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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렛퍼드 축구 글창고

세리에A 구단주 열전(2) - 사르디/시에나/비올라/아탈란타/카타니아

 

축구 구단주라는 놈들은 대체 뭐하는 인간들인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세리에A 두 번째 시간으로 칼리아리, 시에나, 피오렌티나, 아탈란타, 카타니아를 다루겠습니다.


 

2012-13시즌 축구 구단주 열전

(1) 웨스트햄/사우스햄튼/레딩/QPR/아스톤 빌라
(2) 위건/스토크/선더랜드/노리치/스완지
(3) WBA/풀럼/리버풀/에버튼/첼시
(4) 뉴카슬/토트넘/아스날/맨유/맨체스터 시티
(5) 삼프도리아/토리노/페스카라/제노아/팔레르모
(6) 칼리아리/시에나/피오렌티나/아탈란타/카타니아


 

 

6. 마시모 첼리노 - 사르데냐 섬의 곡물 가공업자

 

소유 구단: 칼리아리
주 업종: 시리얼 가공

 

지중해에서 시칠리아 다음으로 큰 섬이지만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경제력은 부족했던 사르데냐 섬. 이탈리아 정부는 1950년대부터 이 섬을 개발하기로 하여 석유화학/식품가공 등의 공업화를 진행시켰습니다. 사르데냐 섬 지역 유지였던 첼리노 가문은 이 붐을 타 식품가공 분야에 발을 들여 부를 쌓았지요.

 

아버지 에르콜레 첼리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아들 마시모 첼리노를 호주로 보냈습니다. 자신들이 가공하는 곡물의 생산자들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보고 배우라는 의도였죠. 5년의 경험을 쌓고 사르데냐로 돌아온 마시모 첼리노는 또다른 지역유지이자 베를루스코니의 "포르자 이탈리아" 정당 사르데냐 지부장 딸과 결혼식을 올립니다. 그리고 5년 뒤 가문의 곡물가공사업 경영을 완전히 물려받아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마시모 아래에서 첼리노 가문의 곡물가공품은 북미 시장과의 계약도 다수 이끌어 내며 확장을 하였고, 그룹 내에서 곡물 가공품 생산, 마케팅, 수출입 및 물류까지 소화할 정도입니다. (곡물가공품 1년 생산량: 500,000 tons) 비록 1996년 EU에 곡물 구매량을 허위 신고한 죄로 체포되어 플리 바기닝을 통해 수감생활을 한 적이 있긴 하나 사르데냐 섬에서 많은 사람들의 고용에 기여하고 있는 양반이라 영향력은 여전하다 하겠습니다.

 

마시모 첼리노가 칼리아리를 인수한 건 1992년이었습니다. 2005년에 본인 거처를 플로리다로 옮긴 이후에는 마이애미에 칼리아리 위성구단인 "Cagliari Strike Force"를 만들어 유망주를 발굴, 칼리아리에 공급하고자 노력 중에 있습니다. 영국 축구에도 관심을 가져 2010년에 웨스트 햄을 거의 인수할 뻔 하다 실패(설리번 영감과 경쟁 입찰자였음)했고 이후에도 크리스탈 팰리스나 QPR 인수 시도를 하는 등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지요.


 

 

7. 마시모 메짜로마 - 로마의 건설족 아들

 

소유 구단: 시에나
주 업종: 건설업


 

로마에서 이름난 건설족 가문 메짜로마. 마시모 메짜로마를 소개하기에 앞서 정치/경제/스포츠가 얽혀있는 전형적인 이태리 상류층 메짜로마 가문을 소개하는 것이 순서일 듯 싶네요. 메짜로마 가문이 건설족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건 마시모의 아버지 피에트로 메짜로마 대에서 였습니다.

 

목수 아버지 밑에서 형제인 지아니 메짜로마와 같이 목수일을 배우던 피에트로 메짜로마는 1950년대에 불어온 이태리 건설 붐을 타 로마 일대의 각종 건물을 지어 올리며 건설족 거물로 거듭났습니다. 이렇게 쌓은 부를 바탕으로 피에트로는 1990년대에 잠시 센시 가문과 AS 로마를 소유하기도 했었지요. 한편 피에트로의 동업자이자 형제인 지아니 메짜로마의 아들 마르코 메짜로마는 미스 이태리/모델 출신이자 베를루스코니 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행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마라 카르파냐의 남편 인데 이혼 준비 중인 사이 입니다. 지아니 메짜로마의 딸 크리스티나 메짜로마는 라치오 회장인 클라우디오 로티토의 부인이죠.

 

아버지 피에트로 메짜로마의 건설사업을 물려받은 아들 마시모 메짜로마는 2010년에 시에나를 인수하였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승부조작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건 잘 아실 내용이니 생략하겠습니다.


 

 

8. 델라 발레 형제 - 명품 수제화 토즈 사장

 

소유 구단: 피오렌티나
주 업종: 신발 제조업


 

안드레아 델라 발레는 형 디에고 델라 발레와 함께 이태리 명품 수제화 업체 토즈(Tod's)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재산이 $1.1 Billion 으로 포브스 기준 이태리 16위 부자이고, 형 디에고는 $1.2 Billion 으로 이태리 15위 부자이지요. 토즈가 할리웃 스타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라 익숙한 분들도 있을 거에요.

