 유로를 지원한다는 조건 하에 클럽의 후원자로 나섰습니다. 2009년에는 자사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 홍보를 위해 팀 이름을 "올랭피크 크루아 드 사부아 74" 에서 "에비앙 토농 가야르 FC"로 바꾸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요. 물론 클럽의 홈구장이 위치한 토농레뱅 군(Arrondissement)과 에비앙 생수가 만들어지는 에비앙레방 군이 가까운 위치에 있는 건 사실입니다. 허나 에비앙레방 군에는 거기를 홈으로 하는 축구 클럽 "유니옹 스포티브 에비앙 루그항"이 별도로 존재해 왔기에, 서포터들은 자신들의 클럽을 에비앙 토농 가야르 FC, 혹은 줄여서 에비앙 TG 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대신 옛 이름 "크루아 드 사부아"라 칭하는 걸 더 선호하고 있어요.


 

 

13. 올리비 사드헝 - 일평생 케이터링

 

소유 구단: 툴루즈
주 업종: 케이터링

 

툴루즈 태생의 올리비 사드헝은 일찍부터 케이터링 업계에 몸담아 왔습니다. 21살 때 툴루즈 지역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케이터링 업체(한국으로 치면 함바집?)를 창업해 운영하다, 몇 년 뒤에 이를 세계적인 케이터링 대기업 Sodexo 에 매각하며 많은 이익을 남겼죠.

 

1996년에 프랑스 내 항공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들이 풀리자 Catair 을 창업해 툴루즈 공항을 기반으로 기내식 등의 케이터링 사업을 벌입니다. 시장이 열리자마자 기회를 포착한 선점기업이었기에 사업은 나날히 번창했고, 이를 눈여겨 본 영국계 서비스 대기업 Compass Group 에서 지분을 투자하여 Catair를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이 2000년입니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사드헝은 Catair 에서 CEO로 계속 일할 수 있었죠. 2005년이 되자 Compass Group 에서 사업부문을 재편하면서 케이터링 사업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사드헝과 몇몇 Catair 이사들이 힘을 합쳐 MBO 방식으로 회사를 인수하며 새출발을 위해 사명을 Newrest 라 바꾸었습니다. Newrest는 작년 기준 종업원 17,000명 연매출 €600 million 정도 되는, 항공사 케이터링/철도사 케이터링/케이터링 유통 등의 케이터링 전문업체 입니다.

 

SAOS(société anonyme à objet sportif)였던 툴루즈가 지금과 같은 SASP(société anonyme sportive professionnelle)로 전환한 건 2001년 여름이었는데요, 이 때 사드헝은 일군의 주주들과 함께 클럽을 인수하였습니다. 툴루즈에서 태어나 툴루즈에 본사를 둔 기업 사장 사드헝이 대주주였기에 지금까지 툴루즈 회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14. 베흐낫 카이아조 - 축구를 사랑한 유럽 콜센터 선구자

 

소유 구단: 생테티엔
주 업종: 마케팅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상경계 최고 비지니스 스쿨 중 하나인 파리고등경제상업학교(ESSEC, École Supérieure des Sciences Économiques et Commerciales)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카이아조. 학위를 마친 카이아조는 1980년에 자신의 회사 QualiPhone을 창업합니다. 폰마케팅이 생소했던 당시 유럽에서 카이아조는 콜센터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인물 중 하나였죠. 여러분들의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스팸 전화들에 카이아조가 기여한 면이 꽤 크다고 보시면 됩니다.

 

1990년에 QualiPhone을 € 20 million에 매각하고, 잠시 축구 쪽에서 일을 하다 1994년에 CCA(Call Center Alliance) 그룹을 창업해 다시 콜센터 업계로 복귀합니다. 창업과 동시에 4년 전 매각했던 QualiPhone을 재인수했고, 유럽 전역에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하죠. 당시 유럽 14개 지역에 콜센터를 갖추고 50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렸던 CCA. 카이아조가 20년 세월 동안 콜센터를 도입해 준 유명 기업만 해도 푸조, IBM. 제록스, 메르세데스, 카날 플루스, BNP 등등이 있습니다.

