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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세리에A 구단주 열전(3) - 키에보/볼로냐/파르마/로마/인테르

 

축구 구단은 대체 어떤 놈들이 소유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세리에A 세 번째 시간으로 키에보, 볼로냐, 파르마, 로마, 인테르가 대상입니다.


 

2012-13시즌 축구 구단주 열전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5) 삼프도리아/토리노/페스카라/제노아/팔레르모
(6) 칼리아리/시에나/피오렌티나/아탈란타/카타니아
(7) 키에보/볼로냐/파르마/로마/인테르


 

 

11. 루카 캄피델리 - 이탈리아 명품빵 팔루아니 사장

 

소유 구단: 키에보
주 업종: 제빵

 

루카 캄피델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팔루아니를 설명해야 겠군요. 1921년 이태리 베로나 지역에서 개업한 작은 베이커리 팔루아니는 이탈리아 전통 빵 판도로를 만들던 가게였습니다. 2차 대전 이후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던 가게를 인수한 사람이 루이지 캄피델리.  바로 루카 캄피델리의 아버지였죠. 사업 마인드가 충만했던 루이지 캄피델리는 자신이 인수한 가게가 작은 제빵점으로 머무는데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빵공장을 세워 규모를 키워 나갔고, 1968년에는 Paluani SpA를 세워 기업화를 시도했죠. 지금 팔루아니는 판도로 뿐만 아니라 파네토네도 만들고 초콜렛도 만들고 과자도 만드는 큰 회사입니다.

 

키에보에서 가장 유명한 빵장수 캄피델리에게 키에보 베로나와의 인연은 필수였습니다. 1964년 이탈리아 7부 리그에 있던 키에보를 인수해 구단주로써 6부 리그 승격을 맛보았었고, 이후 자신의 팔루아니를 통해 늘 키에보를 후원해 왔었죠. 심지어 1981년부터 1986년 사이 6년 동안에는 팀 이름이 팔루아니 키에보 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루이지 캄피델리는 1992년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하여 23살 어린 아들 루카 캄피델리가 팔루아니 사업과 축구 클럽 키에보를 물려 받게 되죠. 이태리 축구 역사상 가장 젊은 축구 구단주의 탄생이었습니다 (이 기록은 2008년 아탈란타에서 깨집니다) 젊은 루카 캄피델리는 괴짜 기질을 보여주는 구단주였습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유니폼을 키에보 선수들이 입게 하는가 하면, 나는 잉글랜드 축구의 팬이라면서 할 수 만 있다면 키에보를 프리미어 리그에 합류시키고 싶다는 망발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괴짜 루카 캄피델리가 키에보를 건전하게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부친의 유언 때문이었다 생각합니다. 유언이 뭐냐구요? "축구 팀에 돈 쏟아 붓다가 팔루아니 사업을 위험에 들게 하지 마라" 였답니다 :-P


 

 

12. 알바노 구아랄디 - 볼로냐를 구원한 지역 사업가 컨소시엄의 일원

 

소유 구단: 볼로냐
주 업종: 건축

 

에밀리아-로마냐에서 태어나 볼로냐에서 대학을 나온 알바노 구아랄디는 대학 졸업 후 24살에 자신의 건축사무소 “Futura Costruzioni srl”를 창업합니다. 꽤 솜씨가 있었던 구아랄디는 볼로냐 시와 에밀리아-로마냐 주 일대에 수 백채에 달하는 집을 지어 주며 30년 넘게 건축가로 한 우물을 파 왔죠. 최근에는 이태리를 벗어나 동유럽 지역에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축구와의 인연은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인물입니다. 2010년 파산 위기에 처해 있던 볼로냐를 구원하고자 볼로냐 지역 사업가들로 이루어진 컨소시엄 "볼로냐 2010"이 클럽을 인수했는데 구아랄디는 이 때 같이 컨소시엄에 지분을 투자한 볼로냐 사업가 중 하나였지요. 구아랄디가 컨소시엄 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볼로냐 회장에 선출된 건 2011년 부터 입니다.

