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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단주 열전 - 라피드빈/마리보/파르티잔/네프치/비데오톤/리마솔


 

"이 시대 축구 클럽은 대체 어떤 인간들이 소유하고 있나" 라는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시작한 축구 구단주 열전 시리즈입니다. 다음주 부터 유럽대항전이 재개되니 거기에 맞춰 이 시리즈도 다시 시작해 봅니다.

 

기존에는 주요 국가별 리그를 전체를 다루었죠. 이제부터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유로파 리그 등 유럽 대항 대회에 진출한 중소리그 팀들을 어떤 인간들이 소유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에 한 팀씩 진출시켰던 "키프로스, 헝가리, 아제르바이잔,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가 그 대상입니다.



 

 

1. 루돌프 에딩어 - 7,000 명 중 하나

 

소유 구단: 라피드 빈
주 업종: 정치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위치한 라피드 빈은 팬들에 의해 운영되는 클럽입니다. 현 회장인 루돌프 에딩어를 포함한 부회장 지프리 멘츠, CFO 요한 스몰카, 부CFO 헬무트 날릭 등등 클럽 운영진 모두가 클럽 회원(Mitglieder) 출신이죠. 세 시즌 연속 클럽 회원 자격을 유지했다면 누구나 투표권을 얻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회원권 가격은 한 시즌에 100 유로 (한화 140,000원) 수준입니다. 클럽의 대소사는 매년 열리는 연례 총회(AGM)에서 결정되며, 운영진 선거는 3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습니다.

 

루돌프 에딩어 회장은 정치가 출신입니다. 오스트리아 사민당 소속으로 90년대 말에 재정경제부 장관 자리에 까지 올랐었고, 2000년 정계 은퇴 후 2001년부터 라피드 빈 회장직을 맡고 있어요.


 

2. 드라고 코타르 - 보험사 CEO

 

소유 구단: 마리보
주 업종: 보험

 

1997년부터 2004년까지 7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슬로베니아 축구를 지배했던 마리보. 허나 2004년 이후 마리보는 성공기 동안 누적된 € 4million 가량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며 암흑기에 빠져듭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클럽은 갚아야 하는 부채 대다수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국세청과 협의해 운영진을 물갈이합니다. 그렇게 2006년 9월 마리보 회장이 된 드라고 코타르는 이후 클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하는데 힘썼고 2011년 1월 마침내 모든 부채를 상환했다고 선언합니다.

 

그렇다면 드라고 코타르는 누구인가?  그는 "Zavarovalnica Maribor" 즉 마리보 보험(Maribor Insurance) CEO로 일하며 경영 능력을 보여준 인물입니다. 원래 슬로베니아 최대 보험사 "Triglav"의 마리보 지사였던 마리보 보험은 1991년 1월 분사해 별도의 법인이 되었죠. 드라고 코타르의 지휘 아래 발전을 거듭한 마리보 보험은 "Zavarovalnica Triglav"와 "Adriatic Slovenica"에 이어 13%의 보험 시장 점유율을 가지는 슬로베니아 3위 보험사로 성장했습니다. 참고로 마리보 보험의 실소유주는 Nova KBM 은행이었는데 지난 12월 11일 자신들의 지분을 재보험사 Sava Re 측에 € 65m 가격으로 매각했습니다.


 

 

3. 드라간 쥬리치 - 금융 사기꾼?

소유 구단: 파르티잔
주 업종: 금융


세르비아는 스포츠 클럽의 사유화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국가입니다. 세르비아 최대 라이벌이자 "불멸의 더비" (Вечити дерби)를 형성하고 있는 파르티잔 베오그라드와 츠르베다 즈베즈다, 두 팀 모두 체육회 소속으로 남아 있죠. 츠르베다 즈베즈다는 츠르베나 즈베즈다 체육회 소속, 파르티잔 베오그라드는 유고 빨치산 산하 체육회에서 이름이 바뀐 JSD 파르티잔 체육회 소속입니다.

 

파르티잔 회장 하면 아무래도 이반 추르코비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선수 시절 유명한 골키퍼였고, 프랑스 생테티엔에 진출해 1975-76시즌 유러피언 컵 결승에 오르는 등 클럽의 전성기를 함께 했었던 인물. 미셸 플라티니가 이탈리아로 진출하기 전 생테티엔에서 같이 뛰기도 했던 추르코비치는 선수에서 은퇴 후 1989년부터 2006년까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파르티잔 회장으로 일했습니다. 2009년에 NBA 출신 블라디 디박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세르비아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기도 했구요.