 

할아버지가 안코나에서 자그만 구두 수선집을 하던 구두 집안이었고, 아버지 도리노 델라 발레가 1940년대에 구두 공장을 세워 미국 브랜드 캘빈 클라인 같은데다 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것으로 가업을 변모시켰습니다. 도리노 델라 발레는 두 아들 디에고와 안드레아가 가업을 이어 받기를 원했으나 그 전에 교육이 먼저라 생각해 둘 모두 볼로냐 대학에 보냈죠. 대학 시절 둘은 뉴욕에 배낭 여행을 갔다가 새로운 아이템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토즈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모카신! 대학을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가업을 운영해 나가기 시작한 디에고 델라 발레는 OEM을 벗어나 자신들의 브랜드 토즈를 만듭니다.

 

토즈가 이태리 내에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건 전적으로 디에고 델라 발레의 친구 쟈니 아넬리 덕분이었습니다. 익숙한 이름이죠? 피아트 그룹 수장이자 유벤투스를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는 아넬리 가문의 쟈니 아넬리. 1979년 당시 디에고 델라 발레는 친구 아넬리가 운전용으로 모카신 신발을 신는 걸 보고는 자기가 발에 꼭 맞는 운전용 신발을 선물해 주겠다며 가져가 토즈 상표를 달아 새로 만들어 줍니다. 토즈 고미니 드라이빙 슈즈.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쟈니 아넬리는 이 신발을 신고 운전도 하고 유베 경기 보러 가서 신고 있기도 하니 이태리 기업가들, 축구 팬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죠. 패션 센스로 워낙 유명한 쟈니 아넬리 였기에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그 후로도 델라 발레는 유명 인사를 통한 홍보 방식을 이어 오고 있구요.

 

피오렌티나 파산 이후 피렌체 시장에 의해 세리에C2 에 새로 만들어진 팀을 델라 발레 형제가 사서 플로렌티나 비올라로 개명한 일. 세리에B에 올라온 이후 ACF 피오렌티나의 모든 권리를 델라 발레 형제가 사들여 팀의 과거와 연결시킨 일 등등은 잘 아실테니 생략하겠습니다.


 

 

9. 안토니오 페르카시 - 아탈란타 축구 선수에서 구단주로

 

소유 구단: 아탈란타
주 업종: 부동산

 

안토니오 페르카시는 1970-71시즌부터 7시즌 동안 아탈란타에서 수비수로 뛰었던 인물입니다. 축구선수에서 은퇴한 이후로는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롬바르디아 주 베르가모에 부동산 개발 회사를 차렸지요. 사업에 소질이 있었던 페르카시는 밀라노 근처에 쇼핑 센터, 유통 단지, 호텔 등을 개발하며 회사를 키워 나갔고 그의 Il Gruppo Stilo 는 1년 매출이 € 400 million 가량 되는 규모로 성장하였습니다.

 

아탈란타 구단주로의 인연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1990년 여름 당시 아탈란타 구단주 체사레 보르톨로티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안토니오 페르카시가 클럽을 인수해 회장직에 올랐기 때문이죠. 페르카시는 93-94시즌까지 네 시즌 동안 구단주로 야심차게 팀을 이끌었습니다. 허나 93-94시즌 포부를 가지고 임명했던 귀돌린 감독이 부진한 성적으로 실패하고, 소방수로 급히 투입했던 프란델리 감독마저 팀을 구원하지 못하고 강등에 이르게 되자 실망을 감추지 못하던 페르카시는 구단을 매각해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탈란타를 떠나 있던 페르카시는 2010년 구단이 어려움에 처해 있자 16년만에 구단주로 돌아와 클럽을 다시 인수하게 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잘 아실테니 생략하겠습니다.


 

 

10. 안토니노 풀비렌티 - 시칠리아 벨파소 출신 지역 사업가

 

소유 구단: 카타니아
주 업종: 유통/항공


 

1편에서 소개했던 잠파리니 영감이 사업 상 목적을 가지고 팔레르모 인수 후 시칠리아에 들어와 유통사업을 전개한 외지인이라면, 카타니아 구단주 안토니노 풀비렌티는 원래 연고가 시칠리아 섬인 토착 유지입니다. 카타니아 시 벨파소 구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교육을 강조한 아버지 덕분에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소자본으로 유통 사업을 시작하였죠.

 

당시 풀비렌티는 시칠리아 섬에 할인 마트가 없다는 걸 기회라 여겨 체인점을 하나둘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업은 현재 시칠리아 전역에 80개 점포를 가진 Meridi Srl 이 되었습니다. 90년대 말에는 사업을 확장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 호텔 체인 Platinum Resorts & Hotels을 타오르미나에 세웠고, 2003년에는 카타니아로 관광객들을 데려다 줄 저가항공사 윈드 제트(Wind Jet)를 만들기도 하였죠. 나아가 2006년에는 세척제 제조 공장 젤라를 시칠리아에 세우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 잡지사 캐피탈에서 선정한 올해의 시칠리아 사업가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2006년 당시 연매출 € 350 million)

 

언제나 축구를 사랑했던 풀비렌티는 카타니아의 자그만 마을 팀 아칠리알레를 1998년에 인수하였습니다. 허나 팀은 인수 첫 시즌 세리에C1에서 세리에C2로 강등당했고 다시 세리에C1으로 올라오는데만 4년이 소요되었죠. 2000년에 풀비렌티는 카타니아를 인수하기 위한 입찰에 참여하였으나 루치아노 가우치(!)에게 밀려 물을 먹고 말지요. 4년 뒤인 2004년 다시 기회가 왔습니다. 가우치가 카타니아를 매각한다는 소식에 풀비렌티는 아칠리알레가 세리에C1에서 세리에B로 승격하기 위한 플레이오프를 치루는 도중이었음에도 냉큼 달려가 15m에 카타니아를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