 

컨소시엄 주요 구성인원을 몇 명 더 소개하죠. 볼로냐를 인수한 후 2010년에 회장직에 올랐던 마시모 자네티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에스프레소 체인점 세가프레도 자네티 사장이자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자 이탈리아 정당에서 볼로냐 시의원을 지낸 인물입니다. 한국에도 입점해 있으니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다음으로 마르코 파비냐니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쇼핑백 같은 류를 만드는 Plastica Marconi srl 사장이고, 마시모 자네티가 볼로냐 회장에서 물러난 2011년 잠깐 회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죠바니 콘소르테가 있습니다. 볼로냐를 구원하기 위한 컨소시엄 볼로냐 2010 을 주도적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원래는 볼로냐 지역에서 여러 기업 CEO로 주로 활동해 오다가 볼로냐 시의 자랑 볼로냐 축구 클럽이 위기에 처하자 볼로냐 지역 경제의 인맥을 총동원하였지요.

 

마지막으로 쟈니 모란디가 있습니다. 이태리에서 유명한 배우이자 가수입니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에 박인희가 방랑자라는 노래에서 쟈니 모란디의 곡을 번안해 부르기도 했습니다. 암튼 가수로 성공한 모란디 아저씨는 스포츠 광이기도 해서 "이태리 가수 축구단"을 만들어 열심히 취미활동을 하였고, 자기 고장팀 볼로냐를 일평생 응원해 왔기에 그 공을 인정받아 볼로냐 2010 컨소시엄에 의해 명예 회장으로 추대되었습니다.


 

 

13. 토마조 기라르디 - 베어링 제조업자의 축구광 아들

 

소유 구단: 파르마
주 업종: 제조업

 

토마조 기라르디는 롬바르디아 주 브레시아에서 베어링 제조업을 하는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회사 이름은 암사자(La leonessa)이고, 농기계에 사용되는 베어링 제조업자로 시작하여 1970년대부터는 공업용 대형 선회링(Slewing Rings) 등도 제작하고 있죠. 회사 홈페이지(http://www.laleonessa.it/)에 들어가며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부터 축구광이었던 기라르디 가문의 아들 토마조는 남달랐던 축구 애정을 진작부터 보여 왔지요. 1998년 23살, 남들은 모니터로 축구 클럽을 경영할 나이에 브레시아에 소재한 자그만 축구 클럽 AC 카르페네도로를 인수하여 구단주가 되었습니다. 기라르디가 인수한 후 카르페네도로는 나날이 발전을 거듭했죠. 6년 뒤에는 세리에C2로 감격적인 승격을 기록했고, 다시 2년 뒤인 2005-06 시즌에는 세리에C1 승격이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에밀리아-로마냐 주에 위치한 파르마를 인수한 건 2006년 봄이었는데, 당시 토마조 기라르디가 31살 생일을 앞두고 있던 때였습니다. 파르마 인수 이후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테니 생략합니다.


 

 

 

14. 토마스 디베네데토 - 보스턴 투기자본 4인방의 수장

 

소유 구단: 로마
주 업종: 금융

 

 

2011년에 AS로마를 인수하러 나선 "DiBenedetto AS Roma LLC"는 디베네데토를 포함한 네 명의 투자자가 각각 25%씩 지분 투자를 해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한 명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로마 프로젝트를 주도하였고, 인수용 회사 이름에 자기 이름을 박아넣은 디베네데토. 보스턴 태생이며, 와튼 스쿨에서 MBA를 하고 34살에 창업한 헤지펀드 Boston International Group, 줄여서 BIG 회장입니다. 회사 홈페이지 들어가면 컨설팅 회사처럼 보이게 꾸며 놨는데, 실상은 그냥 헤지 펀드라 보시면 됩니다. 미국, 유럽, 러시아 등지에서 공모 펀드 시장, 헤지 펀드 시장에 투자를 해 온 기업이고 주로 인프라 개발에 관련된 자산에 투자를 해 왔습니다. 존 헨리가 주도적으로 만든 스포츠 투자 펀드 FSG에도 지분 투자를 했기 때문에 보스턴 레드 삭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며, 마찬가지로 리버풀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전주들끼리 회장 돌려먹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로마 인수 이후 디베네데토에 이어 두 번째로 회장에 오른 제임스 팔로타입니다. 역시 보스턴 출생이며 노스이스턴에서 MBA를 한 후 여러 군데의 공모/사모/헤지 펀드(Essex Investiment Management Company, Tudor Investement Corporation 등)에서 경력을 쌓아오다 2009년에 자신의 회사 Raptor Group Holdings LP를 창업하여 사장으로 있습니다. 돈을 좀 굴리고픈 부자, 헤지 펀드 자본, 투자 은행, 연금, 재단 등등 각종 자금을 유치해 사모/공모 시장에서 운용하는 투자신탁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보스턴 셀틱스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있던데 셀틱스 팬이 계시면 관련 사항 덧글로 제보해 주세요.