 

이후 기업가 출신이자 현 세르비아 축협 회장인 토미슬라브 카라지치가 잠깐 파르티잔 회장직에 머물렀고, 2008년 여름부터는 드라간 듀리치가 파르티잔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듀리치는 금융기업 "ZEKSTRA Group" 소유주이기도 한데, 최근에 이런저런 금융 사기 혐의로 세르비아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네, 2012년 한 해 동안 세르비아를 크게 뒤흔들었던 Agrobanka 부패 사건에 듀리치도 연루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경영진들이 뇌물을 받고 아무런 담보나 약정없이 돌려받지도 못할 돈을 마구 빌려주어 은행을 파산에까지 이르게 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 게다가 일련의 사건에 세르비아 정재계 최고위층까지 얽혀 있다고 밝혀져 세르비아, 나아가 EU에 충격을 준 사태.

 

파르티잔 회장 듀리치 역시 자기 기업 "ZEKSTRA Group"를 통해 이 부패 사건에 얽혀 있으며, 파르티잔을 통해서도 Agrobanka 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져 있어 Agrobanka 사건의 수사 추이와 듀리치 회장에 대한 경찰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축구 클럽 파르티잔의 앞날이 결정되지 않을까 하네요.


 

 

4. 사디그 사디고프 - 석유공기업의 축구

 

소유 구단: 네프치 바쿠
주 업종: 석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팬이라면 아제르바이잔 이라는 나라가 익숙하시죠? 그렇습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가 나는 국가입니다.

 

아제르바이잔 말로 석유를 뜻하는 "네프치"가 클럽의 이름. 그리고 유정(油井)탑이 박혀 있는 클럽의 로고에서 알 수 있듯이 네프치 바쿠는 석유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클럽의 태생 부터가 석유사업 노동조합에 바탕을 두고 있죠. 이러한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프치 바쿠의 셔츠 스폰서이자 모기업이 바로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국영석유공사, 줄여서 SOCAR (State Oil Company of Azerbaijan Republic) 이니까요.

 

에너지 업계에 관심이 많은 분이시라면 SOCAR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 10 billion 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아제르바이잔 대표 기업이자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석유/천연가스 기업이죠. 아제르바이잔 축협의 주요 스폰서이기도 한 SOCAR가 직접 네프치 바쿠를 소유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런저런 스포츠 지원사업을 위해 산하에 SHC(Sport Health Center)라는 법인을 따로 두고 15개가 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네프치 바쿠 역시 이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네프치 바쿠 회장 사디그 사디고프는 누구인가? 사디고프는 바로 이 SHC 법인 CEO입니다. 지난 2009년 12월에 네프치 바쿠 회장직에 부임해 SHC 최고경영자와 축구 클럽 네프치 바쿠 회장직을 겸임하며 바쁘게 살고 있답니다.


 

 

5. 거란치 이즈반 - 은행가의 구원

 

소유 구단: 비데오톤 FC 페헤르바르
주 업종: 금융

 

거란치 이즈반은 마티잘카 태생의 은행가입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비이츠 지역 은행 지점장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딜러, 영업이사, 상무이사, CEO 등을 거쳐 2001년 입사 12년차였던 36살에 회장직에 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잘나가던 사업가 이즈반이 축구 클럽 비데오톤에 관심을 가지는 건 2007년 경이었습니다. 당시 비데오톤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기업가 사우에르베인으로 주인이 바뀐 상태였으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파산 직전까지 몰린 상태였죠. 이즈반은 페이퍼 컴퍼니 "Soccer 2007 Invest Ltd"를 세운 후 비데오톤의 채무를 모두 상환하는 조건으로 클럽을 인수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노력 끝에 비데오톤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2007년 81% 지분으로 대주주가 되었던 이즈반은 2009년에 나머지 지분들을 인수해 비데오톤 지분 99.9% 지분을 소유한 구단주가 되었지요.


 

 

6. 안드레아스 소포클레오스 - 러시아 유학파 변호사

 

소유 구단: AEL 리마솔
주 업종: 법률

 

키프러스 리마솔 지역 펠렌드리에서 태어난 안드레아스 소포클레오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로펌 "Andreas Sofocleous & Со"의 창업주입니다.

 

특이하게도 모스크바 유학 경력을 가지고 있죠. 바로 러시아 최고 명문 대학교 중 하나인 러시아 민족 우호 대학교(Peoples' Friendship University of Russia)에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소포클레오스가 유학 갔던 당시 PFU는 콩고 국민 영웅이자 독립운동가인 파트리스 루뭄바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파트리스 루뭄바 민족 우호 대학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 역시 파트리스 루뭄바 민족 우호 대학교 출신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로펌에서 주로 취급하는 분야는 기업법, 키프러스에 대한 해외 투자 관련 국제법, 부동산법 등입니다. 좀 더 궁금하신 분은 로펌 홈페이지(http://www.sofocleous.com.cy/)를 방문해 보시길.

 

열정적인 구단주이기도 한 소포클레스는 AEL 리마솔을 인수한 이후 현대식 경기장 신축을 위해 몇 년간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1년 리마솔 시에 위치한 또다른 축구 클럽 마르스 회장 키리아코스 화티케랄람부스를 만나 키프러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리마솔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았고, 마침내 12,000 석 규모 새 경기장 건설을 합의 후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어요.