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홍차도둑
전반과 후반이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 사실 경기 전에 걱정되었던 부분은 역시 더위였다. 거기다 경기장의 에어컨을 껐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부분은 분명 이용한다는 것. 그것은 홈팀의 특권 아닌가.
전반전은 우려가 계속 맞아들어갔다. 한국의 중앙수비는 조직력이 보이지 않았고 공격은 갑갑했다. 특히 공격이 갑갑했던 부분은 김두현-구자철 이 두명의 문제와 함께 이동국이라는 선수의 움직임이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 부분이 컸다.
-이동국은 중앙 프론트맨이 아니다
전북에서 이동국은 최 전방 공격수라고 할수는 없다. 사실 이동국은 청소년 대표 때에도 보면 최 전방에 있기 보다는 최 전방과 약간 뒤를 오고가면서 하는 플레이를 선호하던 선수다. 특히 전북에서의 플레이를 보면 그의 '최 전방이 아닌' 플레이는 두드러진다. 그렇기 때문에 K리그 역사상 시즌 10-10 클럽의 3번째 멤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의 하나의 부진의 단초였다.
-김두현. 볼 피딩에서 생각이 너무 많다
현대축구는 스피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짜여지기 시작한 수비 조직력 에서의 '압박'과 '상대의 공격 기회에서 공간을 없애는' 방법은 공격에 더한 스피드와 함께 완벽한 카운터 어택을 요구하게 된다. 여기서 볼을 피딩하는 플레이메이커의 시대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플레이메이커'의 입맛대로 공격진들이 배열되게끔 놔두는 '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까지도 요구되는 개념인 '빠른 전개'가 이미 이때부터 있었다. 김두현 선수에게 공이 갔을 때 본인의 기술을 너무 믿은 나머지 공을 끄는 버릇은 여전했다. 이 부분은 아마도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두현 선수보다 더 큰 문제는 구자철 선수였다
-포지션이 겹칠 땐 물러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구자철을 여기서 이야기 안 할 수 없다. 이동국은 경기 내내 보면 최 전방이라기 보다는 약간 뒤에 머물면서 좌-우측을 넘나들었다. 이 때 김보경-이근호 선수가 공간을 파고들면서 카타르를 공략하 시작했다. 이 때 구자철 선수는 별 활약을 못했다. 못한 것을 잘 보면 이동국 선수와 움직임 겹치는 부분들이 보일 것이다. 이러면서 카타르 진영에 대한 공략은 힘들어졌다. 숫자 부족이 더해진 상황이었던거다. 거기에 중앙수비가 계속 뚫리면서 수비 조직이 많이 밀려나갔다.
-카타르의 개인기가 돋보인 첫번째 골
첫 골은 카타르의 개인기가 돋보인 골이었다 곽태휘 선수는 경합 상황에서 우위를 잡으려 했으나 순간적으로 들어간 카타르의 유세프 아메드의 저돌적인 돌진에 무너지게 된다. 이 순간은 완전한 카타르의 성공이었다. 이때까지 한국의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수비 조직이 아직 정비가 안된 것이 보일때의 틈을 성공적으로 찌르고 들어간 것이었다.
-동점골 시점이 중요했다
사실 첫번째 골이 들어간 순간 '고전'을 예상한 팬들은 많았으리라. 아마도 EURO2012로 체널을 돌린 팬들도 한둘이 아니엇으리라. 솔직히 나조차도 '이거 힘들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 그러나 이른 만회골은 신문선 해설위원이 '오늘 골 중 가장 의미가 있는 골'이라는 표현 그대로였다.
김보경의 돌파를 짤라들어간 이근호. 이 선수들의 움직임은 후반의 역전극의 시작이었을까? 김보경의 챱 킥으로 띄운 것을 잘라들어간 이근호의 저돌적인 모습은 이근호를 아는 사람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으리라.
-구자철의 교체가 결정적이었다
구자철의 교체를 결정한 최강희 감독. 사실 선수들이 이렇게 겹쳐 다녀서 경기가 꼬이다면 선수들의 네임벨류와는 상관없이 둘중 하나를 빼서 교통정리를 해 줘야 한다. 특히 이번 경기처럼 중앙에서 흔들어 놓는 공격수가 없다면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의미를 가진 김신욱의 투입. 이것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투입이었다.
