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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부산의 '질식수비', 비난만 받아야 하는가?

글쓴이 : 홍차도둑


첼시가 이번 챔스에서 우승했다. 첼시는 이전부터 ‘안티풋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한 수비력을 자랑했고 그로 인한 많은 성적을 내서 수비축구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K리그에서는 요즘 부산의 ‘질식수비’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수비 위주의 축구가 과연 축구의 본질과 재미를 떨어뜨리는가? 수비축구는 정말 ‘안티풋볼’인가? 왜 이 팀들은 이러한 방법을 쓰는 것인가?

이러한 부분을 부산의 수비를 몇가지 체크하면서 이야기 해 보자.
부산의 수비를 보면 몇가지 특징이 보인다.
그점이 무엇이며 왜 그 부분이 부산의 ‘질식수비’를 만든 것인지를 보도록 하자.


기본적으로 요즘의 수비는 4백, 정확히는 2백을 기본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3백으로 운영하는 팀의 경우는 약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 이 경우는 4백에 비해서 더 난해한 미드필드간의 유기성을 요구하게 된다. 3백의 운용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4백을 지금 정리하는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실시간 이동 등을 같이 해서 봐야 이해가 편한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 부분을 ‘실시간’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보여드려야 하는 비주얼적인 문제가 있다. 축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면서 설명하라면 편한데...이게 또 문서로 옮긴다는게 쉽진 않은지라...

부산의 경우 수비의 핵심 키 플레이어는 김한윤 선수다.
이것은 많이 알려진 상황인데 왜 김한윤 선수가 핵심인가? 그 부분을 설명하는 기사는 별로 없다. 사실 이 부분은 두가지인데 신문이나 웹상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전체적인 전술에서의 선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변해지는 부분을 같이 추적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왜’ '일어나는 것인가?'와 ‘기본적인 움직임이 무엇인가?’를 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한 것을 추적하다보면 이전과 같이 수비-미드필드-공격으로 나누는 3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미드필드의 수비가담, 공격수의 수비가담이라는 말만으로 간단히 이야기 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라는 거다.

자 김한윤선수의 움직임을 사진 몇장과 함께 보도록 하자.
김한윤선수는 경기중에 보면 상당히 많은 양을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수비에서도 좌우중앙 가리지 않고 심지어는 공격에서도 보인다.
단순히 ‘많이 움직이니까 수비의 중추, 팀의 중추’로 단정지으면 안된다.
움직일 때에도 보면 하나의 공식이 있다 이 부분을 도식화해야 하고 어느 순간에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그래야만 김한윤 선수의 움직임이 부산 수비에 있어서 왜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부산 수비의 매커니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엿볼 수 있다.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큰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사진촬영- 홍차도둑]


[미드필드에서의 기본적인 김한윤 선수의 위치. 그냥 중앙에서의 컨트롤이라고 보면 안된다. 김한윤선수의 위치는 일반적인 백 의 위치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중앙미들로 단순히 치부하면 간단하나 실제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편의상 수비들과의 위치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 원본에 선을 첨가했다. 이것만으로도 전술적인 움직임은 금방 알 수 있다.]





[아직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김한윤 선수의 움직임. 현재는 왼쪽에 힘을 실어준 상태다. 이 부분에서 보면 계속해서 겹치지 않는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아까 사진과의 공통점은 패스가 나갈 수 있는 방향에서의 중간쯤의 컷트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본 사진에서는 넓게 잡지 못해 공의 위치는 안보이지만...)]



[측면까지 온 모습, 여기서도 보면 4명의 박스 형태가 아닌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잘 보면 한명은 파그너. 즉 공격수다. 공격수는 수비를 도와주기 위해 온 것이고, 수비의 기본적인 움직임과는 다른 위치이다. 여기서부터 전방위 압박이 들어가게 된다. 상대 입장에선 받는 순간 저 3각형+1명 박스안에 갇히면 공 털리는거다.]



[앞의 두장의 사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김한윤 선수는 공의 움직임을 보면서 어디로던지 도와줄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좌,우 모두 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모습에 주목하라]




[이때가 부산 수비가 뚫리는 때다, 아까와는 달리 김한윤 선수가 공의 플레이 방향과 아주 반대쪽에 위치하면서 생기는 모습이다. 앞서의 사진들과는 달리 김한윤 선수로부터 삼각형이 반대 모양으로 형성된다. 김한윤이라는 꼭지점이 수비라인으로 내려가 있다. 수비라인 바로 앞쪽에서의 삼각형 꼭지점이 아니다. 실제로 이 플레이 이후 경남의 슈팅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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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들을 보면 부산 수비의 패턴을 보실 수 있다.
김한윤 선수가 왜 핵심일까? 사진에서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부산의 경기를 보면 수비들과 미들들의 움직임을 크게 2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공통점은 이것이다.