 

다음은 리처드 대모어입니다. 역시 보스턴 출생으로 하버드에서 MBA를 하였고 CPA 자격증도 가지고 있습니다. North Bridge Venture Partners 를 공동창업하였고, 주로 IT 벤처기업들에 관심을 가지며 투자를 해 왔습니다. 30년 가까이 벤처 시장에서 투자자로 일하며 잔뼈가 굵은 양반이라 각종 닷컴 기업, 소프트웨어 기업 이사로 등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클 루엔입니다. 보스턴 출생으로 와튼 스쿨에서 MBA를 하였구요, 보스턴에서 각종 연금 펀드를 운용하며 경력을 쌓았죠. 최근에는 $5 billion이 넘는 자금을 사모 펀드/부동산 시장에서 운용하는 TA Associates Realty 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으며, 2004년 부터는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Medipharm Manufacturing Group, Inc. 와 J-PAC LLC에서 운영진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다른 전주 셋과 달리 개인 재산이 아니라 가족 신탁(Family Trust)을 통해 DiBenedetto AS Roma LLC에 지분 투자를 했다 알려져 있습니다.


 

 

15. 마시모 모라티 - 정유 가문 모라티 가(家)의 넷째 아들

 

소유 구단: 인테르
주 업종: 정유

 

밀라노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 중 하나인 모라티 가문. 마시모 모라티는 모라티 가문의 대부 안젤로 모라티의 네 번째 아들입니다. 마시모는 아버지 안젤로 모라티가 세운 정유 기업 사라스에서 상무 이사 겸 CEO로 일하고 있지요. 사라스는 연매출이 $14.3 Billion에 달하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거대 정유 기업으로, 자신들이 정유한 각종 석유 제품을 유통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삼프도리아 가로네 구단주의 ERG와는 이태리 정유 업계 1,2위를 다투는 라이벌이기도 하구요.

 

사라스 지분 구조를 보면 Angelo Moratti Sapa 라는 지주 회사가 62% 정도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인데 마시모 모라티는 바로 이 Angelo Moratti di Gianmarco Moratti e Massimo Moratti & C. S.a.p.a의 공동 소유주입니다. 다른 한 명의 소유주는 마시모의 9살 형님인 지안마르코 모라티로, 지안마르코 모라티 - 사라스 회장 / 마시모 모라티 - 사라스 CEO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습니다.

 

마시모 모라티 개인 소유의 회사로 Sarlux를 가지고 있기도 한데, 사르데냐 섬 칼라아리에 있는 사라스 정유 단지에서 나오는 폐유를 가지고 전기를 생산하는 조그만 회사입니다.

1955년부터 1968년까지 13년 동안 인테르 구단주였던 아버지 안젤로 모라티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 위해 아들 마시모 모라티가 인테르를 인수한 건 1995년 입니다. 당시 마시모는 자신이 인테르 지분 100%를 소유하지 않고 두 집단을 소액 주주로 끌어 들였죠. 모라티 가문과 친분이 있던 지울리니 가문이 인테르 지분 5.3%, 사라스와 거래 관계이던 타이어 회사 피렐리가 인테르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시모 본인의 지분은 나머지인 90% 가량 되구요.

 

덕분에 피렐리는 1995년부터 인테르 유니폼 스폰서로 관계를 맺어 왔으며, 매년 발간되는 피렐리 재무 보고서를 보면 인테르가 보유 자산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마시모 모라티는 인테르와 피렐리의 동반자 관계를 주선해 온 공을 인정받아 2003년부터 피렐리 사외 이사로 등재 되어 있답니다.

 

 

 

사진 출처 : www.saras.it/


 

피버피치에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 명절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