- 역전, 그 뒤의 원사이드 게임
후반 19분부터 드디어 경기의 균형이 한국쪽으로 넘어갔다.
축구의 역사 이래 190cm가 넘는 거한 스트라이커는 감독이면 한번쯤 꿈꿔본 '로맨스'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헤딩 슈터 그 자체로서, 볼을 페널티 에리어 안에서 홀딩 내지는 포스트로서의 위치로 여러곳에 배분해주고, 키로서 헤딩슈팅이라는 무시무시한 공격옵션을 가지는 '대형 스트라이커'의 존재는 감독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고 상대 입장에선 '씨바 어쩌라고!' 하는 한숨이 나오게 만드는 그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신욱은 그 옵션을 정확히 해 냈다. 중앙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골을 넣으려는 행동을 하니 당연히 카타르 선수들은 김신욱 선수에게 눈길이 갔다. 그 공간을 찔러들어간 곽태휘에 의해 역전골이 들어갔다. 곽태휘 까방권 획득의 순간.
-이때부터 이동국의 중앙침투가 더해지기 시작하다
이동국은 앞서 쉐도우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이라 했다.
이동국선수가 적극적으로 공격 최전방을 들락거리기 시작한다. 이때는 상대 수비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다. 이런 교전상황에서 이동국선수는 은근슬쩍 최 전방이자 페널티 마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게 된다. 그 순간 패스가 들어가면 사실상 골문이 열리는거다. 그래서 신경쓰면 아예 밖으로 나가서 패스나 슈팅을 시도하게 된다. 이런 움직임을 가지고 이동국선수는 골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전제조건은 이동국과 맞는 타이밍에 움직이는 선수가 필요한데 이 필요충분조건을 갖추는게 쉽지는 않다는 거다.
(조광래호에서의 탈락은 그런 면에서 당연한 것이었다. 최고의 선수라 해도 모든 감독이 추구하는 수많은 전술에 모두 최적화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동국 선수의 슈팅 파워야 뭐 아는 분들은 다 아는 것이다(역대 최강급은 아니지만 꽤 준수하다. K리그 역사상 슈팅의 파워면에서 최고는 수원의 이기형 선수였다). 거기다 패싱능력도 꽤 된다. 이동국 선수가 19세하 대표팀에 뛰었을 때에는 감독들이 이동국선수를 플레이메이커로 배치할까 하는 고민을 안겨줬을 정도로 패싱력 자체는 있던 선수이다. 그렇게 되서 이동국선수가 측면으로 점점 빠지게 되면 그로 인해 생긴 공간은 그대로 노마크상태가 된다.
그런 순간은 계속 나왔고 그리고 김신욱선수의 철퇴가 내리쳐졌다. 3:1. 드디어 안전거리 확보가 된 셈이다. 그리고 터진 이근호의 피날레 골.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결정되었어야 했다.
[초반 빠른 시간에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근호. 사진은 http://renew.besteleven.com/?sec=b11&pid=detail&iBoard=105&iIDX=45470 에서 가져왔다]
- 후반 무기력한 수비 왜일까?
하지만 마지막 몇분간의 수비는 완전 실망이었다. 골대를 맞고 나오거나 살찍 빗나가거나 하는 '운이 좋은'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완전히 경기가 이상하게 흘러갈 정도로 경기를 내 줬고 수비는 '숫자만 많았지' 여기저기 구멍투성이로 보였다.
3골차라는 '안정감'이 체력이 소모되고 집중력으로 뛰고 있던 선수들의 긴장이 풀리면서 나온 기동력 저하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었다.
-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사실 이번 전지훈련을 놓고 불안했다. 스위스에서 카타르 입성이라는 방법도 맘에 들지 않았다. 후반 들어서 구자철을 뺀 강수가 통했다. 단체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궁합'이다. 이러한 교통정리가 안될 때에는 당대 최고의 선수라 해더라도 팀내 최고참이라도 빼고 변화를 주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최강희 감독의 교체는 분명 경기의 맥을 잘 짚은 것이었다.
그 한번의 교체가 경기의 흐름과 내용을 바꿔버린 '오늘 최고의 장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MOM은 최강희 감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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