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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의 거인들

역사 속의 득점기계들과 메시, 호날두

필자: Yan11


금번 시즌 들어 스페인을 무대로 기록적인 득점행진을 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흔히 말하는 '역대급'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혹자들은 최소한 메시는 이미 역대급에 올랐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대별로 축구환경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들과 역대 레전드들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기록을 중심으로 따져보고자 한다.



근년 들어 쇠퇴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아마추어 축구전문가들의 요람으로 불리웠던 RSSSF.com 에서는 몇년전, 역대 각국 리그 최다 득점자를 정리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2009년 이후 업데이트가 안되고 있지만 상위 랭커들은 이미 오래전에 은퇴한 인물들이 다수이므로 참고가 될듯 하다.


Josef Bican


현대 축구 시작 이후 현재까지 국내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요제프 비칸이다. '페피(Pepi)'라는 별호로도 불리는 그는 1913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에서 태어나 15세때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했는데, 1955년 은퇴하기까지 27년간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무대에서 활약했다. 위에 '추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 선수의 정확한 기록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RSSSF 추정치는 530회 이상 출장에 805득점 이상이다. 이는 1949년과 1952년, 제 2차 세계대전중의 리그 기록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530회 출전과 805득점이라는 수치는 확인된 것만 추린 최소 수치라고 한다. 이중 국내 리그에서는 358회 출장에 537득점, 국내 컵대회에서는 61회 출장에 130득점, 그시기의 유럽대항전이라 할 미트로파컵(유로파 리그의 전전신)에서는 15경기에서 15골을 기록했다. 그는 국제무대에서는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체코-모라비아, 체코, 오스트라바, 프라하 등 여러 대표팀 소속으로 뛰면서 47경기에서 46득점을 기록했다. 





체코 프라하의 비셰라드 묘지에 있는 비칸의 석상과 묘 


(출처: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b/bd/Bican_pepi_slavin4976.jpg/458px-Bican_pepi_slavin4976.jpg)



위키페디아에 업데이트된 자료를 보면 리그에서만은 406회 출전에 607득점을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기록만 갖고 봐도 그는 평균 경기장 1.5골을 터뜨린 셈인데, 이것이 한시즌의 기록이 아니라 27년간 프로생활의 평균임을 감안하면 아무리 70년전이라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RSSSF에서는 비칸의 통산 기록(리그+연습경기)를 918경기 이상, 1468득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Pelé


2위를 건너뛰고 3위에 올라 있는 인물은 '축구 황제' 펠레다. 1950년대 이후 활동한 펠레는 비교적 기록이 상세하게 남아 있다. 1956년 프로 무대 데뷔후 1977년 뉴욕 코스모스에서 프로생활을 마친 그는 통산 1375경기에서 1284득점을 했다고 인터뷰마다 자랑스레 말하곤 한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는 브라질 전국선수권대회, 상파울루 주리그, 북미프로리그 등 정규리그에서 557회 출장에 538골을 터뜨렸다. 그외 각종 컵대회나 국제 클럽 대항전, 브라질 대표로 421경기에서 300득점을 기록해 공식 경기 기록은 831회 출장에 767득점이다. 여기에 각종 친선경기 및 연습경기의 544회에 517득점을 더하면 그가 주장하는 1375경기-1284득점이 나온다. 


Ferenc Puskás



그 뒤로는 헝가리의 전설적 축구 영웅 페렌츠 푸스카스다. 헝가리와 스페인에서 뛰면서 국내 리그 532경기에서 517골을, 국내 컵대회 52경기에서 66골, 국제 클럽대항전 47회에 42득점, 헝가리 및 스페인 대표로 89경기에서 84골을 넣었다. 총합 754회에 746득점이다. 공식 경기만 따질 경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물들중 가장 1점대 득점률에 가깝다.



Gerd Müller


최근 메시의 활약과 더불어 기록 경신 여부 때문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서독의 게르트 뮐러는 공식 경기 793회 출전에 735골로 그 다음 순위에 올라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만 427경기에서 365골을 터뜨렸고 서독 대표로도 62경기에서 68골을 넣었다. 뮐러의 기록중 흥미로운 것은, 연습 경기 및 친선 경기를 포함해 총 1216경기에서 1461골을 넣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유스 시절인 1960~63년 TSV 뇌르틀링겐에서 활동할 때 넣은 500여골은 빠져 있다고 한다. 유스 레벨이라곤 해도 4년간 500골을 넣었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긴 대단히 어려운데, 이를 포함시키면 뮐러는 평생 2천골 정도를 넣은 것이 된다. 뮐러는 공식 경기만 따졌을 경우에도 분데스리가 첫시즌인 1963-64시즌을 비롯해 8번이나 시즌 1점대 득점률을 기록했다. 


Romario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마지막 인물은 호마리우다. 가장 최근 인물인데, 그만큼 그의 기록은 거의 정확하다고 봐도 좋다. RSSSF에서 이 기록 집계가 시작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는 5위였지만 은퇴후 집계 결과 994회의 공식 경기에서 772득점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어 이제는 2위에 해당한다. 브라질, 네덜란드, 스페인, 카타르, 미국, 호주 등 6개국 리그를 거치며 국내리그에서만 463경기에서 323골을 넣었다. 여기에 각종 컵대회 및 국제 클럽 대항전, 국제경기를 합치면 위의 수치가 나온다. 그는 카타르를 제외한 5개국 리그에서 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이제 메시의 기록을 살펴보자. 메시는 2003-04시즌 바르셀로나 C팀으로 처음 성인 무대에 올라온 이후 2004-05시즌에 1부 리그 데뷔를 치르기까지 하부 리그에서는 30경기에서 11골을 넣었고, 이후 바르셀로나에서만 활약하면서 2012년 4월 19일 현재까지 국내리그에서 209경기 출장에 160골을 터뜨렸다. 기타 대회를 합치면 322회에 243득점이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청소년(20세 이하) 대표로 16경기에서 11골, 아르헨티나 올림픽 대표로 5경기에 2골, 아르헨티나 대표로 68경기에 22골을 기록중이다. 모두 합치면 425회 출전에 278득점이다. 본디 측면 공격수로 출발한 선수라 위의 레전드들과는 차이가 크다. 메시가 향후 최소 10년 정도 현역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활약을 펼친다고 가정할 때, 예측치는 약 600골 정도가 될듯 하다.



호날두의 경우도 메시와 비슷하다. 애초에 측면 공격수였으므로 초창기 시절의 득점이 많지 않다. 현재까지 리그에서는 317경기에서 194골, 전체로는 461경기에서 262골이며 대표팀 기록을 합친 통산에서는 552경기에서 292골을 넣고 있다. 그 역시 향후 10년 정도 선수생활을 이어나간다고 가정하면 메시와 비슷한 수준의 기록을 세울 듯 하다. 



 위의 다섯 명의 레전드들의 기록을 깨는 선수가 향후 등장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5위에 해당하는 게르트 뮐러의 공식 경기 기록 735골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보통 16~18세에 데뷔하는 프로 선수의 특성상 약 15~20년을 뛴다고 했을 때, 시즌당 계속해서 40~50골을 넣어야 가능한 수치다. 과거에 비해 수비 시스템이 월등하게 향상된 현대 축구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임에 틀림없다. 스포츠 과학의 발달도 선수생명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프로 축구시장의 확대로 경쟁도 그 이상 치열해졌음을 감안하면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시기가 10년 남짓이니, 이런 측면에서 봐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여지므로 이들이 왜 레전드로 남는가를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