 

8살 때부터 축구 클럽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나 살피면서 프랑스 지리를 공부했다는 카이아조. 그는 실제 삶에서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숨기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1983년에 PSG가 전시관 만드는 걸 도와 자신의 마케팅 업계 경험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일조했고, 낭트, 보르도 등 여타 클럽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역시 지원했습니다. 이때부터 10년 가까이 프랑스 축구계 주변을 맴돌며 플라티니 등 축구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카이아조는 1992년부터는 마르세유 베흐나드 타피 회장 곁에서 팀의 마케팅을 담당합니다. 1년 뒤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마르세유-발랑시엔 승부조작 사건 이 벌어지자 팀에서 쫓겨나던 타피 회장이 마르세유를 인수해 달라고 카이아조에게 부탁했으나 이를 거절합니다. 1990년 Qualifone 매각 후 1994년 CCA 창업 사이 기간에 카이아조가 이러고 살았습니다.

 

9년이 흘러 CCA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카이아조는 생테티엔을 인수하고자 노력했습니다. 2003년 겨울에 클럽의 지분을 일부 사들이는데 성공했고, 2004년 여름에는 클럽 주주들의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되었죠. 그리고 홀랑 호미예를 끌여들여 나머지 주주들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카이아조와 호미예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는 공동 구단주 체제로 전환합니다. 20년 넘게 축구계를 맴돌던 카이아조가 마침내 자기 팀을 소유하게 된 것이죠. 카이아조는 너무나도 열심히 축구 구단주로 일했고 2008년이 되자 생업과 동시에 축구를 신경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CCA를 라자드 은행에 매각해 버리고 구단주 일에 전념하고 있어요.


 

15. 프랑소와-앙리 피노 - 명품 재벌 PPR 사장

 

소유 구단: 렌
주 업종: 사치품

 

연매출 €12.22 billion, 영업익 €1.6 billion, 종업원 수 5만 명 가량의 세계적인 명품/스포츠용품 재벌 PPR. 그룹 내 자회사 중 대표적인 브랜드만 꼽아도 구찌, 퓨마, 입생로랑, 발렌시아가, 세르지오 로시, 부쉐론,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매카트니, 레드캣츠, 보테가 베네타, 브리오니, 볼컴, 지라드 페르고 등등 수없이 많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프랑소와 가문은 포브스 기준 전세계 부자 59위, 프랑스 내 부자 3위에 올라 있죠. (참고로 루이비통의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가 1위, 로레알 그룹 릴리안 베탕쿠르가 2위)

 

시작부터 이쪽 사업을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프랑소와-앙리 피노의 아버지 프랑소와 피노가 1962년에 창업했던 회사는 목재 수출입, 건설 원자재 수출입을 다루던 무역회사였으니까요. 1990년 초반기부터 유통쪽 기업들을 하나둘씩 사들이며 업종변환을 시도해 나갔는데 이때는 주로 주방용품, 사무용품, 홈쇼핑 등등 브랜드를 인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명품 사업에 뛰어든 건 1999년에 구찌를 인수하면서 부터였습니다. 당시 루이비통의 LVMH 그룹과 치열한 인수전을 벌인 끝에 얻어낸 성과였죠. 이후 그룹의 전 역량을 명품쪽에 집중했습니다. 1999년 입생로랑, 세르지오 로시, 2000년 부쉐론, 2001년 보테가 바네타, 발렌시아가 인수 등등 말이죠. 프랑소와-앙리 피노가 아버지로부터 PPR 그룹을 물려받은 건 2003년이었고 2007년에는 퓨마까지 인수하기에 이릅니다.

 

렌 출신의 피노 가문이 축구 클럽 렌을 사들인 건 1998년이었습니다. PPR 그룹을 통한 건 아니고 PPR 그룹을 소유하고 있는 피노 가문의 지주회사 아흐테미를 통해서 였습니다. 참고로 아흐테미는 PPR 그룹 뿐 아니라, 소더비와 함께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 와인으로 유명한 샤토 라투르, 프랑스 파리의 유명 오페라 극장 마리니 등을 축구 클럽 렌과 함께 자회사로 소유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축구 클럽 렌의 역대 회장 중에는 아흐테미나 PPR 임원 출신이 많습니다. 현 회장인 상세흐낭 역시 PPR 그룹에서 홍보 이사로 근무했던 인물이죠.

 

요새도 프랑소와-앙리 피노는 할리웃 배우 출신 부인 샐마 헤이엑과 함께 렌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