‘삼각형’

이런 삼각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것은 일종의 그물이다. 상대 선수들을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일종의 그물이다.
그것을 부산의 상대들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의 일자수비 앞에서 만드는 삼각형은 상대팀이 측면으로 돌릴 경우 측면 수비수는 일차적인 저지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선수가 같이 압박을 넣는다.
그렇게 해서 ‘시간’을 벌게 되면 김한윤 선수 또는 다른 미드필더, 심지어는 최전방 공격수까지 접근해서 다중 압박을 시작한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상대 코칭스태프들이 ‘질식수비’라는 표현을 해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최종 수비진들이 그런 ‘저지시간’을 만들었을 때 덥쳐들어가는 타이밍을 언제로 잡느냐에 대한 판단 및 반대편에서의 오픈 공간을 어떻게 저지하느냐가 바로 핵심이 된다. 그 시간을 놓치면 덥쳐들어가야 하는 공간으로 빠져나오면서 패스가 연결되면 그대로 수비는 무너질 위험이 있다. 위의 다섯번째 사진이 바로 그런 예다.

이 때도 반대편을 잘 봐야 한다. 반대쪽의 부산 선수들도 계속적으로 삼각형을 유지시킨다. 미들 한명 이상이 꼭 그 대형을 이뤄줘서 한쪽에 집중되었을 때의 수비 공백을 최소화시킨다.
라고 말로 표현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실전에서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균형을 유지하는 축인 김한윤 선수의 타이밍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간격유지 및 반대쪽 삼각형을 이뤄주는 김한윤 양쪽의 선수들도 균형을 맞춰줘야만 한다.
거기에 공격진의 3명 중 1-2명은 계속해서 수비에 가담할 신경도 써 줘야 한다.

거기에 더해서 공격까지 노리기 위해서는 당연 공격쪽에서의 피딩과 공격전개에 뛰어난 선수들이 없으면 공격은 힘들어진다.

‘최상의 상황’에서 돌아가면 좋겠지만 장기레이스는 그러한 상황을 자주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부산의 문제점인거다.
수비 자체를 이렇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전술에 대한 이해와 함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와 판단은 ‘단순한 훈련’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하는 축구는 컴퓨터게임이 아니다. 선수들은 단순한 AI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균형을 유지한다’라고 썼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부산의 축구를 ‘골이 나지 않는다’ 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할 것은 전혀 아니라는거다.
원래가 스포츠, 아니 승부를 가르는 종목들의 공통점은 ‘내가 잘해서 이겼다’ 보다는 ‘상대가 실수가 더 많아서’ 이기는 경우가 많다.
현대축구의 명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11:11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사실 부산이 쓰는 이러한 방식은 20세기 최강팀중 하나로 꼽히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의 AC밀란이 쓰던 기본적인 수비전술과 비슷하다. 아라고 사키가 제창한 ‘트라이앵글’은 부산이 지금 쓰는 그러한 지연-압박과 본질적으로는 같다.

물론 축구는 골을 많이 넣은 팀이 이긴다. 그리고 그러한 골에 관중은 환호한다. 그리고 프로스포츠는 관중을 만족시켜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기에 화끈하게 골이 나는 것도 분명 중요하다.
이러한 부분이 답답하게 보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인정한다.

전술적으로 꼼꼼하게 체크하고 그러한 공방전을 보는 것은 쉽게 될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경기를 본 골수 매니아라고 해도 경기를 내내 그렇게 분석적으로 보는건...솔직히 재미없고 따분하다.
화끈한 난타전은 단순하지만 분명 알기 쉽고 재미있다. 그렇기에 전북의 ‘닥공’은 쉽게 다가오고 이해는 쉽다. 화끈하게 이긴다는 것 때문에 호응도 좋다.

하지만 부산의 ‘질식수비’는 골이 안나오게 한다는 이유로 한때 엄청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게 하는 것도 분명 경기의 일부다. 물론 수비가 정당하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규칙 외의 반칙들을 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야 하고 거칠게 만들고 폭력적으로 만드는 수비축구는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산의 수비는 그렇게 볼 수 없다.
정당한 안에서의 전술적 선택이다. 할수 없는 부분을 따라 해 봐야 가랑이만 찢어진다.
부산의 선택은 그런 면에서는 분명 하나의 선택이다.

문제는 점점 높아지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공격의존도다.
현재 많은 팀들의 최 전방은 외국인 천지다. 전북이 그나마 외국인 스트라이커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고? 천만에 전북의 공격 주축은 이동국보다는 브라질 선수들이 주축이다. 이동국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는 있지만 전북의 축구만 놓고 본다면 '꼭지점'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전술-전략의 핵심이라던가 하는 자리에서는 반 발짝 정도는 떨어져 있다.

이렇게 K리그의 최 전방들이 거의 외국인 선수들에 의해서 자리잡게 된 지가 적어도 5년을 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표팀에서 한국인 공격수들의 기량미달로 나오고 있다. 이동국이 건재하다지만 그도 이미 30줄을 넘었다.

부산이 K리그에 던진 화두는 단순히 ‘안티풋볼’, ‘수비축구’에 대한 것이 아니다.
리그 전체에 대한 수준과 공격에 대한 하나의 문제를 던진 것으로 크게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

수비가 무조건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부산이 K리그에 던진 돌은 과연 어떻게 돌아올까? 올 시즌의 끝난 뒤에 유심히 살펴봐야 할 명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